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리더십, 교체가 능사는 아니다

박용현 전주시의사회장
발행날짜: 2026-02-26 08:47:00 수정: 2026-02-26 10:41:54
  • 박용현 전주시의사회장

박용현 회장

[메디칼타임즈=박용현 회장]대한의사협회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적 조직에서 지도부에 대한 평가와 책임 요구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위기 국면에서의 선택은 평시와 달라야 한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집행부 교체가 과연 현재 의료계가 직면한 문제의 본질적 해법이 될 수 있는가.

오늘날 의료계를 둘러싼 환경은 어느 한 집행부의 역량만으로 규정되거나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 필수의료 재정 구조 개편,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 직역 간 역할 조정 문제 등은 국가 보건의료 정책의 방향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는 장기적 구조 변화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과제들이다. 개인의 판단 착오나 협상 미숙으로 환원하기에는 사안의 규모와 복잡성이 지나치게 크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 교체는 분명 하나의 선택지일 수 있다. 그러나 교체가 곧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정책 대응의 연속성이 단절되고, 대외 협상에서 신뢰의 공백이 발생할 위험이 존재한다. 정부와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국면에서 지도부가 교체될 경우, 그 자체로 협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외부에서는 이를 내부 분열로 해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협상은 논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관된 메시지와 안정된 대표성이 중요한 자산이다.

물론 집행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필요하다. 어떤 조직이든 긴장과 균형을 통해 발전한다. 그러나 그 방식이 반드시 즉각적인 교체일 필요는 없다. 정책 대응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회원 소통 구조를 보완하며, 대의원회의 감시 기능을 실질화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개선은 가능하다. 사람을 바꾸는 일은 가장 눈에 띄는 조치일 수 있지만, 제도를 다듬는 일은 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지금 의료계가 처한 상황은 내부 정쟁에 에너지를 소모할 여유가 많지 않다. 외부 정책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사회적 시선 또한 예리하다. 이럴 때일수록 조직의 안정성과 전략적 통합이 중요하다. 위기의 순간에 잦은 리더십 교체가 반복될 경우, 장기적 신뢰 자산은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집행부 교체는 감정적 해소의 수단이 아니라 전략적 판단의 결과여야 한다. 냉정한 평가와 합리적 보완을 통해 조직의 대응력을 높이는 길이 우선이다. 의료계의 미래는 단순한 인적 교체가 아니라, 일관된 방향성과 치밀한 전략 속에서 만들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열의 확장이 아니라 역량의 집중이다. 위기 속에서 조직이 선택해야 할 길은 흔들림이 아니라 균형이며, 충동이 아니라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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