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고주파 시술과 관련한 분쟁

오승준 변호사
발행날짜: 2022-03-10 05:30:00

갑상선 관련 종양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양성 종양(결절)이 발생했을 때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치료를 요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호흡곤란, 이물감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고주파 열치료술’을 통해 결절을 치유하곤 한다.

갑상선 결절에 대한 고주파 열치료술은 보건복지부장관이 2007. 12. 1.부터 신의료기술로 인정 및 고시한 이후 “증상이 있는 경우에 한해” 비급여대상으로 인정받고 있다(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참조). 그리고 질병의 치료를 위한 수술로서 실손의료보험의 적용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에 고주파 열치료술을 둘러싼 민·형사 분쟁이 늘고 있는데, 문제 원인은 결국 이 치료비용에 관한 보험청구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 대한 수술 권유, 브로커를 통한 환자 모집, 보험대리점(GA) 과의 결탁 등 여러 이슈가 있지만, 핵심은 그 적응증과 진단기준, 그리고 높은 비급여진료비에 있다.

보험사들은 자체적인 심사 기준을 만들어 실손보험금 지급 거부 사례를 늘려가고 있고, 더 나아가 증례가 많은 병원들을 상대로 각종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을 악용하는 병원과 환자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피해는 “증상이 있어 병원을 방문하고, 수술을 받았을 뿐인” 선량한 피보험자들의 몫이다.

진단 기준과 관련하여, 대한갑상선영상의학회 수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치료가 필요한 대상은 2cm 이상의 결절, 모양이 돌출돼 미용상 문제가 있는 경우, 이물감 및 통증 등이 있는 경우 등이다. 여러 의료기관의 홈페이지에서 이 기준을 동일하게 게시하고 있으며, 보험사들 또한 결절 크기가 2cm 이상이며 점점 자라나 이물감이나 통증이 있을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공표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최근의 금융감독원 결정이나 하급심 판례 등에서 결절 크기가 작은 경우에는 초음파를 통한 추적관찰이 적정하고 고주파 치료가 적정하지 않다는 취지의 결정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표준진료지침이 존재하지 않는 우리 의료법 체계 내에서, 진단과 시술 방법에 관한 선택은 의사의 전적인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의사의 질병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이상 그 요법으로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인가는 의사 스스로 환자의 상황 기타 이에 터 잡은 자기의 전문적 지식ㆍ경험에 따라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의 조치가 의사로서 취할 조치로서 합리적인 것인 한 그 어떠한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해당 의사의 재량의 범위 내에 속하며 반드시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모두 과실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44511 판결).

또한 고주파온열치료는 신의료기술평가 후 “증상이 있는 경우에 한해” 시행하도록 권고되었을 뿐 결절의 크기나 기타 조건의 제한이 걸려있지는 않다. 보험사에서 이야기하는 2cm 기준은 대한갑상선영상의학회가 그 유일한 출처인 듯한데, 과연 학회의 가이드라인이 수술 적응증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해외 석학들의 논문에서는 결절의 크기가 수술 여부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브로커를 활용하여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병원들에 대한 단죄는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손 치더라도, 적어도 의사의 진단에 따라 수술을 결정한 환자들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반환하라고 청구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가 아닌가 싶다. 일부 사건에서는 불확실한 청구원인을 기초로 병원 또는 환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를 하기도 하는데, 과연 이런 법리 구성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실손의료보험은 피보험자가 질병의 치료와 관련한 비용을 지출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비용을 보험금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결정의 크기가 2cm에 달하지 않으니 고통을 참고 수술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 수술비는 지급할 수 없다.” 라는 논리가 환자들이나 그 가족들에게는 썩 와닿지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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