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 강석민 이사장, 복합제 치료의 맹점 지적
국내 환자군 변화 등 저용량 복합제 긍정 효과는 인정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복합제 치료를 시작하는 법은 가이드라인에 있지만 환자 상태가 악화됐을 때 어떻게 복합제를 줄여야하는 지에 대해선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대한심장학회 강석민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30년 임상경험을 쌓아온 시니어 의사로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저용량 복합제 치료에 대한 딜레마를 던졌다.
그에 따르면 약 한알로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동시에 잡는 저용량 복합제가 표준으로 자리잡는 가운데 일선 제약사들은 앞다퉈 새로운 조합의 복합제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복합제 대세론의 이면, 즉 '단계적 감량 전략의 부재'는 현장 의사들은 임상 현장에서 딜레마를 경험하곤 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고령 환자가 감염병으로 입원하거나 체중이 급격히 줄었을 때, 여러 성분이 한 알로 묶인 복합제는 어떤 성분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즉각 파악하기 어렵다. 혹은 저혈압이 왔을 때 혈압약 성분 때문인지, 지질강하 성분의 영향인지 분리해 판단하는 것은 결국 의사 개인의 임상 경험에 의존해야 한다.
강 이사장은 그럼에도 복합제가 대세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복약 순응도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은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다. 이런 환자들에게 알약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높은 심리적 장벽으로 당뇨약·관절염약 등 이미 여러 약을 손에 쥐고 사는 고령 환자나 대사증후군 환자라면 더욱 그렇다.
강 이사장은 "혈압과 지질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복약 순응도"라며 "저용량 복합제는 알약 수를 줄여 임의 중단율을 극적으로 낮추고 장기 예후 관리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부작용 측면에서도 복합제가 유리하다. 단일 성분의 용량을 무리하게 올리면 치료 효과는 한계에 부딪히는 반면 부작용 위험은 가파르게 올라간다.
스타틴 고용량 투여 시 LDL 콜레스테롤 추가 강하 효과는 약 6%에 그치지만, 근육통·근육병증·신규 당뇨병 발생 위험은 유의미하게 높아진다.
반면 기전이 다른 성분을 저용량으로 조합하면 각 성분의 용량을 낮게 유지하면서도 목표치에 더 빠르고 안전하게 도달하는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연구진이 주도한 다기관 임상에서도 중등도 스타틴에 에제티미브(소장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차단하는 성분)를 더한 복합 요법이 단독요법보다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 도달에 월등히 유리하다는 것이 연구 결과가 확인됐다.
국내 환자 구성의 변화도 복합제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인구 증가로 30~40대에서 고혈압·고지혈증·중성지방 상승을 동시에 갖는 대사증후군 환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이사장은 "혈관 내피세포가 아직 회복 가능한 단계일 때 초기부터 저용량 복합제로 뇌·눈·심장·콩팥 등 표적장기를 보호해야 미래의 심혈관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혈압약이 혈압을 낮추는 것을 넘어 혈관 자체를 보호하는 효과를 갖는 만큼, 조기 개입의 수단으로 복합제의 역할이 더욱 커진다는 얘기다.
강 이사장은 편리함이 의사의 정교함을 대체해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복합제로 치료를 시작하되, 환자 삶에 변화가 생기는 순간에는 언제든 약제를 해체하고 재조정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복합제 시대일수록 처방의 시작보다 대응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