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가업' 문화→'글로벌 경영' 체질 개선 없인 스톱
상법개정 이후 주총…'자사주' 경영권 방어 수단 한계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올해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제약바이오 업계가 분주하다.
임기 만료를 앞둔 수장들의 거취와 새롭게 후계자들이 등판하면서 과거 '전통적 가업'에서 '글로벌 경영'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상법개정안으로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서 인사 혁신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약사 주총에 부는 '인사 혁신' 바람
3일 제약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총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오너 3·4세들이 경영에 전면 등장했다는 점이다. 과거 이들이 경영권 수업을 위해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는 수준이었다면, 2026년 주총에서는 주인공으로 설 예정이다.
국제약품 남태훈 부회장이 단독 체제를 강화하고 보령 김정균 대표가 우주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젊은 오너들은 과거의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비주력 사업부를 정리하거나, AI 기반 신약 개발 등 디지털 전환(DX)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오너가의 전진 배치와 동시에, 전문 경영인(CEO)의 선임 기준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과거 국내 영업통 중심의 CEO가 주목받던 시절에서 '해외 허가(FDA/EMA) 경험과 '빅파마 네트워크'를 보유한 인물이 귀한 몸이 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상법 개정 이후로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라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면서 이번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제약업계는 이사회를 오너의 의중을 전달하는 통로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집중투표제 도입 압박과 찬반 주식수 공시 의무화로 인해, 무색무취한 인사 선임은 거센 반대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사주 마법' 끝났다…소각 압박에 직면한 제약사들
올해 주총에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상법 개정안에 따른 '자사주 소각' 이슈다. 그동안 K-제약사들은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의 보루'로 활용해왔다.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이나, 우호 세력에게 자사주를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식이 흔히 쓰였다.
하지만 정부의 상법 개정안이 이 '꼼수'를 정조준하면서 제약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개정안은 자사주 상장폐지나 인적분할 시 자사주 신주 배정 금지 등을 골자로 하고 있어, 들고만 있던 자사주는 이제 가치 제고를 위해 '소각'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시총 대비 자사주 비중이 높은 대형 제약사나 지주사 체제 전환을 검토 중인 제약사에게 이번 주총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셀트리온이 수조 원대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며 시장의 기준점을 높여놓은 상태로 현금 흐름이 경색된 중소 제약사들은 주총장에서 주주들의 압박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한 경영권 분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미약품에게 자사주는 양날의 검이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한 것이 핵심. 한미약품 이사회가 자사주를 특정 세력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매각하려 할 경우, 당장 '배임'과 '주주 가치 훼손'이라는 사법적 리스크와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피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자사주는 반드시 처리해야할 '숙제'가 됐다"면서 "이번 주총에서 자사주 소각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는 기업은 혹독한 시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이미 상당수 제약사들은 주주환원 강화를 고려해 자사주 소각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