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2 양성 진행성 유방암 1차 치료에 '이중항체' 새 지평
중국 베이징 의대 암센터 쉬빙허 교수가 유럽임상종양학회에서 HEALER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마드리드 박상준 기자]HER2 양성 진행성·전이성 유방암의 1차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아온 '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도세탁셀(THP)' 3제 병용요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이중항체 기반 치료 옵션이 등장하면서 패러다음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유럽종양학회(ESMO)는 24일 1만여명이 지켜보는 초대형 학술회장인 HALL 6에서 HER2 이중 에피토프 표적 항체인 '안베니타맙(Anbenitamab)'과 알부민 결합 도세탁셀 제형인 'HB1801' 병용요법이 기존 표준 요법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준다는 내용의 HEALER 연구(NCT05838066)를 발표했다. 지침 변화 가능성을 제시한 만큼 이 연구는 발표 동시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도 실렸다.기존 THP 3제 요법의 한계 넘은 '단일 이중항체 + 차세대 탁센' 조합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은 과거 CLEOPATRA 임상 이후 트라스투주맙과 퍼투주맙의 이중 차단에 화학요법(도세탁셀)을 더한 THP 요법이 글로벌 1차 표준 치료로 확립되어 있었다. 그러나 치료 지속 시 발생하는 내성과 독성 문제는 여전히 미충족 수요로 남아 있었다.이번 연구의 핵심 약물인 안베니타맙(KN026)은 HER2 수용체의 서로 다른 두 부위(도메인 II 및 도메인 IV)에 동시 결합하는 이중항체(biparatopic antibody)다. 기존처럼 트라스투주맙과 퍼투주맙 두 종의 단클론항체를 각각 투여하지 않고 단일 약제로 두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HER2 수용체의 내재화(클러스터링 및 분해 촉진)를 유도하고 강력한 항암 활성(ADCC 등)을 나타낸다.함께 병용된 HB1801은 기존 도세탁셀 주사제에 쓰이던 유기용매(폴리소르베이트 80 등) 대신 인체 혈청 알부민에 결합한 나노 제형으로, 고용량 스테로이드 사전 투약 없이 신속한 투여가 가능하고 주사 부작용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이 연구는 중국에서 수행된 무작위 배정 다기관 3상 임상 연구다. 이전에 전신 치료를 받지 않은 HER2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 883명을 대상으로 안베니타맙+HB1801 투여군과 기존 표준 요법군(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도세탁셀)을 일대일로 비교했다.그 결과, 독립적 중앙 맹검 평가(BIRC)로 분석한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에서 안베니타맙+HB1801군은 기존 대조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임상적으로 뚜렷한 질병 진행 위험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또한 주요 2차 평가지표인 전체 생존기간(OS)에서도 안베니타맙 투여군이 대조군 대비 연장되는 긍정적인 경향을 보였다.1차 평가지표 'PFS' 유의미하게 연장… 전체 생존기간(OS) 개선 경향도 확인HEALER 연구의 주요 결과질병 진행 또는 사망 사건 401건이 발생한 시점(중앙 추적 관찰 21.0개월)에서 사전 계획된 중간 분석을 진행한 결과, 24개월 시점의 무진행 생존율(PFS rate) 추정치는 안베니타맙+HB1801군이 58.5%로, 표준 THP군(34.4%)보다 24.1%포인트 높았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비(HR)는 0.46(95% CI, 0.37~0.56, P<0.001)으로, 기존 표준요법 대비 진행 및 사망 위험을 54% 유의하게 줄였다.종양 축소 효과를 나타내는 2차 평가지표인 객관적 반응률(ORR) 역시 안베니타맙+HB1801군이 87.6%를 기록해 THP군(73.4%)을 상회했다.HEALER 연구의 주요 결과. 생존율 개선도 기대하고 있지만 좀더 관찰이 필요할 전망이다.안전성 평가에서는 3등급 이상의 중증 이상반응 발생률이 안베니타맙군 45.9%(204/444명), THP군 34.4%(151/439명)로 집계됐다. 두 치료군 모두 가장 빈번하게 보고된 3등급 이상 이상반응은 호중구 감소증(안베니타맙군 13.1%, THP군 8.4%)이었으며, 치료 관련 사망으로 이어진 이상반응은 두 군에서 각각 2명씩 발생해 전반적으로 관리 가능한 프로파일을 나타냈다.주로 관찰된 부작용(소화기계 증상, 발진, 말초 신경병증 등)은 대부분 1~2등급 수준으로 대증 치료를 통해 관리가 가능했다.현장에서 발표를 마친 베이징 의대 암센터 쉬빙허 교수는 메디칼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이번 임상은 HER2 표적 이중항체 기반 병용요법이 기존의 1차 표준 이중 차단 요법(THP)을 상대로 직접 비교 3상에서 우월성을 입증한 주요 이정표"라며, "안베니타맙과 HB1801의 조합은 복잡한 3제 병용 치료를 보다 효과적이고 간결한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차세대 1차 치료 전략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현장에서 나온 반응은 뜨거웠다. 무엇보다 10년 이상 지속된 THP 표준 요법을 넘어선 획기적 성과였다는 점에서다.워싱턴의대 사라 허비츠 교수는 "2012년 CLEOPATRA 임상 이후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1차 치료는 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도세탁셀(THP) 3제 요법이 확고한 글로벌 표준이었는데,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54%나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은 10여 년간 깨지지 않던 1차 치료 표준을 압도한 매우 인상적인 결과"라고 호평했다.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현장 평가자들은 종양학자들은 두 개의 독립된 항체를 따로 투여하는 것보다, 하나의 항체가 동일 수용체의 두 에피토프를 동시에 잡으면서 HER2 수용체의 클러스터링(뭉침 현상) 및 세포 내 분해를 더욱 강력하게 유도한 것이 무진행생존기간(PFS) 대폭 연장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아울러 전문가들은 알부민 나노 제형인 HB1801을 결합함으로써 사전 스테로이드 투약 부담을 줄이고 주입 시간을 단축시킨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3등급 이상 이상반응(45.9% vs 34.4%) 및 호중구 감소증 비율이 다소 높게 관찰된 점에 대해서는 "효과가 강력해진 만큼 혈액학적 독성에 대한 모니터링과 적극적인 대증 치료 관리가 필요하다"는 반응이다.한편 안베니타맙과 HB1801 병용요법은 진행성 유방암 1차 치료뿐만 아니라 수술 전 보조요법(선행화학요법)에서도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을 대폭 개선하며 적응증 확대를 위한 신약 승인 신청(NDA) 단계에 진입해 있어, 글로벌 유방암 치료 시장에 미칠 파급력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