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복막투석 소멸 카운트다운…'월 40만원 관리료' 해법될까
복막투석은 의료진 사이에서 민감한 뇌관 중 하나다. 병의원에서 혈액투석실을 운영하는 개원의 입장에선, 복막투석을 확대하자는 학회의 주장이 현실을 외면한 구호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반대로 학회 역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의료 지속가능성과 환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 복막투석 활성화는 분명 필요하지만, 정작 회원들 사이에서 합의된 목소리를 끌어내지 못하면서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결국 고령화와 말기 신장병 환자 급증에 따라 '해야 하는 것(복막투석)'과 '하고 있는 것(혈액투석)' 사이의 간극이 10년 내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복막투석의 현실을 만들어낸 셈이다.이처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학회 임원이자 개원의라는 '중복된 정체성'을 가진 인물의 시선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대한재택의료학회 총무이사이자 대한투석협회 사업이사, 대한신장학회 일반이사, 동시에 부산에서 개원 중인 이동형 이사(범일연세내과). 그는 일선 현장과 학회 정책의 간극을 누구보다 절실히 체감하는 위치에 있다.그에게 최근 복막투석 활성화 방안으로 떠오른 '투석 관리료' 정책 수가 신설 방안의 의미와 정책 설계, 기대 효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관리료 '월 40만원' 제안…복막투석 심폐소생 가능할까복막투석의 장점이 거듭 강조되고 있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여전히 혈액투석이 압도적으로 선택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혈액투석은 수가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반면, 복막투석은 환자 스스로 시행하는 치료라는 이유로 의료진의 관리 행위에 대한 보상이 사실상 부재하기 때문이다.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최근 대한신장학회 태스크포스와 재택의료학회는 공동으로 '복막투석 재택치료 관리료' 카드를 꺼내들었다.핵심은 환자를 집으로 돌려보낸 뒤에도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상시 점검하고, 비대면 기반으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수가를 마련하자는 것이다.정책 수립 초기부터 제안에 관여해온 대한재택의료학회 총무이사이자 신장학회 일반이사인 이동형 이사는 제안의 배경과 구조를 '최소한의 안전판'이라고 설명했다.이동형 대한재택의료학회 총무이사그는 "복막투석은 환자가 매일 집에서 직접 시행하는 치료지만, 그렇다고 병원 밖에서 의료진의 역할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며 "오히려 문제가 생기면 환자는 즉각 의료진의 조언과 개입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 모든 관리가 무보수 상태로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혈액투석은 환자 1인당 월 12~13회 시술을 기준으로 청구금액이 월 200~250만원, 연간 기준으로 3000만원을 웃돌지만 복막투석은 환자가 스스로 시행하는 탓에 의료진의 수가는 잡히지 않는다.이동형 이사는 "혈액투석 장비, 시설비, 인건비를 충당해야 하는 의료기관 입장에선 수가가 없는 복막투석을 권유할 이유도, 유인도 없다"며 "이에 재택 투석이 활성화된 해외 제도를 벤치마킹해 복막투석 재택 관리료 개념으로 월 40만원의 정책 수가 신설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왜 '40만원'일까. 이는 단순한 추산이 아니라, 복막투석의 비용 효율성과 일본의 정책 사례를 반영한 결과다. 그는 "복막투석은 혈액투석에 비해 환자 1인당 월 최소 35만원에서 38만원까지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용역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정책 수가를 설계했고, 일본에서 재택 투석 관리료로 책정된 12만엔(한화 약 113만원)도 참고했다"고 밝혔다.복막투석 관리료는 단순한 모니터링 수가가 아니다. 이동형 이사는 "이 수가에는 복막투석 앱 기반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24시간 대기하는 의료진에 대한 보상 개념까지 포함돼 있다"며 "응급실에 영상의학과가 언제든 대기하듯, 복막투석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려면 그에 상응하는 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실제로 일본은 복막투석 환자의 응급 상황을 대비해 영상통화나 메시지 기반 실시간 상담 시스템을 운영한다.■"인슐린 용량 계산보다 복잡한 복막투석…관리료 필요성 충분"복막투석은 시작 초기에 반복되는 돌발 상황과 복잡한 판단 과정은 환자 혼자 감당하기에 벅찬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게의 경우 적절한 관리와 조언 없이 복막투석을 시작한 환자들은 중도에 포기하고 병원 기반의 혈액투석으로 전환한다.이동형 이사는 "복막투석은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용량 계산보다 더 복잡하다"고 단언했다.그는 "혈액투석은 병원에 와서 의료진이 모든 과정을 대신 해주지만, 복막투석은 환자가 직접 투석 주기와 농도, 투석액 교체 방식까지 모두 조정해야 한다"며 "환자가 식사를 많이 했는지, 몸무게가 얼마나 변했는지에 따라 매일매일 투석 설계를 달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특히 복막투석 초기 1~2년차 환자에게는 사소하지만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들이 많다. 배액이 덜 나오거나, 투석액 색깔이 붉거나 뿌옇게 변하거나, 카테터 위치 이상 등은 의료진의 판단 없이 대응하기 어렵다.이동형 이사는 "실제로 주 단위, 심지어 하루 단위로도 의료진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며 "복막염처럼 심각한 합병증이 아니어도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관 막힘, 재수술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야간에 피가 섞인 투석액이 나왔는데 어디에 전화해야 할지 모른다는 응급 상황이 발생해도 현재 구조에선 방치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불편함이 결국 환자의 혈액투석 선호도로 이어지게 된다.관리료가 국가 예산에 큰 부담을 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절감책에 가깝다.그는 "현재 복막투석 환자가 약 4700여 명이고, 1인당 연 480만원 수준의 관리료가 책정돼도 전체 예산은 250억원 정도"라며 "이는 조 단위의 건강보험 지출 속에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그는 "복막투석 관리료가 정책화되면 기대되는 효과는 명확하다"며 "혈액투석 환자 중 단 5%만이라도 복막투석으로 전환한다면 그 절감되는 비용 효과는 250억원을 훨씬 웃돌 뿐 아니라 지금처럼 환자 혼자 모든 걸 판단하다가 포기하고 혈액투석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도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동형 이사는 복막투석 관리료 신설은 단순한 수가 신설 논의가 아니라 치료 옵션을 제도권 내 유지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라고 설명했다.이어 "복막투석은 초보 운전과 같아 처음에는 사고가 많이 나기 때문에 충분한 백업이 필요하다"며 "초기에는 월 40만원 수준으로 관리료를 책정하고, 시간이 지나 환자가 익숙해지면 재평가를 통해 금액을 조정하는 식의 유연한 제도를 남인순 의원실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즉 관리료 신설은 복막투석이라는 치료 옵션이 제도권 내에서 살아남고, 활성화되기 위한 최소한의 인프라 비용인 셈이다.■복막투석 강제 전환한다? "개원의들 오해 산적"복막투석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은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 사이에서도 뚜렷하다.이동형 이사는 "일부 개원의들은 학회가 내세운 '2033년까지 복막투석 33% 확대'라는 말을 듣고, 일부 해외 국가들처럼 정부가 혈액투석을 억제하고 복막투석으로 강제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며 "이는 완전한 억측이자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학회가 말하는 33%는 강제가 아닌, 복막투석이라는 치료 옵션이 사라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생존 기반을 마련하자는 의미라는 것. 신장학회가 내세운 '복막투석 33% 확대' 구호는 선언적인 목표에 가깝다.이 이사는 "관리료를 중심으로 재택 복막투석, 재택 혈액투석, 신장이식 등 재택 치료 전체를 포함한 개념이라는 점에서, 특정 방식의 일방적 확대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10년 내 12%로 비중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고 단언했다.혈액투석 장비와 시설비, 직원 채용 등을 투자한 의료진들에게 관리료 신설이 유인책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이와 관련 이동형 이사는 "본질적으로 재택 치료 확대는 혈액투석과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개념"이라며 "앞으로 투석 인구가 폭증할 것을 고려하면, 복막투석과 같은 대체 모달리티 없이는 누구도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실제로 현재 혈액투석 환자는 지난 10년간 두 배가 늘었고,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10년 후에는 25만명에 이를 수 있다.이 이사는 "이미 연간 3조 2천억원에 달하는 투석 관련 진료비는 앞으로 6조, 7조로 불어날 가능성이 높아 혈액투석만으로는 시스템이 버틸 수 없다"며 "복막투석은 단지 하나의 치료법이 아니라, 전체 투석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안전밸브"라고 강조했다.그는 "복막투석을 모든 환자에게 권하자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환자에게는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며 "재정적으로도, 인력 구조적으로도 현행 투석 제도는 한계가 분명한데 복막투석은 그걸 보완하는 선택지이고, 지금은 그 선택지를 지켜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