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만 알면 되는 시대 끝나…고지혈증 치료 개벽 수준"

발행날짜: 2025-08-14 05:30:00
  • [학회라운지] 김은영 한국임상고혈압학회 학술위원장(서울특별시 동부병원)
    "쏟아지는 신약 개념잡기…알기쉬운 이상지질혈증 책자 단비"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스타틴 일변도에서 PCSK-9 억제제가 추가된 지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획기적이라 평가받는 RNA 기반 신약들이 줄줄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ApoC-III, ANGPTL3, Lp(a) 억제제 등 생소한 기전의 약물들이 임상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치료 전략의 기본 틀까지 재편하는 중이다.

자칫하면 처방 동향은 물론 이상지질혈증 대응의 개념부터 길을 잃기 쉬운 상황. 바로 이 시점에서 한국임상고혈압학회가 '알기쉬운 이상지질혈증 최신 업데이트'라는 제목의 책자를 펴냈다.

개원의들이 복잡해진 약제 지형 속에서 개념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고려해, '읽기만 해도 술술 이해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집필 과정에 참여한 김은영 학술이사(서울특별시 동부병원 내과)를 만나 집필의 동기 및 주요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지형도 급변…개념부터 기전까지 '개벽'

이번 책자는 2019년 발간한 소책자를 완전히 개정해 최신 치료제와 가이드라인 변화를 반영했다.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중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31.2%, 고중성지방혈증 유병률은 14.4%에 달했다.

유전적 소인이나 생활습관 요인으로 인한 지질 수치 조절 장애는 죽상경화증과 심혈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환자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심혈관질환 환자의 LDL-C 치료 목표치는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스타틴뿐 아니라 에제티미브, PCSK-9 억제제의 병용 처방도 증가하는 추세다.

김은영 학술위원장은 "유럽·미국·한국 3개국 가이드라인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며, 국내 현실에 맞는 방향을 도출했다"며 "단순 요약이 아니라 개념과 맥락을 이해하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ACC/AHA(2018)와 유럽 ESC/EAS(2019) 가이드라인은 고위험군 및 초고위험군에서 고강도 스타틴에 에제티미브와 PCSK-9 억제제를 적극적으로 추가해 LDL-C를 최대한 낮출 것을 권고한다.

또 LDL-C 조절 후에도 잔존 위험인자 평가를 위해 TRL, ApoB, Lp(a) 측정을 권고하고, 두 번째 목표 지표로 non-HDL-C를 제시한다.

김 위원장은 집필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신약 등장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예전에는 스타틴, 에제티미브, 페노피브레이트, 오메가3 정도를 돌려 쓰는 게 전부였지만, 지금은 mRNA를 타깃으로 한 약만 8개가 개발됐고, 그중 2개가 이미 고지혈증 치료제"라고 했다.

실제로 ApoC-III와 ANGPTL3는 중성지방 대사에 관여하는 LPL을 억제하는데, 이들의 농도를 낮추면 ASCVD 위험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연구가 활발하다.

이를 표적으로 한 단클론항체와 RNA 번역 억제제는 현재 가장 유망한 접근 방식으로 꼽히며, ApoC-III 억제제로는 볼라네소르센과 올레자르센, ANGPTL3 억제제로는 부파노르센과 에비나쿠맙이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책자 1~4장은 대사와 지질 이상 개념을 다루는 데 집중했다. LDL 계산 방법, LDL을 치료 기준으로 삼는 이유 등 기초부터 설명한 뒤, 진단과 치료 파트로 넘어가는 구성이다.

김 위원장은 "당뇨병 약제보다 이상지질혈증 약제가 훨씬 빠르게 발전하는 것 같다"며 "개원의들이 최신 정보를 한눈에 정리할 수 있도록 기초와 최신 지식을 모두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전자 검사나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어야 하고, 스타틴·에제티미브를 써도 목표 LDL-C에 도달 못한 경우에만 PCSK-9 억제제 처방이 가능해 개원가가 원활히 쓰기는 쉽지 않다"며 "그렇지만 지금 쓰지 못한다고 해서 앞으로도 못 쓰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경구형 PCSK-9 억제제와 3~6개월 간격으로 맞는 인클리시란 같은 장기 지속형 주사제, 그리고 ANGPTL3 억제제, MTP 억제제(로미타피드), ApoB-100 억제제(미포멀슨), Lp(a) 억제제(펠카센·올파시란) 등도 주목할 신약으로 꼽힌다.

이런 약들이 상용화되면 대학병원 환자들도 개원가에서 관리받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 그런 '미래 환경'을 위해서라도 이 책자가 꼭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논란이 있는 약제도 배제하지 않았다. 중성지방 저하 효과를 두고 수십년간 효용성 논란이 지속된 오메가3가 그런 경우.

최신 데이터에서는 하루 4g 복용 등 고용량, 정제 성분에서만 효과가 있다고 제시했으나 이를 반박하는 연구도 나와 정리가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은 "오메가3와 관련해 상충된 데이터가 지속되고 있고, 실제 효용이 있더라도 이 기준에 맞도록 실제 처방·복용마저 쉽지 않다"며 "결국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도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은 그 안에 있는 콜레스테롤 성분이라는 것이 최근의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 1차 약은 스타틴으로 접근하고 그 이후 중성지방약, 이후 오메가3를 옵션 개념으로 쓰기 때문에 굳이 오메가3를 배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논란이 있는 부분도 검증의 한 과정이고 다양한 가이드라인도 이를 반영해서 보수적으로 권고하고 있어 책자도 오메가3를 누락시키는 것 대신 논란을 다 포함해서 넣었다"고 했다.

책자는 우선 학술대회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배포되며, 향후 일반인 대상 고혈압 책자와 연계한 보급 방식을 검토 중이다.

김 위원장은 "진료 현장에서 바로 참고할 수 있도록 만들었지만, 책자 뒤에는 일반인 Q&A 코너도 넣어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강의를 듣는 것처럼 쉽고 자연스럽게 최신 지식을 접하도록 하는 게 목표였고 1년간 매달려 책자를 만든만큼 그 목적에 어느 정도 부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학술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