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검진 평가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가정의학과의사회 정승진 이사
발행날짜: 2025-05-26 05:00:00
  •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정승진 보험이사

필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지난 20년간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며, 일차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내시경 검사 의사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내시경 검사는 우리나라에서 조기 암 발견과 예방의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공단 위암 검진 인력 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의료계에서 뜨겁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내시경 인증 자격을 특정 학회만 한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가정의학과와 외과의사회는 내과 위주의 평가 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다양한 전문과가 협력하여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러한 입장을 반영하여,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5년 공단 위암 검진 질 평가에서 대한가정의학회와 대한외과학회 내시경 인증의에 대한 인력 평가 점수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물론 가정의학과 및 외과에서 주관하는 내시경 연수 강좌의 교육 평점이 인정되지 않고, 인력 평가에 있어서도 아직 차별이 남아 있지만, 조만간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일차의료에서부터 전문의 중심 의료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전문의 중심 의료는 국가 주도 저수가 체제와 결합되어 온 국민이 적은 부담으로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는 기적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성공적인 과거 사례는 의사를 포함하여 전 국민이 응당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해당과 전문의이어야만 한다는 선입견을 갖게 하였고, 근래에는 전문의도 안 되고 분과 전문의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물론 어떤 한 질환에 대한 최고의 전문 지식을 가진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한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됩니다. 왜냐하면 한 환자는 한 질환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질환을 동시에 갖기 때문입니다.

한 의사가 다양한 질환을 동시에 진료하게 되면, 물론 여러 다양한 전문 의사에게 동시 진료를 받는 것보다 전문성 측면에서 떨어질 수 있겠으나, 그 차이가 과연 큰지 알 수 없고, 오히려 질병의 경중에 따라 중요한 것 순서로 조화롭게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장점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초고령사회가 된 우리나라는 이제 여러 전문의가 한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될 운명에 있습니다. 아무리 저수가 체제가 유지된다 손치더라도,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젊은 세대가 더 이상 없기 때문입니다.

내시경 검사를 과연 가정의학과 의사는 하면 안 될까요? 안 된다는 의견을 가진 의사나 국민이 있다면 그분은 아마 앞서 말씀드린 모든 의료는 최고의 전문가에게서만 제공받아야 한다고 믿는 분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생각이 틀렸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런 생각은 우리나라 의료가 해방 이후 급속한 발전을 이룬 원동력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고, 바뀌는 시대에 맞춰 의료 시스템도 원하든 원치 않든 변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정의학과는 2008년부터 내시경특별위원회를 운영하며, 안전하고 효과적인 내시경 검사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를 수행해왔습니다. 이런 교육과정이 소화기내과 분과 전문의 교육 과정에 비해서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조기 위암을 발견하고 또 향후 위암이 발생할 위험도를 평가하는 측면이 강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위암 검진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우리의 교육과정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근래에는 치료 내시경 분야까지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 좀 과도하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노인 인구 수만큼 의사를 포함한 의료 자원을 증원하는 데 필요한 재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이제 의사를 포함한 의료 인적 자원 투입에 과거와 다른 좀 더 합리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내시경 분야도 과거 소화기내과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전문과가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인정하여, 각기 다른 전문의도 건강검진과 더불어 다양한 질환을 동시에 진료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내시경 시술의 전문성과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소정의 교육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특정 과의 독점으로 이어지게 하는 현재의 제도는 아닐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특정 학회의 독점이 아닌 다양한 전문과의 협력으로 다 같이 내시경 시술의 전반적인 질 향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부디 다 같이 노력하기를 바라 봅니다.

관련기사

오피니언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