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 후 지역 교수 10% 유출, 외상센터 인력난 심화
창고형 약국-비만주사제 오남용 등 의료계 현안 쏟아져
지난 14일부터 진행된 2025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지·필·공(지역, 필수, 공공) 의료 정책 실태를 집중 질타하며, 복지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의료계 인사들은 의정갈등 이후 붕괴되는 의료 현장의 현실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정부가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정경원 센터장을 증인으로 불러 권역외상센터 운영 실태를 꼬집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전국의 시도 단위를 기준으로 17개 권역외상센터를 지정했다.
기존에는 대규모외상센터를 6~8개 설립하고 닥터헬기를 30여대 도입해 전국의 외상 중증외상환자를 커버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폐기하고 지역 단위 설립을 택한 것이다.
정경원 센터장은 "전국에 있는 17개 외상센터 중에 어느 곳은 환자가 너무 많이 몰려 과부하 현상을 보이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은 인력난, 운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서 이러한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자, 정부는 2015년 이후 권역외상센터 운영을 재편하겠다고 밝혔지만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 센터장은 "코로나19와 의정갈등을 겪으면서 힘들게 버텨왔는데 최근 외상센터 의료진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정부가 현장의 어려움을 귀담아 듣고 신속하게 대응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은 "외상센터를 개편하고 내년에 2곳 정도를 거점외상센터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 요구로 국정감사에 출석한 양동헌 경북대학교 양동헌 병원장은 의정갈등 이후 지방 의료기관의 경영난을 강조했다.
실제 의정갈등으로 전공의가 집단 퇴사한 이후, 교수가 당직을 서야 하는 등 업무강도가 높아지자 지방 대학병원 교수의 약 10%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동헌 병원장은 "교수가 사직하고 빈 자리를 매우기 위해 새로운 교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지역간 의료인력 경쟁이 심각하고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5년간 공공병원에서 근무한 조승연 전 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지방 공공의료원의 심각한 재정 실태를 지적했다.
실제 국공립병원과 지방의료원 등 전국 168개 공공병원은 지난해 총 9187억4961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조승연 전 회장은 이 같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병원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미리 총액으로 책정해 지원하는 방식의 '총액예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해가 발생하면 보전해주는 기존의 손실보상 방식에서 벗어나 공공병원 재정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특별회계를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을 동원해 지역 및 공공의료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장관은 "병원 신축 및 최첨단 장비 도입을 검토하고,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 의료 네트워크를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 PA간호사 업무 가이드라인-창고형 약국 등 화두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전공의 복귀 이후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증인으로 참석한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유청준 위원장은 현실성 있는 전공의 근무환경 관리감독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청준 전공의에 따르면 현재 복지부가 전공의 근무시간 72시간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고 병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참여 병원 중 시범사업 이행률은 60%를 밑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 문제는 수년째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오르고 있지만, 실질적 개선은 여전히 미미한 실정이다.
복지부 정은경 장관은 "시범사업을 평가하고 모니터링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의정갈등 당시 의료계 블랙리스트로 큰 논란을 불러 왔던 메디스태프 관련 질타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지난 6월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의 지분 18%를 43억원에 인수한 두나무 오경석 대표에게 "블랙리스트를 방조하는 플랫폼에 43억원을 투자하는 것이 사회적 경영이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오경석 대표는 "투자 검토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시인했다.
간호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전공의 복귀에 따른 PA 간호사들의 업무 불안정성을 지적하며, 가이드라인 발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PA 간호사는 전공의 집단 사직 후 급증했지만, 최근 전공의가 다시 복귀하며 부서 이동 또는 업무 조정 등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계에서는 위고비 등 비만치료 주사제의 무분별한 사용 및 창고형 약국 등이 쟁점이 됐다.
창고형 약국은 대형마트처럼 일반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을 진열해 판매하는 곳으로, 전국 시중 약국 대비 상대적으로 의약품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 9월 기준 전국에 100평 이상 규모의 창고형 약국이 4곳 개설됐다. 대규모 약국이 등장하면 독립 약국의 경영난이 악화돼 결국 '약국 사막화' 현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약사법에는 약국 개설과 관련해 규모나 면적 등에 대한 기준이 없어 제재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정은경 장관은 "창고형 약국이 의약품 유통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와 질서 저해 부분이 있는지 등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 남용과 관련해서 "의료계와 협의해 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력해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관리 제도를 활용한 감시체계를 만들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