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 명칭 의-한 법적 다툼…의협, 5전 5패 이유는

발행날짜: 2016-03-29 12:00:59
  • 법원 "두 단체 모두 비영리 단체…경합 관계 아니다"

|해설|한의협, 영문 명칭 변경에 대한 법원 판단

대한한의사협회의 영문표기에 동양을 뜻하는 '오리엔탈(Oriental)'이라는 단어가 꼭 들어가야 할까.

한의협은 2012년 7월부터 3년이 넘도록 Oriental을 뺀 채 'The Association of Korean Medicine(AKM)'이라는 영문 명칭을 쓰고 있다.

이는 'Korean Medical Association(KMA)'라고 쓰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 영문 명칭과 단어 순서만 다르다. 영문 명칭만 놓고 보면 한의협과 의협을 구분하기는 힘든 상황.

대한의사협회는 한의협을 상대로 영문 명칭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대법원까지 갔지만 결국 졌다.

의협은 포기하지 않고 바로 본안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1심에 이어 최근 2심에서도 패소한 것.

의협은 "한의협 영문 명칭이 의협과 비슷해 혼동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한의학을 보다 정확하게 지칭하기 위해서는 전통을 뜻하는 '트래디셔널(Traditional)'을 넣으면 된다는 제안도 했다. 실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정한 한의학 정식 영문 명칭에는 'Traditional'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법원의 입장은 한결같다. 현재까지 5번의 결론이 나왔지만 의협은 단 한 번도 이기지 못 했다.

의협과 한의협의 명칭 사용 문제에는 상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 얽혀 있다.

의협은 "의협은 장기간 국내외에서 같은 영문 명칭을 사용해온 만큼 다수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며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정하고 있는 영업 주체 혼동 초래 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KMA 우리나라서 널리 알려진 영업 표지 아니다"

그러나 의협과 한의협 두 단체에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용조차 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상 이익을 보호하는 취지의 법인데 의협과 한의협은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이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에 따르면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상호·표장·기타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와 같거나 이와 비슷한 것을 사용해 타인의 영업상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을 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는 국내 전역 또는 일정한 범위에서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가 그것을 통해 특정 영업을 다른 영업과 구별해 널리 인식하는 경우를 말한다.

재판부는 의협의 영문 명칭인 'KMA'가 우리나라에서 널리 인식된 영업표지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의협의 활동과 혼동될 우려도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의협과 한의협은 모두 비영리법인으로 소속 의료인, 관련 정부기관이나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비영리 행위가 주된 활동"이라며 "공통의 수요자에 대한 경합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의협과 한의협의 영문 명칭은 대부분 한글 명칭과 같이 사용되고 있다"며 "영문 명칭을 사용해 영위하는 사업도 역사적 성립 및 발전 과정에 비춰봤을 때 독자성이 강한 서양의학과 한의학으로 명백히 구별된다"고 판시했다.

"명칭 변경, 부정적 이미지 해소용…오인토록 하려는 의도 아니다"

상법 제23조 1항. '누구든지 부정한 목적으로 타인의 영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호를 사용하지 못한다'라는 법 조항도 의협과 한의협의 영문 명칭 사용 문제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의협이 영문 명칭을 바꾼 것은 Oriental 때문에 유발될 수 있는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의협의 영업을 의협의 영업으로 오인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의협의 영문 명칭에 사용되는 각각의 단어가 의협만을 표현해줄 수 있는 식별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 한의학을 Korean Medicine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재판부는 "Medical, Association은 기술적 표장이고 Korean은 지리적 표장에 불과해 의협의 영문 명칭에 자신만의 식별성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또 "한의학의 한문 명칭이 韓醫學인 점을 봤을 때 한의협 영문 명칭 중 Korean medicine 그 자체로 한의학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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