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시미아 등장에 뜨거워지는 비만 처방 시장…가격이 관건

발행날짜: 2019-09-02 05:45:59
  • 전통 강호 벨빅, 신흥 강자 삭센다와 패권 다툼 본격화
    체중 조절 효과 압도적…"안전성과 경제성 승부 가를 것"

|초점=큐시미아 출시로 요동치는 비만 시장|

현존하는 비만약 중 가장 강력한 체중 조절 효과로 기대감을 모았던 큐시미아(Qsymia, 알보젠코리아)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하면서 비만 시장이 어떠한 모습으로 재편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과거 펜터민 제제 시장을 잠식하며 파이를 키워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시장 전체를 재편하기에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예정보다 빠른 출시로 공격적 출사표…비만시장 재편 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펜터민(phentermine)과 토피라메이트(topiramate) 복합제인 큐시미아의 판매를 승인했다. 이르면 내년 초를 목표로 승인 절차를 진행중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년 가까이 승인이 당겨진 셈이다.

대상은 BMI 30Kg/㎡ 이상이거나 고혈압이나 2형 당뇨병 등 동반질환을 보유한 BMI 27Kg/㎡ 이상의 성인으로 사실상 기존 치료제와 크게 차이가 없는 부분이다.

큐시미아는 이미 강력한 체중 조절 효과를 바탕으로 빠르게 미국 FDA 허가를 받으며 국내에서도 기대감이 높았던 약물이다.

실제로 EQUIP, CONQUER, SEQUEL 등 각종 대조 임상 시험에서도 큐시미아는 적수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체중 조절 효과를 보이며 업계 재편을 예고했다.

CONQUER 스터디의 예를 보면 2487명을 대상으로 한 대조 임상에서 큐시미아를 복용한 환자들은 1년만에 10.2kg의 체중이 감소했다. 위약군(1.4kg)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준이다.

다른 치료제와도 이미 기량 차이가 충분히 입증됐다. JAMA에 게재된 약물간 대조 임상 결과 같은 기간 동안 삭센다가 5.3kg, 콘트라브가 5kg, 벨빅이 3.2kg 감량 효과를 보인데 비해 큐시미아는 8.8kg을 줄여 감량 효과에 대해서는 적수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일선 개원가에서 뿐만 아니라 대학 등 학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증 비만 환자 뿐 아니라 고도 환자에게까지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황희진 교수는 "체중 조절 효과만 놓고 보자면 큐시미아는 다른 어떤 치료제와 비교해도 월등한 수준"이라며 "이 효과를 어떻게, 누구에게 적절하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만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비만 약물 시장의 재편도 불가피한 부분이다. 현재 비만 시장은 전통 강호인 벨빅의 자리를 신흥 강자 삭센다가 잠식하며 일정 부분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벨빅은 2016년만 해도 14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비만 시장을 재패했지만 삭센다가 출시된 2018년부터는 점차 지배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벨빅의 경쟁자로 출시된 콘트라브의 위상은 더욱 그렇다. 올해 1분기 매출만 봐도 삭센다는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단숨에 정상을 차지했지만 벨빅은 20억원대에 그쳤고 콘트라브는 10억원도 넘기지 못했다.

이러한 시점에 강력한 체중 조절 효과로 무장한 큐시미아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과연 얼마만큼의 시장을 가져갈 수 있을지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우선은 천하삼분지계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벨빅과 삭센다 여기에 큐시미아 등 3가지 약물이 엎치락 뒤치락 하며 3강 체제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비만연구의사회 김민정 회장은 "큐시미아에 대한 신약 효과는 분명하게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벨빅은 충분히 검증된 안전성이, 삭센다는 향정약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점과 환자 선호도가 높다는 무기가 있는 만큼 당분간은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1월 출시 목표 마케팅 진행…일각선 비관론도

이렇듯 비만 시장이 요동치는 시기는 내년 1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판매 허가를 받은 큐시미아가 내년 1월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큐시미아 독점 판매권을 가지고 판매 허가를 받은 알보젠코리아는 이에 맞춰 디테일을 중심으로 하는 마케팅을 계획중이다.

알보젠코리아 관계자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1월을 목표로 큐시미아 발매를 준비하고 있다"며 "우선 비만학회, 비만연구의사회 등 비만 치료를 진행하는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 우선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알보젠코리아는 최근 학회와 의사회 등 임원진들을 대상으로 출시 전 사전 점검 차원의 비공개 전문가 세미나 등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향정약으로 삭센다와 같은 전방위적 마케팅에 한계가 있는 만큼 키닥터를 타겟으로 하는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항간의 예상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체중 조절 효과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지만 이미 판매가 진행중인 미국의 경우를 봐도 막강한 파괴력을 가질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비만학회 임원은 "미국의 경우만 봐도 전통적인 속박형 펜터민 제제가 사실상 시장의 주를 이루고 있다"며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큐시미아가 가지는 분명한 장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존에 나가던 펜터민 처방을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그리는 의사들이 많을 것"이라며 "항정약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났던 삭센다와는 다른 측면에서 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내다봤다.

펜터민 복합제 장점이자 단점…"약값이 최대 관건"

이렇듯 전문가들은 큐시미아가 펜터민 복합제라는 점을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고 있다. 펜터민 용량을 최소화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그래도 향정신성의약품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실제로 큐시미아는 각종 임상에서 이상 감각 부작용이 많이 도출된 바 있다. 이상 감각은 향정신성의약품의 가장 흔한 부작용 중 하나라는 점에서 완전히 이를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복합제로서 장점도 분명하다. 현재 펜터민 계열 비만 약물은 마약류 통합 관리법에 의해 최대 12주 이상 처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큐시미아는 이미 4가지 용량의 제품에 대해 허가를 받아 펜터민의 양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최대 28주까지 처방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일부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기존의 펜터민 계열 비만 약물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짜피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할 바에는 가장 최신 임상으로 효과와 안전성이 증명된 큐시미아를 선택할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만연구의사회 김민정 회장은 "큐시미아가 풀리면 분명 펜터민 계열 약물 시장을 잠식할 확률은 매우 높다고 본다"며 "속박형 펜터민 제제들이 1959년 이후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장기 스터디가 없는 반면 큐시미아는 FDA 승인 과정 속에서 다양한 임상 결과를 냈다는 장점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과연 알보젠코리아가 큐시미아를 얼마에 팔 것인가가 관건이다. 기존 펜터민 계열 비만 약물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혹시나 가격대가 높게 형성될 경우 유입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비만 치료제를 판매하는 A제약사 PM은 "업계에 소문으로는 기존 약물에 비해 상당히 높은 가격을 검토중이라는 얘기가 무성하다"며 "신약의 특성도 있고 그만큼 효과에 대한 자신감도 있기 때문 아니겠냐"고 귀띔했다.

이는 현재 비만 시장 최강자인 삭센다는 물론 기존 펜터민 제제 등 비만 약제와의 경쟁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환자들 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입장에서도 비용효과성을 따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제성모병원 황희진 교수는 "이미 효과는 모두 나와 있는 상황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 되지 않겠느냐"며 "경쟁력 있는 가격을 받는다면 매우 좋은 옵션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처방에 일정 부분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만연구의사회 김민정 회장도 "비만약이 모두 비급여다 보니 약제 선택에 있어 가격적인 부분, 즉 환자의 부담도 무시할 수가 없다"며 "신약이다보니 저렴한 가격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기존 약제와 차이가 크다면 처방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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