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전문가 포함된 '의료사고심의위'…사법부 영향력 우려"
"법관은 전문가 수준의 의료지식이 없기 때문에 지금도 전문위원이나 감정, 판단에 귀속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 또한 검사에게 부족한 의학적 지식을 채워주는 개념으로 (검사가) 결과적으로는 위원회 의견을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예측한다."법무법인 비에이치에스엔 오승준 대표변호사는 7일 메디칼타임즈와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필수의료 의료진 보호를 위해 추진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법무법인 비에이치에스엔 오승준 대표변호사는 필수의료 의료진을 위해 보다 두터운 보호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오승준 변호사는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후 제46회 사법시험을 합격했으며, 현재 보건의료 분야에서 다년간의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주요 정부기관의 소송대리 및 자문 업무를 맡아 공공기관의 법률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왔으며, 대한의사협회 의료사고배상공제회 및 현대해상 등의 의료소송에서도 소송대리인으로 활약하며 의료분쟁 해결에 기여했다.정부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료사고 수사를 위해 의료계, 수요자, 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칭)'를 신설할 계획이다.해당 위원회는 의료사고 발생 시 수사 초기부터 의료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필수의료 여부와 중대한 과실 유무를 판단해 검사에게 전문적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검사는 이를 참고해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이와 관련해 오승준 변호사는 "법령을 아무리 강하게 만든다 해도 위원회 의견을 반드시 따라야 된다고 제한할 수 없다"며 "결국에는 위원회 의견을 참고해 최종 판단은 검사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다만 그는 "현재 법원에 전문위원제도가 있는데 보통 법관은 전문가 수준의 의료 지식이 없기 때문에 의사 등을 전문위원으로 지정하고 의견을 듣는다"라며 "사실상 전문지식에 한해서는 전문위원이나 감정, 판단에 귀속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이어 "의료사고심의위원회 또한 결과적으로 검사에게 부족한 의학적 지식을 채워주는 개념이 가장 우선적인 목표"라며 "검사 입장에서는 본인이 의학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위원회 의견을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전했다.오승준 변호사는 필수의료 의사 유입을 위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의 경우 좀 더 두터운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오 변호사는 "환자 입장에서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사고 배상액이 적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의료사고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할 정도로 강한 비난 가능성이 있는 분야인지 먼저 고민해 봐야 한다"며 "어느 정도의 차등화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그는 "예를 들어 산부인과는 아무리 의학이 발전해도 출산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100% 예방할 수 없다"며 "하지만 현재는 보통 제왕절개가 조금만 늦어져도 곧바로 산부인과 의사의 책임을 묻는 것을 검토한다"고 주장했다.이어 "이러한 필수의료 분야는 과실 책임이 어느 정도 완화될 필요가 있다"며 "의사가 고의적으로 사고를 유발하거나 음주 집도를 하는 등의 경우는 징벌적 배상을 늘려 차등화를 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책임보험 강제는 부적절…의료계 자율성 보장해야"이외에도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의사가 환자에게 사과나 공감, 애도 등을 표현하더라도 추후에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오승준 변호사는 해당 내용과 관련해, 사소한 의료분쟁이 보다 원활하게 해결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평상시에 의사들에게 주로 강의하는 내용 중 하나가 과실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먼저 사과하거나 잘못을 인정하면 나중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법으로 규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판결문 등을 살펴보면 의사의 사과가 담긴 녹취록이 과실의 근거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빠르게 사과하고 인간적으로 접근했다면 원활하게 끝날 수 있었던 문제도 커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의사가 먼저 사과하더라도 손해 보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은 긍정적 변화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또한 의사협회가 의료인의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문제제기한 '책임보험 의무화'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정부는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을 보호하면서 환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지급하기 위해 모든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책임보호 가입을 의무화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현재는 의료사고보험공제가 병원별이 아닌 의사 개인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같은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의사별로 책임지는 손해배상액 규모가 천차만별인 상황.오승준 변호사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의사가 의료사고에 휘말렸을 때 아무리 큰 병원이라도 커버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병원은 입사할 때 가급적 배상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고하지만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는 의료사고 발생 시 배상 범위가 꼭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이어 "하지만 진료과목별로 보험료율에 차등을 두는 것 또한 의사협회공제나 현대해상 같은 보험사 플레이어들이 결정해야 될 문제"라며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부가 나서 강제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이는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