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의전원 공약 정책 아닌 판타지

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발행날짜: 2026-03-30 05:00:00
  • 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메디칼타임즈=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서울시립대 의전원 공약' — 이것은 정책이 아니라 판타지다

선거철이 되면 어김없이 의료 공약이 등장한다. 문제는 그 공약이 의료 현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의 손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탁상 위의 상상에서 빚어진 것인지를 국민은 구별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윤희숙 전 의원이 서울 공공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서울시립대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결정된 3342명 증원 중에서 서울시립대 의전원에 40명 정원만 배정해달라며, 재정은 서울시가 전액 책임지고 국가 예산에 손 벌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전공 과목은 내과, 소아과, 정신과, 재활의학과로 한정하고, 졸업 후에는 15년간 서울시 산하 공공의료기관에서 의무 복무하게 하겠다고 했다.

듣기에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30년 임상 경험을 가진 의사의 눈으로 이 공약을 들여다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허구와 무지의 결합이다. 정중하게 말할 수 없다. 이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공약이다.

의과대학은 간판만 달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일은 건물 하나 짓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초의학 교육을 위한 해부학·생리학·병리학·약리학 전임 교수진이 필요하고, 이들이 연구하고 실험할 수 있는 실험실과 시설이 있어야 한다. 임상의학 교육을 위해서는 교육병원이 필수이며, 그 병원에는 충분한 수의 지도전문의와 환자군이 확보돼 있어야 한다. 의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갖추려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양쪽의 엄격한 인증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40명이라는 소규모 정원이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소수 정원일수록 학생 한 명당 소요되는 운영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전국 어느 의과대학도 소수 정원으로 운영되는 곳이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전임 교수 인건비, 기초실험 장비 구축비, 임상실습 비용, 학생 장학금까지 합산하면 실제 소요 예산은 수천억 원 규모를 쉽게 넘어선다. "서울시 예산으로 전액 책임지겠다"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는 조금만 계산해 보면 안다.

'전공 지정' 발상, 어디서 나온 것인가

더 경악스러운 것은 전공 과목을 내과, 소아과, 정신과, 재활의학과로 처음부터 못 박겠다는 구상이다. 이 발상이 의료 교육과 수련 체계를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의학교육은 6년간의 의대 과정과 1년의 인턴, 4년의 전공의 수련으로 구성된다. 의대 교육과정은 특정 전공에 특화된 것이 아니라 의사로서의 기본 역량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외과학이 없는 의대, 산부인과 교육이 없는 의대, 응급의학이 배제된 의대는 존재할 수 없다. 의대 교육과정은 의평원(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 기준으로 엄격히 규정돼 있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졸업생은 의사 면허 시험조차 볼 수 없다.

'소아과만 가르치는 의대'는 '수학만 가르치는 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다. 교육 체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원하는 전공을 배정하고 싶다면 그것은 의대 설립이 아니라 전공의 수련병원 확충과 처우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의료인력 수급 문제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서울은 정말 공공의료 공백 지역인가

윤 후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빅5 병원들이 있지만 그 병원 문 앞까지 걸어갈 수 없는 사람, 119를 누를 엄두도 못 내는 사람이 서울에도 수없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해법이 왜 의전원 신설이어야 하는가.

서울시는 이미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동부병원, 북부병원, 서남병원, 은평병원 등 다수의 시립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의료 인프라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이 기관들이 제 기능을 못 하는 이유는 의사가 없어서가 아니라, 민간에 비해 열악한 처우와 경직된 운영 구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시립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야간진료, 정신건강의학과 외래를 강화하고 싶다면 의전원을 신설할 것이 아니라 그 과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급여와 근무환경을 개선하면 된다. 그것이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해법이다.

15년 의무복무라는 조건을 내건 공약도 마찬가지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최소 10년을 투자한 사람에게 졸업 즉시 15년 복무를 강제하는 것은, 아무리 전액 장학금을 준다 해도 지원자를 구하기 어렵다.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자격은 대졸 이상이므로, 15년 복무가 끝나는 시점이면 이미 40대 후반이다. 이 공약은 현실적인 인력 수급 계획이 아니라 선거용 슬로건에 불과하다.

KDI 출신 경제학자에게 묻는다

윤희숙 후보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경제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 경력이 사실이라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학자라면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이 비용 대비 효과다. 수천억 원을 투입해 40명을 양성하고, 그들이 15년 복무를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 동안 서울시 공공의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의전원 설립으로부터 최소 20년 후다. 그 비용과 시간으로 현존하는 시립병원 인력의 처우를 개선하면 지금 당장 효과가 나타난다.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 정책인지는 경제학의 기초를 아는 사람이라면 판단할 수 있다.

의료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교육, 수련, 면허, 수가, 개원, 전문화가 촘촘히 맞물려 있다. 그 시스템을 이해하지 않은 채 '내 것도 하나 만들겠다'는 식의 접근은, 의료계에 대한 무지이자 국민에 대한 무례다.

공약은 약속이 아닌 계약이다

선거 공약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유권자와의 계약이다. 이행 불가능한 약속을 아름다운 포장지에 싸서 내미는 행위는, 표를 얻기 위한 기만이다.

'서울시민만을 위한 의료사관학교'라는 말은 감동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그 말 뒤에 구체적인 교수 확보 계획도, 교육병원 운영 방안도, 실질적인 예산 계획도 없다면, 그것은 언어로 포장한 허상이다.

의료 공약은 다른 어떤 공약보다 정밀하게 검증돼야 한다. 잘못된 의료 정책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이 공약의 민낯을 직시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의료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일을 이제는 멈추기를 촉구한다.

모르면 물어봐야 한다. 알지도 못하면서 만들겠다고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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