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이재명 지지 선언 속 공공의료 등 여러 정책 불신 변수
상처준 보수 정당 재선택도 관심사 '보건부 독립 이준석도 관심

2025년 6월 2일, 대한민국은 예고에 없던 대선을 맞았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돌연 계엄령을 선포하며 그 후폭풍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기 때문이다.
정치적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진행되는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각계각층의 표심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최근 몇 년간 의료 정책을 둘러싼 갈등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의사들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
의료계는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집단으로 분류돼 왔지만,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및 의료개혁 정책으로 불신이 누적되면서 기존의 정치적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혼란 속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의 보건의료 공약과 에 대한 의료계의 반응을 통해 표심의 향방을 가늠해 봤다.
■ 의사 1000여명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공공의료' 정책은 불안
의료계는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특히, 공공의대 등 공공의료 확대 및 규제 강화 기조를 강조해 온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분명한 기류 변화가 엿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강행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의료계와의 정면 충돌을 불러왔고, 그 과정에서 정부의 일방적 추진 방식에 대한 실망감이 의료 현장 전반에 퍼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의료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보수당을 또다시 대통령으로 선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기조를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전국 의사 1138명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재명 후보는 일방적 의사결정이 아닌 의료 전문가들과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합리적 의료 정책을 수립하고, 파탄 직전의 필수 의료를 되살릴 수 있는 적임자"라고 강조하며, "힘든 싸움은 정치에 맡기고 공부를 이어가라고 의대생들에게 호소하는 이 후보의 진정성에 희망을 걸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후보에 대한 의료계의 시선이 완전히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그가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공공의대 설립'이나 보건의료 공공성 강화 방안은 여전히 의료계 다수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번 대선 공약으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지역의사제 및 공공의료사관학교 신설 등을 강조했다. 민주당이 일관되게 추진해 온 공공의료 확대 기조와 맥을 같이한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의정 갈등이 극에 달한 건 사실이지만, 민주당이 집권한다고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간호법 제정 등 의료계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된 사례들을 보면, 민주당이 집권하면 본질적으로 정부가 의료계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특히, 민주당이 현재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부까지 장악하게 된다면 본질적으로 정부가 의료계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의료계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차선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윤석열과 다르다"…의료계 손 내민 김문수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의료계와 신뢰 회복을 중요한 전략 축으로 삼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대 증원 정책으로 보수 정권과 의료계 사이의 관계가 틀어진 상황에서, 당과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정부와는 선을 긋는 전략이다.
김문수 후보는 선거운동 초기부터 대한의사협회를 직접 찾아 의료계에 사과의 뜻을 전하며 의대증원 2000명을 포함한 의료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의사 출신인 안철수 의원을 정책자문단에 포함시키며 실질적인 의료정책 조율 창구를 마련했다.
김문수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전문가 중심 협의체를 구성해 의료정책 결정 ▲의대생 참여를 보장하는 미래의료위원회 신설 ▲보건의료정책 대전환 ▲의료안전망 복구 및 의료시스템 6개월 내 재건 등을 내걸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김문수 후보의 명확한 사과 및 행보를 보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같이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강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역 필요도에 따라 공공의료를 확충하겠다는 기조 역시 의료계가 추구하는 방향과 같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계가 요구해 온 의료인 법적 보호 강화 및 보건부 독립, 의료인력 수급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설정 등 구체적 정책은 언급되지 않았다.

아울러 김 후보가 약속한 의료개혁의 '원점 재논의'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상황.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수석전문위원 또한 "정권이 바뀌어도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정책을 원점 재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과 다름없다"며 "정권을 바뀌어도 정부는 계속되기 때문에 이러한 공약은 행정의 연속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이준석, 의료계 공약 '직진'… 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현장 반응
끝으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세 후보 가운데 의료계의 현실과 요구를 가장 정교하게 반영한 정책을 제시하며,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의사 출신 인사들이 대거 캠프에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인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보건부 독립 신설 ▲의사면허관리위원회 설치 ▲비대면 진료 제도화 ▲지방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한 인센티브 중심 접근 등 의사단체들이 요구해 온 사안들을 제시했다.
타 후보들과 달리 '협의'나 '재검토' 수준에 그치지 않고 제도 설계 방향까지 명확히 밝힌 점에서 의료계의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의료개혁의 모든 정책을 전면 폐기하겠다고 밝혀, 전공의와 의대생 등 젊은의사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공약 상당수가 의료계 중심의 시각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의료계의 오랜 요구를 적극 반영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특정 직역의 이해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따르는 것.
개혁신당이 신생 정당인 만큼, 국회 내 입법 추진력과 후보 개인의 행정 경험 부족은 정책 실현 과정에서 적잖은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준석 후보의 공약에는 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가 그동안 의료 갈등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주장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며 "특히 보건부 독립, 의료인 면허관리기구 신설 등 의료계의 오랜 숙원까지 반영된 만큼, 의료계 입장에서는 가장 환영할 만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개혁신당이 신생 정당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이준석 후보가 실제 대통령으로 선출돌 가능성은 높지 않고, 이 때문에 표를 던지는 의사 역시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공약은 의료계 입장을 지나치게 반영해 균형을 잃은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