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싱크탱크가 달라졌다? '필수의료' 정책 수행 눈길

발행날짜: 2023-02-13 05:20:00
  • 공공정책수가 첫 모델 시범사업 대표적…의료체계개선실 신설
    연구직 심사직 반반 구성 "정책 속도 및 근거마련 균형 추구"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공약으로 처음 등장한 개념인 '공공정책수가'. 현행 행위별 수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공공성이 있는 분야에 새로운 보상 수가 체계를 반영하겠다는 의지다. 첫 적용 대상은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인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무를 맡게 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시범사업을 실행하는 주체가 통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심평원 안에서도 싱크탱크(think tank) 역할을 하는 심사평가연구소가 해당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문가의 두뇌를 조직적으로 결집해 조사 분석 및 연구 개발을 하고 그 성과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게 싱크탱크의 통상적 역할이라고 봤을 때,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는 기존 통념을 깨고 단순 연구를 넘어 정책을 실행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는 현재 윤석열 정부의 키워드로 떠오른 '필수의료' 강화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각종 실험적인 시범사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기관은 선제적으로 필수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의료수입과 비용에 따른 적자는 사후적으로 지급(지원금) 받는다.

공공정책수가 첫 모델인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이 가장 대표적이다.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된 기관 중 9곳을 대상으로 기존 행위별수가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불 제도를 적용할 예정이다. 기관에서 제출한 회계자료를 분석해 의료 손실에 대한 기준 지원금을 산정해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달성 수준에 따라 차등 보상을 한다는 것.

시범사업 선정 기관은 양질의 어린이 진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소아전문의, 간호사 등 필수인력을 확충하고 단기입원, 재택의료서비스 등 센터별 특성에 맞는 중점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더불어 권역 지역의료기관 대상 협력사업을 수행해야 하고 센터 운영 효율화 추진 등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상급종합병원 외래 축소를 골자로 하는 중증도를 높이기 위한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도 연구소 소관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경증과 중증 무관하게 외래 환자 내원일수를 매년 5%씩 3년 동안 최소 15%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심평원은 시범사업 신청 기관 중 14개 병원을 선정해 하반기 시범사업 실행을 목표로 개별계약을 준비 중이다.

응급심뇌혈관 네트워크 모형

현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 의미로 가장 먼저 내민 응급심뇌혈관질환 전달체계 개편 시범사업도 연구소가 도맡았다. 응급심뇌혈관 환자의 신속한 치료를 위해 권역센터와 지역병원 사이 협력체계를 구축하면 성과를 보상하는 사업이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중심으로 의료기관, 119구급대 등 지역실정에 맞게 네트워크(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참여의료기관 3~6곳, 119구급대)를 구성해 질환의 발생부터 최종 치료까지 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책 수행을 위해 심평원은 연구소 산하에 '의료체계계개선실(실장 박춘선)'을 아예 따로 신설하고 현 정부가 주력하는 필수의료 관련 정책 실행에 집중하고 있다. 정책 수행 속도와 연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연구소 인력 구성이 연구직과 심사직 인원도 반반씩 포진시켰다.

의료체계개선실은 의료체계정책개발부, 필수의료정책지원부, 중증의료개선부, 일차의료개선부로 구성했다. 아직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연구소는 일차의료 기반 만성질환 관리 강화를 위해 지역사회 기반 건강관리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을 심평원 내부 연구 기능을 갖고 있는 조직이 수행하고 있는 상황은 실제 심평원 조직에서도 생소하다는 분위기다. 아예 이례적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심평원 관계자는 "심평원 고유 기능인 심사평가 업무 영역이 업무이사 소관으로 이뤄진다면, 정부 정책 위탁 수행 사업 등은 개발이사 영역에서 보통 이뤄진다. 아무리 시범사업이더라도 연구소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일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 심사평가연구소의 정책 수행 역할은 이진용 소장이 2020년 8월 처음 연구소로 오면서 예정됐던 일이기도 하다. 그는 임명 당시부터 취임사를 통해 연구소가 단순 싱크탱크에서 벗어나 정책 수행 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심사평가연구소 조직도

그는 취임사에서 "연구소는 논문과 보고서, 실제 정책 수행 여부로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라며 "건강보험 급여정책 수립과 시행에서 업그레이드된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다양한 실증분석과 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제시해 정책결정자가 정확한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응급실, 어린이병원, 심뇌혈관센터 같은 필수서비스는 현재의 수가 지불 제도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묶음 지불 제도를 설계하고 적용해봐야 한다. 개별수가 보상 방식이 아닌 기관 단위 지원방안도 검토할 때가 됐다"라며 "이 같은 혁신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소 인력과 조직을 강화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2년 전에 했던 이 소장의 공약은 현 정부에 와서 꽃을 피우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연구소가 정책 수행의 역할을 하는 만큼 의료계와의 스킨십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가까운 사례만 봐도 최근 박춘선 의료체계개선실장은 대전시의회가 주최한 필수의료 관련 정책간담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해 필수의료 관련 정부 정책 방향을 이야기했다. 이외에도 박 실장과 이 소장은 필수의료 관련 각종 외부 행사에서 필수의료 방향성에 대한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등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한 의사단체 임원은 "사실 외부에서 정책 수행 소속 부서를 크게 따지지는 않지만 의료단체 입장에서 연구소와 접촉할 일이 크지는 않다"라며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방향이 필수의료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관련한 방향성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접촉이 잦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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