원종혁 의약학술팀 기자
"때론 사진은 어떠한 조작 없이도 거짓말을 한다. 사람들은 스틸컷을 보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믿곤 한다. 하지만 이는, 반쪽짜리 진실에 불과하다."
베트남전 당시 '사이공식 처형(saigon execution)' 사진으로 1969년 퓰리처상 사건보도사진부문 수상을 한 AP통신 종군기자였던 에디 아담스(Eddie Adams)의 훗날 인터뷰 증언이다.
포승줄에 묶인채 끌려온 북베트남군(베트콩) 게릴라의 관자놀이를 향해 권총을 겨눈 남부베트남(사이공) 경찰국장,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의 순간을 담은 한 컷의 사진. 이렇게 전쟁의 참상을 잡아낸 비극적 사진 한 장은 전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고, 곧 반전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촉매가 된다.
그런데, 뒤에 밝혀진 사실은 전혀 달랐다. 사진 속 처형을 당한 주인공은 수천명의 양민에 학살을 일삼던 악명높은 북베트남 장교였고, 정작 권총을 빼어든 남자는 남베트남군에 몇 안 되는 진정한 군인이자 시민 영웅으로 추앙받던 인물이었다는 것. 1975년 사이공이 베트콩에 함락을 당한 이후, 사진 속 주인공은 순탄치 않은 삶을 살다 왜곡된 진실 속에서 결국 눈감게 된다.
최근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 발표 이후,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의대생들까지 참여한 총파업 투쟁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내 코로나19 이차 대유행 우려 속에서, 공중파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주요 이슈로 연일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은 덤이었다. 마스크를 쓴채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온 의료진들의 사진 속 모습도 낯설지 않다.
의협 주도로 지난 14일 진행된 의대증원 반대 궐기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총 약 2만8000명의 전공의와 의대생, 개원의가 집결했다. 서울 여의도에만 약 1만명이 집결한 것으로 조사된다. 보건복지부 집계 기준 사전 휴진 신고 의원은 전국 3만3836곳 중 1만1025곳으로 휴진율은 32.6%였다. 그만큼 궐기대회 당일, 지역 일차의료기관을 찾았던 환자나 보호자들 또한 발길을 돌려야 하는 불편함이 생겨났고 진료에 차질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때문인지, 이번 의사파업 사태의 이유에 궁금증을 가진 이들이 어느때보다 많다. 의료전문지에 일하는 기자의 가족이나 지인들도 종종 물어오곤 한다. 그럴때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난처한 것도 사실이지만, 내 대답은 이렇다.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증설 문제는, 단순 밥그릇 싸움으로 바라볼 문제는 아니라고.
최근 영상컨텐츠 촬영차 만난 한 의대생의 얘기도 이해가 됐다. 의료 공급의 형평성을 놓고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은 반가운 일이지만,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 공공의료 인력을 확충하자는 방법론에는 다들 걱정이 많다고 했다. 다시말해, 의사가 일할 공공병원이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인력의 머릿수만 늘린다고 해서 전체 의료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지난 6월 전국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현 의대 재학생 가운데 약 23%는 향후 전공 진로로 공공의료 분야에 종사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공공의료 분야에 복무하는 선배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이에 대한 보상, 의사로서의 능력개발에 제한이 많다는 등의 이유로 최종 선택에서는 배제된다는 결과에 씁쓸함을 남겼다.
공공의료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강제로 찍어낼 것이 아니라, 복무환경을 개선해 의료인력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에 더 수긍이 가는 이유다.
저녁자리에서 만난 전임의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공의대 학생들이 계속해서 해당 지역의 의료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걱정도 없겠지만, 정부가 제안한 10년 의무복무를 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점과 설사 10년 의무복무를 한다고 한들 복역 후 선택할 수 있는 길에 제한이 없어 언제든 공공의료 분야를 버릴 수 있다는 것도 큰 문제"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의사들의 총파업 사태를 한 전문집단의 이해득실 이슈로 치부할 것인가'는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 경험의 몫이겠지만, 전체 국민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공공의료 정책의 본질은 왜곡시키지 말고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정부는 감염병 대유행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혼란을 부추기는 '입'보다 들어주는 '귀'의 역할에도 충실해야 할 때이다.
베트남전 당시 '사이공식 처형(saigon execution)' 사진으로 1969년 퓰리처상 사건보도사진부문 수상을 한 AP통신 종군기자였던 에디 아담스(Eddie Adams)의 훗날 인터뷰 증언이다.
포승줄에 묶인채 끌려온 북베트남군(베트콩) 게릴라의 관자놀이를 향해 권총을 겨눈 남부베트남(사이공) 경찰국장,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의 순간을 담은 한 컷의 사진. 이렇게 전쟁의 참상을 잡아낸 비극적 사진 한 장은 전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고, 곧 반전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촉매가 된다.
그런데, 뒤에 밝혀진 사실은 전혀 달랐다. 사진 속 처형을 당한 주인공은 수천명의 양민에 학살을 일삼던 악명높은 북베트남 장교였고, 정작 권총을 빼어든 남자는 남베트남군에 몇 안 되는 진정한 군인이자 시민 영웅으로 추앙받던 인물이었다는 것. 1975년 사이공이 베트콩에 함락을 당한 이후, 사진 속 주인공은 순탄치 않은 삶을 살다 왜곡된 진실 속에서 결국 눈감게 된다.
최근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 발표 이후,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의대생들까지 참여한 총파업 투쟁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내 코로나19 이차 대유행 우려 속에서, 공중파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주요 이슈로 연일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은 덤이었다. 마스크를 쓴채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온 의료진들의 사진 속 모습도 낯설지 않다.
의협 주도로 지난 14일 진행된 의대증원 반대 궐기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총 약 2만8000명의 전공의와 의대생, 개원의가 집결했다. 서울 여의도에만 약 1만명이 집결한 것으로 조사된다. 보건복지부 집계 기준 사전 휴진 신고 의원은 전국 3만3836곳 중 1만1025곳으로 휴진율은 32.6%였다. 그만큼 궐기대회 당일, 지역 일차의료기관을 찾았던 환자나 보호자들 또한 발길을 돌려야 하는 불편함이 생겨났고 진료에 차질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때문인지, 이번 의사파업 사태의 이유에 궁금증을 가진 이들이 어느때보다 많다. 의료전문지에 일하는 기자의 가족이나 지인들도 종종 물어오곤 한다. 그럴때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난처한 것도 사실이지만, 내 대답은 이렇다.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증설 문제는, 단순 밥그릇 싸움으로 바라볼 문제는 아니라고.
최근 영상컨텐츠 촬영차 만난 한 의대생의 얘기도 이해가 됐다. 의료 공급의 형평성을 놓고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은 반가운 일이지만,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 공공의료 인력을 확충하자는 방법론에는 다들 걱정이 많다고 했다. 다시말해, 의사가 일할 공공병원이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인력의 머릿수만 늘린다고 해서 전체 의료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지난 6월 전국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현 의대 재학생 가운데 약 23%는 향후 전공 진로로 공공의료 분야에 종사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공공의료 분야에 복무하는 선배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이에 대한 보상, 의사로서의 능력개발에 제한이 많다는 등의 이유로 최종 선택에서는 배제된다는 결과에 씁쓸함을 남겼다.
공공의료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강제로 찍어낼 것이 아니라, 복무환경을 개선해 의료인력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에 더 수긍이 가는 이유다.
저녁자리에서 만난 전임의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공의대 학생들이 계속해서 해당 지역의 의료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걱정도 없겠지만, 정부가 제안한 10년 의무복무를 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점과 설사 10년 의무복무를 한다고 한들 복역 후 선택할 수 있는 길에 제한이 없어 언제든 공공의료 분야를 버릴 수 있다는 것도 큰 문제"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의사들의 총파업 사태를 한 전문집단의 이해득실 이슈로 치부할 것인가'는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 경험의 몫이겠지만, 전체 국민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공공의료 정책의 본질은 왜곡시키지 말고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정부는 감염병 대유행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혼란을 부추기는 '입'보다 들어주는 '귀'의 역할에도 충실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