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이종선 총무부회장

'춘래불사춘', '양화구복', '결사항전'…….
지난 전국 광역시도 대의원총회에서 나온 단어들이다.
국제적 전쟁과 분쟁, MAGA에 의한 관세 전쟁 등으로 국제적 혼란이 극에 달하고, 비상계엄, 탄핵, 대선에 따른 정치 혼란, 산불 재난 등으로 의료계 내외에 문제들이 정말 많다.
14개월 이상 지속되는 의정 사태 속에서도 의료계가 반대하는 법안들이 많이 발의되어 착착 진행되고 있어 착잡하다. 마치 오래전에 만들어진 계획에 따라 좋지 않은 방향으로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랄까.
'블랙리스트' 논란 중에 의료법 시행령 및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고, 독립성·전문성·자율성 문제로 반대한 의사 추계위법의 통과, 간호법 통과와 6월 21일 시행에 앞서 진료지원 간호사 업무 범위 구체화로 의사 면허가 필요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하려는 하위 법령 제정 시도가 있었다. 의료계가 반대해 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발표는 개원가 위축, 실손 보험사를 위한 비급여 통제, 중대 과실 개념 도입에 따른 불완전한 의료사고 안전망 등의 가능성으로 의료계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부디 4월 13일 의료 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회의 및 대선기획본부 출범식, 4월 20일 전국의사궐기대회, 4월 27일 의협 제77차 정기대의원총회 등을 통해 현 사태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이비인후과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의대 졸업이나 전공의 지원 시즌이 되면, 의대를 선택한 이유는 너무 먼 옛날(?)이라 선택한 과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이비인후과 개원가가 어려움에 빠질 때면 더 자주 생각했지만. 어쩌다 이비인후과를 선택하여 수십 년을 살아가고 있을까?
전공의 면접장에서의 대답은 "이비인후과는 내과적·외과적 질환을 모두 공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이다. 또한……" 그러나 잘 모르겠다. 어쨌든 30여 년간 이비인후과 의사로 생활하면서 그 당시를 떠올릴 때면 우리 과의 장점과 단점을 살펴보며 미래를 대비하려 노력해 본다.
모든 국민이 지난 14개월 동안 '낙수효과'라는 표현을 너무나 많이 들었다. 우리 과는 10여 년 전부터 외부 상황에 따라 급변하고 '천수답(天水畓)'처럼 수동적인 의원 운영을 지속하면 어두운 미래에 빠진다는 위기의식 속에 취약한 진료 패턴을 바꾸기 위해 노력을 해오고 있다.
2015.10.2 건정심에서 차등수가제가 폐지되었지만 외래 환자 수는 계절, 감염병, 정책, 내수(domestic demand) 상황에 따라 변동이 커 의원 운영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감염병이 휘몰아칠 때마다(2016 MERS, 2020 코로나19 등) 휘청이는 의과가 많겠지만 단연 이비인후과는 최상위 피해과다. 특히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많은 동료가 폐업하거나 이전(移轉), 진료과목 변경 등 새로운 선택을 하였다. 외부 환경이 변하더라도 일정한 외래를 유지할 수 있는 특성화된 진료 패턴을 연구, 교육, 홍보하기 위해 많은 분이 노력해 오고 있으나 '아직도 배가 많이 고프다'.
2020.4.29 정부와(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 남부터미널 근처 간담회에서(피해가 큰 의사회의 상황을 직접 듣기 위해 먼저 제의하여 만나게 되었다) 자포자기식으로 하소연했던 기억이 난다.
"차라리 요즘이 훨씬 편하고 좋다. 앞으로도 진료가 이런 정도로 유지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니, 배석했던 연구원께서 이유를 묻기에 "외래 환자 수가 확 줄어드니 교과서적으로 심도 있게 진료할 수 있고, 육체적으로도 덜 피곤하고, 시간이 남으니 평소 못 했던 공부나 업무를 볼 수 있다. 아울러 장터 같던 병원도 차분해졌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지금과 같이 외래를 유지해도 문제가 없게끔 수가를 올려 주면 좋겠다고 답을 하였다. 5월 1일부터 시작될 수가협상에서 구조와 상황 개선을 통해 현실적인 수가 인상으로 응답받길 염원한다.
다른 과에서 보기에 이비인후과가 개원이 편하고 수가 항목이 많으며 높은 편이라고 하시는 분이 있는데, real field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오랫동안 많은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해 박탈감도 든다'고 말한다.
이비인후과는 급여가 대부분인 '유리지갑'으로 매출이 하위권인데도 자율점검이나 (현지)조사의 증가, 늘어난 검사 건수 항목에 대한 규제성 고시나 지침 신설, 일부의 비급여조차 통제하려는 움직임 등은 늘어나는 의료소송과 별도로 낮은 수가에 허덕이는 개원가 현실과 괴리 있는 정책 방향이라 생각한다.
지속되는 의정 사태 속에서 발표되는 일련의 정책들은 1차 의료기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객관적 지표들을 향후 보험부에서 기고해 주길 부탁한다.
어느 진료과나 배워야 할 부분이 많겠지만, 이비인후과 특성상 질환 부위가 좁은데도 배워야만 하는 것들이 어찌나 많은지. 전공으로 이비인후과를 선택하기 전에는 만만하게 봤던 게 사실이다. 내과적·외과적으로 두루두루 익혀야 하기에 그런가?
질환 부위가 좁기에 내시경·현미경이 발달하기 전에는 더 어려웠다. 그렇지만 열정적인 학술부 덕분에 편하고 쉽게 배워나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 우리 과가 유독 잘 화합하고 소통이 잘되는 바탕에는 총무부와 정책부, 보험부, 학술부뿐 아니라 회원들을 위해 묵묵히 봉사하는 공보부를 빼놓을 수 없다.
분기별로 '헤드미러' 회보와(개원가 대회에서 우승하고 국립중앙도서관에 비치된다) '뉴스레터' 웹진을 발행하며, 회원의 절반이 매일 접속하는 홈페이지를 관리한다. 이렇게 파트로 나뉘어 각자의 영역에서 이비인후과를 위해 오랫동안 헌신해 오신 분들이 있기에 어려운 진료환경에서도 서로에게 기대며 잘 이겨내고 있다.
이분들께 감사 인사드리며 정말 정말 "폭싹 속았수다". 저수가와 일정하지 않은 외래, 많은 규제로 미래가 불안하고 'well-being'을 모르겠지만 이들이 있기에 이비인후과가 좋고 이비인후과 동료들이 좋다.
다시 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