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직접' 만남 어떤 변화 나올까

발행날짜: 2023-05-24 05:30:00
  • 박양명 의료경제팀 기자

"어떤 목적에 부합되는 결정을 하기 위해 여럿이 서로 의논하는 행위" 협상에 대한 사전적 정의다. 요양기관 수가를 구성하는 요소인 '환산지수'는 공급자 단체와 건강보험공단의 '협상'으로 결정된다.

겉으로는 공급자 단체와 건보공단의 협상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가입자와 공급자의 힘겨루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가입자 대표가 수가협상에 투입할 재정 규모를 결정하고, 공급자 단체는 그 재정안에서 인상률을 나눠가진다. 건보공단의 연구용역 발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수행한 연구 결과가 협상에서 주요하게 활용된다.

사실 가입자와 공급자는 서로가 목표로 하는 부분이 극과 극에 있기 때문에 아예 입장이 통일되는 '점'을 찾기는 어렵다고 단정할 수 있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수가인상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게 건강보험료 인상과 직결되기 때문에 선뜻 재정을 풀기가 쉽지 않다. 공급자는 저수가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만큼 수가 인상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서로의 입장이 극명하다 보니 결국 매년 수가협상에서는 양쪽 모두 불만족한 결과가 도출된다.

대척점에 있는 가입자와 공급자의 생각 차이를 조금이라도 좁힐 수는 없을까. 그 역할을 보험자인 건보공단이 한다. 건보공단은 공급자와 가입자의 입장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올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가입자 단체가 밴딩 규모를 설정하기 전 공급자 단체와 먼저 얼굴을 보고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예년보다 재정위 구성이 늦어져 수가협상 일정이 빠듯한 데다 건보공단이 아무리 양쪽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더라도 가입자 단체가 거부하면 이뤄질 수 없는 자리였다. 가입자 단체는 흔쾌히 건보공단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오는 30일 오전 가입자와 공급자는 대면한다.

그동안 가입자와 공급자는 서로 얼굴도 모르고 중간자인 건보공단을 통해서 서로의 입장을 공유했다면 올해는 그래도 직접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물론 얼굴 한 번 본다고 극과 극이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결정 내용을 전달받는 것보다 직접 보고 이야기했을 때의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의사들이 비대면진료를 반대하며 '대면진료'를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환자가 말하는 증상과 목소리라는 제한적인 정보에서 질병을 판단하기 보다 환자의 얼굴을 직접 보고 진찰하면 질병 판단 정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수가협상 역시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야기가 오가지만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 표정 등을 읽으며 서로의 감정도 함께 공유할 수 있다.

윤석준 재정위원장은 공급자 단체에 "가입자 대표는 건강보험료를 내는 국민의 대표이고 환산지수 조정이 국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대표하는 자리"라며 "그 자리를 잘 헤아려서 설득하고 설명하면서도 가입자의 어려움을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공급자 단체에 당부한 셈. 이 같은 태도는 가입자도 마찬가지다. 각자가 처한 입장이 어려운 것은 자명한 상황에서 서로의 입장만을 무작정 주장하는 것은 생각 차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대방의 어려움이 뭔지 들으려는 경청의 자세와 이해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화법도 중요하겠다.

어떤 일이든지 처음부터 만족할 수는 없다. 단순히 한 번 만난다고 해서 양쪽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작은 변화의 시도가 시간이 지났을 때 나비효과로 돌아올 수 있다. 본격 협상을 앞두고 서로 얼굴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어느 때보다 열린 마음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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