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의약품 자립도 올리기 나선 다국적사…국내 해법은?

발행날짜: 2022-04-08 05:30:00
  • 중국‧인도가 주도하는 원료 공급 의존도 줄이기 골머리
    전문가들, 자급화 우선 품목 도출 통한 정책 마련 제언

다국적사들이 원부자재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자체적 생산 계획을 세우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계 역시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원료 의약품 수급이 중국과 인도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자급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에 대한 해법을 고민해야 된다는 것.

7일 제약산업계에 따르면 사노피가 지난 1일 원료의약품 사업부 유로API(EUROAPI) 분사를 마무리하고 오는 5월 6일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다.

EUROAPI는 프랑스, 독일, 헝가리, 이태리, 영국에 6개의 생산시설과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상장으로 저분자의약품 API(원료의약품) 세계 최대 제조기업인 스위스 론자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이 될 예정이다.

이 같은 행보는 프랑스 정부가 강조한 대외 의약품 의존도를 낮추기와 맞닿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한국바이오협회는 "2020년 코로나로 의약품 공급이 불안해지면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대외 의약품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며 "중국 및 인도가 주도하고 있는 원료의약품 시장에서 EUROAPI가 입지를 굳건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사노피와 마찬가지로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은 전 세계 여러 국가들에 공장을 설립하고, 오리지널 의약품 위주로 자체 생산을 실시하고 있었다. 사노피 외 대표적인 예로는 화이자와 노바티스가 있다.

실제 최근 코로나 대유행을 겪으며 국내는 물론 다수의 국가에서 원료의약품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정부는 코로나 백신 공급망 확대를 위해 30억 달러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백신 원부자재에 대한 자국 내 생산 역량 확대를 추진계획을 공개한바 있다.

미국 정부는 항생제, 비타민C 등의 원료의약품의 90%, 아세트아미노펜의 원료의약품 70%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등 해외의존도가 높은 분야에 대해 공급망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나온 '혁신경쟁법안(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을 보면 의약품을 비롯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제품들의 제조기반을 강화하고 대 중국의존도를 억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상황.

이 같은 영향으로 최근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바이오 원부자재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써모피셔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사용되는 일회용 기술 제품 전용 생산시설을 테네시주에 건설해 올해 2분기까지 완공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면 인도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원료의약품의 자국 내 생산을 선언한 상태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인도 정부는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53개 원료의약품 중 35개에 대해 자국내 32개 생산시설에서 생산을 개시를 발표했다.

정부부처별 2022년 지원사업 내용. 설명회 자료 메디칼타임즈 재구성.

국내제약사 중국‧인도 원료의약품 의존 절반 이상

현재 국내 상황을 살펴보면 의약품 자급률은 글로벌 관점에서는 낮은 편은 아니지만 원료의약품의 중국과 인도의 의존도가 높은 상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내외 원료의약품 산업 현황 및 지원정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2020년 원료의약품신고제도(DMF)를 분석한 결과, 국내 제약사(외국계·수입도매상 제외)의 중국산과 인도산의 비중의 합은 평균 57.3%였다.

DMF 기준으로 전체 품목 중 한국의 자국 원료 비중은 14%에 불과한 반면, 유럽·미국·일본의 자국 원료 비중은 각각 33%, 30%, 37%로 한국의 두 배 이상을 보였다.

국내의 원료의약품 수입 의존도(금액기준)는 2019년 중국은 37.5%, 인도는 16.3%로 지난 10년간 중국과 인도의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는 분석이다.

결국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해외 원료의악품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글로벌 경향에 맞춰 국내도 원료의약품 공급망에 대한 분석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연구팀의 시각이다.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자급률 향상을 도모하는 정책, 제도 마련에 앞서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정부부처와 유관기관, 기업대표들로 구성된 TF조직에서 기초적인 사전 조사와 문제점 파악, 문제별 해결책 검토를 순차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적절한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순차적으로 중요한 원료의약품에 대해서는 국산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국내 원료의약품의 자국화를 높이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자급화 우선품목 도출과 고부가가치 원료의 개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는 정부의 글로벌 백신허브라는 큰 정책 아래 백신 분야의 원부자재 자립도 강화에 나서고 있는 모습.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백신 산업 생태계 마련을 위해 국가표준(KS) 제정안을 마련는 물론 백신 원료 및 원부자재, 완제품, 관련 장비까지 포함하는 백신 산업에 특화된 HS Code 10단위 무역체계 정비도 8월 말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지난 1월 5개 정부부처의 글로벌 백신 허브 사업설명회에서 산자부 관계자는 "원부자재의 국산화만큼 국내의 수요기업이 이를 활용해주는 선순환 마련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며 "백신 원부자재 국내 공급망 강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개발과 수요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러한 노력과 함께 제약 산업 전반에 걸친 원료의약품 자급화 노력이 동반돼야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글로벌 백신허브를 큰 틀로 삼고 여러 지원을 실시하고 있고 원료의약품 역시 여기에 포함이 돼 있다"며 "백신 외에도 여러 의약품의 원료의약품 자립도 향상을 위한 기초 연구부터 많은 부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고민과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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