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철 교수 "한 사람·한 기업이 만든 성과 아냐" 협력 강조
국내 병원, 신약개발 주도 위해 지속 가능한 환경 만들어야
[메디칼타임즈=김민건 기자]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의 성공을 이끈 핵심 요인으로 중개연구와 산학연 협력이 꼽혔다. 다만 제2의 렉라자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개별 연구자나 기업 노력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신약개발을 지속적으로 이끌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조병철 연세대 의대 종양내과 교수는 13일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2026 코넥트 임상시험 국제 콘퍼런스' 기조강연에서 렉라자의 개발 경험을 소개하고 국내 신약 임상개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조 교수는 렉라자가 특정 연구자나 기업의 독자적인 성과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렉라자는 한 사람, 한 기업이 개발한 게 아니다"라며 "렉라자의 기적은 바이오텍과 학계, 제약산업 그리고 중개과학의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렉라자의 개발 과정에는 후보물질을 발굴한 제노스코를 비롯해 유한양행, 국내 임상연구진, 글로벌 제약사 얀센 등이 참여했다.
조 교수는 초기 개발 과정에서 제노스코 고종성 박사와의 만남을 계기로 연구가 시작됐으며, 당시에는 연구를 뒷받침할 자금조차 충분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후 유한양행이 개발에 참여하고 임상연구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글로벌 신약으로 성장할 기반이 마련됐다. 2018년 얀센과의 기술이전 계약은 글로벌 임상개발을 본격화하는 전환점이 됐다.
렉라자는 이후 얀센의 이중항체 항암제 리브리반트와 병용하는 임상개발로 확장됐으며, 해당 병용요법은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조 교수는 이 같은 성공을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후보물질에 대한 신뢰와 연구진의 열정, 개발 과정에서의 용기, 여러 주체 간 협업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다음 성공을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다음의 성공을 위해 우연에 기댈 수 없다"며 후보물질 발굴부터 중개연구, 임상개발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대형병원이 수행해야 할 역할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국은 우수한 의료진과 환자 모집 역량, 임상시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신약개발의 주도권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중개연구 역량과 제약·바이오기업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임상개발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가설 수립부터 적절한 환자군 선정, 임상시험 설계, 바이오마커 연구까지 일련의 과정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병원과 바이오기업의 협력뿐 아니라 의사과학자 양성, 다학제 연구팀 구축, 임상·유전체 데이터 활용 등을 통해 지속적인 신약개발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국내 병원이 글로벌 제약사의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신약개발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더 많은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 차세대 렉라자와 같은 성공 사례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