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태움암묵적 룰을 바라보는 시각차…필요악의 논리
간호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쉽게 단정짓지 못하는 '태움'
누군가는 이를 음성적인 집단 괴롭힘이라고 말하고 혹자는 이를 피해 망상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또한 일각에서는 조직을 지탱하기 위한 필요악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만큼 30만 간호사들의 머리속에 태움이라는 단어가 공존하면서도 각기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태움'은 간호계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도 공론화가 되지 못하는 소재중 하나다. 각기 다른 생각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도 신규 간호사는 죽는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13년째 간호사로 재직중인 A씨는 태움을 이같이 정의한다.
"수십명의 동기들 대부분이 직간접적으로 태움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분명 간호계의 문화는 맞는거죠. 다만 그 정도와 방법이 제각각이기에 일반화 시키기가 어려운 것 아닐까요?"
실제로 A씨의 대학 동기들 중에서도 5~6명이 신규 간호사 딱지를 떼기도 전에 태움을 견디지 못해 이직을 하거나 간호사를 그만뒀다.
"동기 한명은 하루에도 두세번씩 차트나 볼펜으로 가슴팍이나 어깨 등을 맞았다고 하더라고요. 하지 않은 일까지 책임을 강요하기도 하고요. 태움이라는 것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그 정도인지는 몰랐어요."
A씨 또한 태움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죽하면 간호사들의 커뮤니티에서는 태움을 피하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도 공유하고 있다.
A씨도 이 노하우를 톡톡히 활용했다. 프리셉터가 배정되자 마자 매일 자비로 조각 케이크 등 간식을 날랐고 첫 월급 날에는 같은 병동 선배 간호사들에게 저녁을 대접하며 화장품을 선물했다.
"병원도 사람 사는 곳이잖아요. 마음을 다하면 예뻐해 주실꺼라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좋은 올드(10년차 이상의 경력 간호사) 선생님들을 만나서 문제 없이 병원에 적응한 것 같아요."
하지만 모두가 A씨와 같은 상황은 아니다. 그렇기에 대형병원에서 근무중인 B씨는 태움을 돌멩이에 죽는 개구리로 비유한다.
태우는 사람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소한 행동들로도 신규 간호사들은 사직을 생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규때 병원 행사에서 춤을 추라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춤을 워낙 못춰요. 워낙 강요를 하기에 업무지시가 아니니 하지 않겠다고 빠졌는데 그때부터 1년 넘게 태움을 당했어요. 말끝다마 똑순이 똑순이 하고…"
B씨는 그때부터 자신을 향한 태우기가 시작했다고 회고한다. 수간호사를 비롯해 선배 간호사들이 그를 '똑순이'라고 부르며 모든 일을 삐딱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을 잘 처리해도 '똑순이라 역시 일을 잘하네. 근데 왜 춤은 못출까?'라고 비꼬았고 실수 하나만 해도 '춤도 못추는데 일도 못하면 어쩌나 똑순이가'라고 지적했다.
말끝마다 붙어 다니는 '똑순이' 호칭으로 그는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고 심각하게 사직도 고려했다. 평생 그 말이 따라다닌다면 도저히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출근 시간만 되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똑순이'말이 들릴 때마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현기증이 났어요. 누군가는 별것도 아닌 일로 호들갑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말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에요. 그게 어떤 고통인지."
"신규 간호사 태우기는 피해망상일 뿐…근무기강 어쩔 수 없어"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말도 못할 고통으로 다가오는 '태움'이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정당한 업무 지시와 주의, 징계를 태움이라며 거부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대형병원의 수간호사 C씨는 태움을 일부 간호사들의 '피해 망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인과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자신을 피해자로 포장하는 그릇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몇 년전에 신규 간호사가 배정받아 왔는데 진한 화장에 향수까지 뿌리고 왔더라고요. 그래서 혹여 민망할까 싶어 탈의실에 불러서 주의를 줬죠. 환자들이 불편할 수 있으니 진한 화장과 향수는 자제하라고."
하지만 그 간호사는 반복해서 향수를 뿌렸고 결국 C씨는 지시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수차례 신규 간호사를 호되게 나무랐다.
간호사 근무 규정에 명시돼 있는 일인 만큼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몇일 뒤부터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자신이 신규 간호사를 태우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신규 간호사가 사직도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마치 제가 외모를 지적하며 신규를 태우는 몰상식한 사람이 되어 있는 거에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를 모르고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거죠. 환자들이 불편할 수 있으니 향수는 자제하라는 것이 괴롭히는 건가요? 그건 피해망상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지 않아요?"
일각에서는 근무 기강을 위해 일정 부분의 강도 높은 제재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신규 간호사가 병원에 익숙해지기까지 일부러라도 반복적인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년이 넘는 경력의 D간호부장도 이같은 얘기를 꺼내놨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현장의 특성상 일정 부분 인위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태운다는 표현이 부정적이어서 그렇지 일정 부분 그런 행위도 필요해요. 특히 신규 간호사들은 아직 임상에 적응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실수가 많거든요. 실수 하나에 심각할 경우 환자들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데 일부러라도 더 타이트하게 관리를 하죠."
그러면서 그는 임상현장에서 있었던 경험을 털어놨다. 자신 또한 신규 간호사를 태워봤다는 얘기였다.
시작은 그랬다. 신규 간호사가 배정받아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그가 받아놓은 오더가 아무래도 이상했다. 그래서 누구에게 받았는지 물었더니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냥 주치의라고 했다고 했다.
"아무리봐도 이런 오더가 내려올리가 없는 거에요. 그래서 누구한테 받았냐고 했더니 주치의라고만 했대요. 환자 몸에 들어가는 약을 누가 왜 오더를 내렸는지 파악도 안하고 엉터리로 받아놓은거죠. 왜 그랬냐고 했더니 말이 빨라 제대로 못 받아적었대요.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그 신규 간호사는 계속해서 실수를 연발했다. 심지어 투약량을 실수하는 적도 있었고 차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그는 더욱 더 신규 간호사에게 엄격하게 대했다. 모든 일에 대해 재차 확인을 했고 일부러 '군기'도 더 잡았다. 호통을 치고 주의를 주는 일도 잦아졌다. 자신의 일에 더 책임감을 가지고 집중하라는 의도였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실수를 덮어주다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어요. 만약에 그 간호사의 실수로 환자가 잘못되면 어떻게 책임을 지나요. 조금은 가혹할 수 있지만 엄해야 할 때는 엄하게 할 수 밖에 없어요."
태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임상 현장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신규 간호사는 7개월 뒤 결국 사직했다. 사직 이유에 선배 간호사들의 괴롭힘을 참기 힘들다는 사유를 남겨놓은 채로.
"매년 신규 간호사의 10~20%는 비슷한 이유로 사직을 해요. 좋은 간호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인데 괴롭힘이라고 생각하고 못견디는 거죠. 하지만 그들도 선배가 되어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봐요. 왜 그렇게 가혹하리만큼 엄하게 관리를 했는지. 그게 집단 괴롭힘이고 태움이라고 말해버리면 간호사 집단은 구제불능의 '또라이' 집단 아닌가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누군가는 이를 음성적인 집단 괴롭힘이라고 말하고 혹자는 이를 피해 망상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또한 일각에서는 조직을 지탱하기 위한 필요악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만큼 30만 간호사들의 머리속에 태움이라는 단어가 공존하면서도 각기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태움'은 간호계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도 공론화가 되지 못하는 소재중 하나다. 각기 다른 생각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도 신규 간호사는 죽는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13년째 간호사로 재직중인 A씨는 태움을 이같이 정의한다.
"수십명의 동기들 대부분이 직간접적으로 태움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분명 간호계의 문화는 맞는거죠. 다만 그 정도와 방법이 제각각이기에 일반화 시키기가 어려운 것 아닐까요?"
실제로 A씨의 대학 동기들 중에서도 5~6명이 신규 간호사 딱지를 떼기도 전에 태움을 견디지 못해 이직을 하거나 간호사를 그만뒀다.
"동기 한명은 하루에도 두세번씩 차트나 볼펜으로 가슴팍이나 어깨 등을 맞았다고 하더라고요. 하지 않은 일까지 책임을 강요하기도 하고요. 태움이라는 것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그 정도인지는 몰랐어요."
A씨 또한 태움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죽하면 간호사들의 커뮤니티에서는 태움을 피하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도 공유하고 있다.
A씨도 이 노하우를 톡톡히 활용했다. 프리셉터가 배정되자 마자 매일 자비로 조각 케이크 등 간식을 날랐고 첫 월급 날에는 같은 병동 선배 간호사들에게 저녁을 대접하며 화장품을 선물했다.
"병원도 사람 사는 곳이잖아요. 마음을 다하면 예뻐해 주실꺼라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좋은 올드(10년차 이상의 경력 간호사) 선생님들을 만나서 문제 없이 병원에 적응한 것 같아요."
하지만 모두가 A씨와 같은 상황은 아니다. 그렇기에 대형병원에서 근무중인 B씨는 태움을 돌멩이에 죽는 개구리로 비유한다.
태우는 사람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소한 행동들로도 신규 간호사들은 사직을 생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규때 병원 행사에서 춤을 추라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춤을 워낙 못춰요. 워낙 강요를 하기에 업무지시가 아니니 하지 않겠다고 빠졌는데 그때부터 1년 넘게 태움을 당했어요. 말끝다마 똑순이 똑순이 하고…"
B씨는 그때부터 자신을 향한 태우기가 시작했다고 회고한다. 수간호사를 비롯해 선배 간호사들이 그를 '똑순이'라고 부르며 모든 일을 삐딱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을 잘 처리해도 '똑순이라 역시 일을 잘하네. 근데 왜 춤은 못출까?'라고 비꼬았고 실수 하나만 해도 '춤도 못추는데 일도 못하면 어쩌나 똑순이가'라고 지적했다.
말끝마다 붙어 다니는 '똑순이' 호칭으로 그는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고 심각하게 사직도 고려했다. 평생 그 말이 따라다닌다면 도저히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출근 시간만 되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똑순이'말이 들릴 때마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현기증이 났어요. 누군가는 별것도 아닌 일로 호들갑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말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에요. 그게 어떤 고통인지."
"신규 간호사 태우기는 피해망상일 뿐…근무기강 어쩔 수 없어"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말도 못할 고통으로 다가오는 '태움'이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정당한 업무 지시와 주의, 징계를 태움이라며 거부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대형병원의 수간호사 C씨는 태움을 일부 간호사들의 '피해 망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인과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자신을 피해자로 포장하는 그릇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몇 년전에 신규 간호사가 배정받아 왔는데 진한 화장에 향수까지 뿌리고 왔더라고요. 그래서 혹여 민망할까 싶어 탈의실에 불러서 주의를 줬죠. 환자들이 불편할 수 있으니 진한 화장과 향수는 자제하라고."
하지만 그 간호사는 반복해서 향수를 뿌렸고 결국 C씨는 지시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수차례 신규 간호사를 호되게 나무랐다.
간호사 근무 규정에 명시돼 있는 일인 만큼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몇일 뒤부터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자신이 신규 간호사를 태우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신규 간호사가 사직도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마치 제가 외모를 지적하며 신규를 태우는 몰상식한 사람이 되어 있는 거에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를 모르고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거죠. 환자들이 불편할 수 있으니 향수는 자제하라는 것이 괴롭히는 건가요? 그건 피해망상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지 않아요?"
일각에서는 근무 기강을 위해 일정 부분의 강도 높은 제재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신규 간호사가 병원에 익숙해지기까지 일부러라도 반복적인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년이 넘는 경력의 D간호부장도 이같은 얘기를 꺼내놨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현장의 특성상 일정 부분 인위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태운다는 표현이 부정적이어서 그렇지 일정 부분 그런 행위도 필요해요. 특히 신규 간호사들은 아직 임상에 적응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실수가 많거든요. 실수 하나에 심각할 경우 환자들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데 일부러라도 더 타이트하게 관리를 하죠."
그러면서 그는 임상현장에서 있었던 경험을 털어놨다. 자신 또한 신규 간호사를 태워봤다는 얘기였다.
시작은 그랬다. 신규 간호사가 배정받아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그가 받아놓은 오더가 아무래도 이상했다. 그래서 누구에게 받았는지 물었더니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냥 주치의라고 했다고 했다.
"아무리봐도 이런 오더가 내려올리가 없는 거에요. 그래서 누구한테 받았냐고 했더니 주치의라고만 했대요. 환자 몸에 들어가는 약을 누가 왜 오더를 내렸는지 파악도 안하고 엉터리로 받아놓은거죠. 왜 그랬냐고 했더니 말이 빨라 제대로 못 받아적었대요.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그 신규 간호사는 계속해서 실수를 연발했다. 심지어 투약량을 실수하는 적도 있었고 차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그는 더욱 더 신규 간호사에게 엄격하게 대했다. 모든 일에 대해 재차 확인을 했고 일부러 '군기'도 더 잡았다. 호통을 치고 주의를 주는 일도 잦아졌다. 자신의 일에 더 책임감을 가지고 집중하라는 의도였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실수를 덮어주다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어요. 만약에 그 간호사의 실수로 환자가 잘못되면 어떻게 책임을 지나요. 조금은 가혹할 수 있지만 엄해야 할 때는 엄하게 할 수 밖에 없어요."
태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임상 현장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신규 간호사는 7개월 뒤 결국 사직했다. 사직 이유에 선배 간호사들의 괴롭힘을 참기 힘들다는 사유를 남겨놓은 채로.
"매년 신규 간호사의 10~20%는 비슷한 이유로 사직을 해요. 좋은 간호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인데 괴롭힘이라고 생각하고 못견디는 거죠. 하지만 그들도 선배가 되어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봐요. 왜 그렇게 가혹하리만큼 엄하게 관리를 했는지. 그게 집단 괴롭힘이고 태움이라고 말해버리면 간호사 집단은 구제불능의 '또라이' 집단 아닌가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