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파브리병 급여 적용 한계…치료 범위 넓혀야"

발행날짜: 2023-02-14 05:10:00
  • 신촌세브란스 내과 홍그루 교수‧강남세브란스 서지원 교수
    파브리병 치료 조기진단 어려움 언급…다학제 시스템 강조

"희귀질환인 파브리병은 제때에 진단되지 못해 환자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치료제가 있는 만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한다면 주기적인 치료로 예후가 좋은 만큼 조기진단를 위한 시스템 확립이 중요하다."

국내에서 희귀질환자들이 겪는 대표적인 문제는 적절한 시기에 진단을 받지 못하는 진단 방랑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유전 질환의 경우 나쁜 병이라는 인식 또한 임상 현장에서 진단과 치료 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다. 대표적인 질환이 파브리병이다. 치료제가 있지만 제때에 진단을 받지 못해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러 학회가 파브리병 진료 지침에 제정에 나섰지만 다학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종합적인 진료지침 마련에는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왼쪽부터) 강남세브란스 심장내과 서지원 교수, 신촌세브란스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대한심장학회 총무이사)

이에 대해 신촌세브란스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대한심장학회 총무이사)와 강남세브란스 심장내과 서지원 교수는 조기 진단을 통한 적기 치료에 대해 강조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파브리병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유병률을 가지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4만 명당 1명 정도로 한국의 인구 5천만 명을 기준으로 할경우 통계적으로 약 1000~1200명 정도의 파브리병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다만, 국내에 파브리병으로 진단된 환자는 200~250명 정도인 상황. 글로벌 데이터를 보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파브리병 환자가 증상 발생 후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10-15년에 달하지만 국내는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인 20년 이상 진단 방랑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교수는 "파브리병의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희귀질환 중에도 치료제가 있는 몇 안 되는 질환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며 "파브리병을 치료 하지 않으면 심장이나 콩팥 합병증으로 일찍 목숨을 잃을 수 있지만 당뇨병처럼 치료만 잘 한다면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브리병의 조기진단을 위해서 강조되는 부분은 센터 간 연계 및 협력 등 다학제 진료.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파브리병 센터를 통해 여러 과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서 교수가 있는 강남세브란스뿐만 아니라 강원도, 경기도, 경상도, 전라도 등 전국적으로 10여 곳의 대학병원과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홍 교수는 "파브리병은 심장, 콩팥, 신경, 통증, 눈 등 온몸에 인지질이 축적돼 증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여러 과에서 함께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며 "당뇨병 환자가 여러 합병증을 관리해야 하듯 파브리병 역시 효소대체요법 치료 외에도 질환으로 인한 합병과 증상의 진행 정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동반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보다 늘어난 치료선택지…국내 맞춤 연구 진행"

현재 파브리병 치료는 레프라갈(성분명 아갈시다제 알파)과 파브라자임(성분명 아갈시다제베타) 등 효소대체요법을 중심으로 여러 장기에 미치는 합병증을 관리하기 위한 약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선택지가 늘어나 환자의 상태와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적절한 약물 조합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

서지원 교수

서 교수는 "효소대체요법에는 두 가지 선택사항이 있고 두 약제 간 효과적인 면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며 "그 외에 여러 다른 요소들을 고려하게 되는데, 투약 시간이나 항체 형성 여부, 주사 후 열감, 과민성 반응 여부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홍 교수와 서 교수의 경우 레프라갈 출시 20주년 심포지엄에서 심장 중심 패러다임 시프트를 주제로 최신지견을 논의한 바 있다.

서 교수는 "약 4천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20년간 진행한 연구 결과를 보면 파브리병 치료에 있어 인지질 축적으로 심장이 두꺼워지고 기능을 잃는 것과 다른 특징이 나타났다"며 "치료 시 더 이상 심장이 두꺼워지지 않고 그 상태에서 오랜 기간 유지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레프라갈이 글로벌 연구를 통해 20년 동안 심장 기능 등 여러 가지 임상 데이터를 보유한데 반해 전 세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등록 연구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상세한 결과를 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

이와 관련에 홍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한국인 파브리병 환자 중 심장이 두꺼워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레프라갈과 협업해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는 현재 25명 정도의 인원이 포함돼 거의 종료돼가고 있다.

홍 교수는 "레프라갈 치료를 했을 때 심장 기능이 얼마나 좋아지는지에 대한 연구인데 좋은 데이터가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심장이 얼마나 더 잘 뛰는지 등 효율성과 펌프 기능 등 심장 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가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다학제 진료지침은 고민…보험급여 기준 확장 강조

홍그루 교수

다른 한편으론 두 교수는 다학제 진료가 중요한 파브리병의 진료지침 업데이트가 난항을 겪는데 대해 아쉬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에 대한심장학회는 다학제 논의 대신 심장 중심으로 지침으로 선회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홍 교수는 "외국의 경우 희귀질환 학회가 있어 관련된 모든 과들이 들어와 진행이 쉽지만 국내는 개별 학회 차원에서 진료지침이나 권고안을 만드는 상황이다"며 "각 학회가 힘을 합쳐 진행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고, 향후에 희귀질환을 다루는 전문가가 나타나면 네트워크로 공동 작업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두 교수는 파브리병 치료환경 개선과 관련해 의료진과 환자의 인식개선 그리고 급여 기준 등 치료범위를 넓히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파브리병은 미진단 환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질환에 대한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지금은 특정적으로 장기 손상이 있어야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진단 시 바로 효소대체요법을 사용해 삶의 질과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치료 범위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홍 교수는 "파브리병은 진단을 받고 심장이 두꺼워지기 시작하거나 콩팥의 기능 저하가 발생하더라도 뇌경색, 심부전증 등의 확실한 합병증이 나타나지 않으면 급여 치료를 받을 수 없다"며 "국내 의료진의 수준이 높음에도 파브리병 의심과 진단에 10년 이상 걸린다는 것은 질환 인지도가 낮다는 의미로 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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