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이 설계한 '한국형 주치의' 모형은? 돌봄·상생

발행날짜: 2023-03-20 05:20:00 수정: 2023-03-20 14:32:17
  • 다음 달 중순, 일산병원에 '일차의료개발센터' 열고 시범사업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다학제팀 구성해 복합만성질환 관리

일차의료에서 환자 중심 돌봄 현실화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이 발 벗고 나섰다. 돌봄을 '주치의'와 연결 지어 '한국형' 모델을 만들기 위한 단계적 시범사업을 앞두고 있는 것.

건보공단은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보험자로서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 고민의 결과 중 하나가 일차의료에서 복합만성질환자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건보공단은 이론적으로 그 가능성을 확인했고 현실적으로도 가능한 일인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건보공단은 한국형 주치의 시범사업을 위해 다음달 중순 일산병원에 일차의료개발센터를 연다.

건보공단은 다음 달 중순 건강보험 일산병원에 '일차의료개발센터'를 열고 한국형 주치의 모델의 현장 적용 가능성 확인에 본격 나선다. 시범사업 모형은 지난해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가 수행한 '지역기반 환자 중심 일차의료 제공 방안 연구'를 바탕으로 설계했다.

건보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단독개원 상황에서는 방문진료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가 없다"라며 "어떤 형태의 일차의료기관이 돼야 돌봄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를 수행했고 다학제팀을 기반으로 한 환자중심의 모형이 돼야 복합만성질환을 관리하면서 왕진 같은 지역사회 돌봄을 지원할 수 있는 일차의료 기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용역에서 도출된 것은 어디까지나 문서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 파악해보려고 한다"라며 "연구용역 결과에서 도출된 모형을 통해 바람직한 주치의 모형을 실증해보고 원활히 추진되면 전국적으로 시범사업을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일차의료개발센터 운영은 어떻게?

연구진은 환자 중심 일차의료 제공 방안으로 ▲일반적인 단독 진료과 개원 ▲다양한 진료과 복합개원 ▲복합 개원 중 다학제팀 운영 개원 ▲거점병원을 기점으로 일차의료 지원 등 4가지 모델을 제안했다. 이 중 건보공단은 다학제팀 운영과 거점병원 일차의료 지원을 결합해 사업을 하기로 했다.

즉, 일산병원이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의 다학제팀을 구성해 주변 '일차의료' 기관 지원을 위한 거점병원 역할을 하는 방식이다. 예산도 7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전혀 없는 모형인 만큼 일산병원에서 직접 환자 관리까지 수행해 보기로 했다. 일산병원 환자 중 일차의료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한 환자를 7개군으로 나눠 선정해 등록하고 모니터링하며 건강관리를 할 예정이다.

다학제팀은 우선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구성한다.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의사 3명이 주치의, 즉 '케어 매니지먼트' 역할을 한다. 책임간호사는 등록 환자를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현재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서 케어코디네이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사회복지사는 환자 상태에 따라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건보공단은 일차의료지원센터 사업 수행을 위해 선임 간호사를 포함해 간호사 5명과 사회복지사, 행정 직원까지 따로 뽑았다. 센터는 4월 중순 개소하지만 환자 관리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한다는 계획이다.

건보공단 만성질환관리실 관계자는 "아플 때마다 병원을 가는 게 아니라 내 건강 상태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관리해 주는 게 주치의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게 목표"라며 "아프지 않더라도 병원을 찾아가서 건강에 대해 상담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과 의료계의 공감이 필요하고 시범사업이 그 첫 단계"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시범사업을 재택치료 업무에 초점을 맞춰 우선 진행할 예정이며 환자 의뢰-회송 과정에서 상생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

일차의료개발센터는 일산병원 오성진 보험자병원정책실장(심장내과)이 센터장을 맡아 운영해 나갈 예정이다. 그는 센터가 단순히 만성질환을 관리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대형병원이 일차의료 기관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오해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실장은 "시범사업 환자군은 재택치료 관련 업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며 "일반 의원에서 케어코디네이터, 사회복지사 등을 직접 고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산 지역에도 재택의료를 하는 의료기관이 3~4곳 있는데 모두 사명감으로 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방자치단체나 건보공단, 상급병원에서 의사를 제외한 다학제팀을 코디네이션 해주는 방식을 일산병원에서 먼저 해 본 후 점차 지역 일차의료기관으로 확대해 나가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1차 의료기관과 상급 병원 사이 환자 의뢰-회송도 보다 '상생'의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환자를 회송했을 때 다시 되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며 "대부분이 3~4개 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는 복합만성질환자다. 이때 1차와 2차 기관이 팀으로 접근해 함께 치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건보공단은 시범사업 기간을 3년으로 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학제팀 참여 직군을 재활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으로 확대하고 실제 일차의료 기관의 참여도 진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수가 개발 및 각 모형별 운영 매뉴얼 등을 추가로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만성질환관리실 관계자 "올해는 후속으로 수가체계, 전달체계 연구용역을 진행하려고 한다"라며 "각 모형별 운영 매뉴얼, 전문인력 교육이나 매뉴얼 연구용역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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