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1팀 이지현 기자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한 내과 개원의는 지난 2022년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수십 년간 고혈압과 부종 치료의 터줏대감이었던 이뇨제 '클로르탈리돈(하이그로톤 등)' 성분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당시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약이 바뀐 이유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고, 조절되던 혈압 수치가 오르락 내리락하는 환자들에게 다른 약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그로부터 수년이 흐른 2026년 4월,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으로 다시 한번 약가 인하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보건당국은 건보 재정 절감액을 성과로 발표하지만, 진료 현장의 임상 의사들이 보내는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의사들이 약가 인하를 단순히 제약사의 이익 문제로 치부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원가 수준에 근접한 '저가 필수약'의 경우, 단 몇 십 원의 약가 인하가 제약사에는 생산 포기를 결정하는 최종 선고가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핵 치료의 마지막 보루인 '파스(지결핵제)'나 필수 기초 의약품들이 겪어온 반복적인 품절 사태는 의사들에게 트라우마다.
당장은 공급이 재개되었다 하더라도, 이번 약가 재평가 결과에 따라 언제 또 '생산 중단' 통보가 날아들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큰 게 사실이다. 의사들에게 약가 인하는 단순한 숫자 조정이 아니라, 치료의 연속성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경고등'과 같다.
의사에게 가장 큰 무기는 '익숙하고 검증된 약'이다. 환자마다 다른 미세한 반응을 파악해 최적의 처방 조합을 완성하는 데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의 시간이 걸리지면 정부의 경제논리에 손상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의사가 선택한 최선의 약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사라질까 봐 전전긍긍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물론 건강보험 재정 보호는 중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사가 수년 간 신뢰해온 치료 도구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현상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필수의약품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언제나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약가 인하의 칼날이 예리해질수록, 임상 현장의 처방 안정성은 무뎌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약가 인하 고시를 내놓기 전, 이것이 현장에서 어떤 '도미노 생산 중단'을 불러올지, 그리고 그것이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를 얼마나 훼손할지 진지하게 복기할 필요가 있다. 임상 현장에서 보내는 의사들이 불안한 시선은 결국 국민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