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대체할 '간호사' 교육 하루만에 마감...의료계 우려

발행날짜: 2024-04-19 05:30:00
  • 일선 병원 의료진 필요성 인정…침습적 행위 허용은 우려
    "의대증원 이어 PA 등 밀어부치기 정책에 자포자기" 씁쓸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로 의료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일명 PA간호사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복지부는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시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한간호협회는 18일 시범사업 일환으로 (가칭)전담간호사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에 교육 대상은 전담 간호사 신규배치 예정인 간호사를 포함한 전담 경력 1년 미만의 간호사가 대상으로 이를 계기로 전담 간호사 인력을 대거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전담 간호사 양성에 적극 나서면서 의료계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업무범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간협에 따르면 이번 교육은 신청자 모집 하루만에 마감된 상황. 일선 간호사들은 해당 업무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다면 수십년 째 PA간호사 제도 도입을 반대해온 의료계는 어떨까.

사실 PA간호사는 의료계 '뜨거운 감자'로 한 때 논의 테이블에 올릴 수조차 없었던 사안. 하지만 전국 전공의가 일괄 사직서를 제출한 마당에 정부도 PA간호사 이외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면서 의료계도 대체로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안전성은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사실 일선 대학병원 상당수는 PA간호사를 두고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 PA간호사를 없앨 수 없다면 제대로 교육을 실시해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방 200병상 규모의 중소병원장은 어차피 의료인력이 부족한 실정에서 전담간호사 확대는 필요한 사항이라고 봤다.

다만, 전담간호사 제도화에 앞서 업무범위에 대해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또 기존에 의사 옆에서 수술보조 역할을 해왔던 간호사들과의 관계도 고려할 사항이라고 했다.

한 중소병원장은 "미국과 달리 한국의 전담 간호사는 (전공의 등)의사들의 의료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PA간호사 제도 필요성을 얘기하는 의사들도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경기도 한 중소병원장은 "PA간호사를 어느수준까지 교육할 것인지, 해당 업무를 대학원 졸업이상자로 국한할 것인지 등 기준을 정해야 한다"면서 "간호계 또한 기존 어시스트 간호사가 있는 상태에서 옥상옥이 되지 않도록 해야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대학병원 원로교수는 PA간호사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대해서는 신중한 논의를 거쳐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가령, 최근 정부가 발표한 PA간호사 업무에 침습적 의료행위인 뇌척수액 채취까지 허용한 것은 환자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우려다.

원로교수는 "침습적 행위까지 간호사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업무범위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의료원 한 봉직의사는 전담간호사 확대에 여전히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의대증원 강행부터 시작해 최근 비대면진료부터 PA간호사 법제화 등 수년째 의료계가 반대했던 정책을 모두 밀어부치고 있는 행태에 일선 의사들은 이미 포기상태"라며 씁쓸함을 전했다.

그는 "PA간호사를 늘린다고 대학병원 경영난이 해소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밀어부치기식 행보에 동료 의사들은 될대로 돼라는 심정에 이른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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