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수 증원 VS 효율적 배분…필수의료 부족 해결책은?

발행날짜: 2023-06-28 05:20:00
  • 학계 "필수의료 부족 근본 원인은 의사 수 절대 부족"
    의대 정원 대신 전공의 정원 확대 시범사업 제안 나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필수의료 및 지방의료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 의대 정원 확대. 의사 수를 늘리는 게 먼저일까. 이미 있는 인력의 분배가 먼저일까. 선결 과제를 놓고 학계와 의료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학계는 필수의료 부족 문제의 근본 원인은 의사 수의 절대 부족에 있기 때문에 의대 정원 확대는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현재 의사 수가 절대 부족한 숫자가 아니며 인력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정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인력을 확대해봤자 필수의료 영역으로 유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복지부는 27일 오후 서울 로얄호텔에서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을 열었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오후 서울 로얄호텔에서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을 열었다. 복지부는 2025년 적용을 목표로 의대정원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하반기 의협뿐만 아니라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의견도 수렴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의사인력 확충만이 모든 의료현안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사 확충 외에도 필수의료 강화를 통한 다각적인 대책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라며 의사인력 확대 의지를 재확인했다.

"의사 수 확대 당사자인 의사 목소리 너무 크다"

연세대 정형선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사인력 확대를 꾸준히 주장해온 인물. 그는 의사인력 확대 논의에 직접 당사자인 '의사'를 개입 시키는 것 그 자체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정 교수는 "의사 인력을 다루는 과정에서 의사 의견을 들어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라며 "의사 총 정원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배분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핵심을 벗어나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책상 의사 인력에 대해 정부가 실효성 있게 개입할 수 있는 것은 의대 정원밖에 없다"라며 "분배 문제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배분, 진료과의 문제라는 주장은 논점 흐리기밖에 안된다. 물론 해당 문제와 인력 확대는 같이 가야 하지만 절대적인 필요조건은 인력 확대"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의사 부족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의사는 스스로 과로에 지쳤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환자 역시 3분 진료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현실을 짚었다. 전공의 미충원, 전공의법 개정에 따른 근무시간 축소 등으로 PA 활용이 상시화됐다.

그는 "필수의료 부족은 의사 총량 부족으로 드러난 문제"라며 "과거부터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인지를 못했지만 이제는 사회가 움직일 정도로 인지하게 됐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들이 의사 총량에 있고, 총량 이외에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게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의대 김윤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현재도 의사가 1만명 이상 부족하다며 의사 수 확대를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숫자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의료취약지에 병원도 짓고 대학병원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지역의료를 책임지는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의사 숫자를 늘리면서 분포를 개선하고 국민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대정원 확대는 필요조건이고 정부 정책이 합쳐져야 한다"라며 "의사 증원 없이 현재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포럼에서는 필수의료 문제 해결책의 근본 원인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

"진단이 잘못됐다…의사 늘려도 필수의료 안 한다"

최근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 대형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사건 등의 근본 원인은 '의사 수 부족'에 있다는 주장 반대에는 '배분'이 있었다. 숫자를 아무리 늘려도 필수의료, 지역의료에는 의사들이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필수의료 진출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피부미용을 공부하고, 산부인과 의사들이 50% 이상이 분만 현장을 떠났다"라며 "의사는 10만명에서 13만명으로 30% 늘었지만 인구는 감소 추세다. 지금 의대생을 추가로 뽑으면 10년 후에나 의사가 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간호사도 정원이 100% 늘었는데 대학병원 간호사 부족 현상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라며 "정부는 탁상공론을 그만하고 의사들이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해서 사람 생명을 살리면서 행복한 근로환경을 만들어주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세의대 장성인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주객전도를 해서는 안 된다"라며 "주는 필수의료이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서 의사인력이 중요하다면 따라가는 것이다.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대의적인 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열 개의 정책이 같이 갈 때 반대의 크기는 줄어들거나 국가가 부담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의사 인력 확대가 정치적 수단이 되고 있는 현 상황을 비판한 것. 그도 그럴 것이 장 교수는 의사 인력 확대에 무조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유연성 있는 수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장 교수는 자체적으로 의사 수급 관련 연구를 진행한 결과 2042년경 배출되는 의사를 현재보다 약 30% 늘렸다가 약 20년 후에 다시 현재 수준으로 낮춘다면 의사가 초과되는 부분이 상쇄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과거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생겼을 때는 건강보험 정책 안에서 수가인상 또는 규제로 인력 유도가 가능했지만 건강보험 이외 비필수 의료 시장이 커지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라며 "고령자가 더 많아졌을 때는 의료 수요와 의사 공급 격차가 커지면서 지금보다 더 큰 분배 문제가 생길 텐데 아직까지는 절대적인 수요 공급 문제보다는 배분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라며 의사 수 확대는 차선의 방안이라고 했다.

이어 "배분 정책과 의사 수급이 같이 가면서 의대 정원 숫자에 대한 예민성을 떨어뜨려야 한다"라며 "지금은 너무 정치적인 느낌이라서 정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의대 오주한 교수는 당장 올해부터 전공의 정원 확대 시범사업을 먼저 해보자고 제안했다.

보건의료인력종합계획 안에 의사인력 수급 방안 반영해야

의사 수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수급 통계마다 구체적인 숫자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계 전문가는 이해관계자가 공감할 수 있는 통계 방법을 정하고 정원 수급을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단순 인력 확대뿐만 아니라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정부 역시 '패키지 정책'을 약속한 상황.

서울시립대 김우현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최선의 추계 모형을 주기적으로, 반복적으로 추정하고 대내외적으로 공유하며 인력 정책을 수립하는데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는 의사결정의 틀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라며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보건의료인력종합계획 안에 의사 인력 수요 전망 관련 조정 방안을 마련해 반영하는 게 정답"이라고 제안했다.

한국개발연구원 권정현 연구위원이 주제 발표를 통해 의사인력 확대를 주장하며 "보건의료인력종합계획 안에 의대 정원 조정 규정을 명시하고 정기적인 의료서비스 수요 전망에 바탕한 의대 정원 조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과 같은 맥락이다.

고려대 신영석 보건대학원 연구교수 역시 "의료체계 문제는 정원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행위별 높낮이가 안 맞는 보상의 조정 문제가 있고 국민 1인당 의사를 만나는 횟수도 OECD 평균을 웃돌고 있으며 병상 관리도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부터 정책적 패키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오주환 의학과 교수는 당장 시범사업 형태로 의대 정원 대신 전공의 정원을 한시적으로 확대해 보자는 의견을 내놨다.

의대정원 증가 결정 이전에 올해 당장 현재 전공의 정원을 확대해 즉시 적용하자는 것. 확대 정원은 모두 필수의료 분야에만 적용하고 서울이 아닌 지역에 50% 이상 보내는 조건이다. 시범사업 결과는 전공의 지원 결과로 당장 올해 말 확인이 가능하고 전공의를 마치는 시기 첫 직장을 지역의료기관으로 선택하는 분율을 확인해 평가를 하면 된다는 게 오 교수의 제안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의대 정원 확대를 결정지으면 된다는 주장이다.

오 교수는 "복지부는 의사 수 증가 정책으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명백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라며 "의사 수 증가를 추계에만 의존하는 과잉 논쟁, 과잉 결정으로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이해관계자 모두 과잉 논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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