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소아호흡기감염 집대성…감염분야 새 바람 바라죠"

황병우
발행날짜: 2021-12-13 05:45:50
  • 서울대학교 이환종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소아청소년과 이환종 명예교수
    소아호흡기감염 분과 첫 전문서적…30년 경험 집대성

"현재까지 국내에서 임상 감염학 관련 의학서 외 소아 호흡기 감염에 관한 의학서는 없었죠. 소아 호흡기 감염분과에 대한 책을 계기로 다양한 소아감염분과에 대한 전문서적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코로나 대유행을 겪으면서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의학분야는 감염이다. 2년 간 코로나를 겪으며 감염병이 일상생활과 떼어놓을 수 없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감염에 대한 인식이 올라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환종 명예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최근 이환종 교수는 '소아 호흡기 감염학'을 발간하는 등 소아청소년과 의료진들에게 진료지침과 연구방향에 영감을 주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환종 명예교수
이 교수가 '소아 호흡기 감염학'을 발간하게 된 이유는 본인의 전문분야이기도 하지만 소아에서 제일 흔한 질병인 감염성 질환 중 호흡기 감염기 가장 흔하기 때문이다.

국내 호흡기 감염병 원인의 70-80%는 바이러스, 세균은 20~30% 수준으로 과거 90년도 초에 호흡기 질환 환자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해 연구하던 것이 국내 호흡기감염 연구의 시작이다.

상대적으로 국내 소아호흡기감염에 대한 연구의 역사가 짧은 만큼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간된 다양한 임상 감염학 관련 의학서 외 소아호흡기감염에 관한 의학서는 발간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책 발간이 의미 있다는 게 이 교수의 평가.

그는 "국내외 최신 지견 및 우리나라에서의 원인, 역학적 특성, 연구동향을 중심으로 국내 영유아의 호흡기 감염학 관련 연구의 축적된 결과들을 정리하고자 집필을 결심하게 됐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다.

책 집필 당시 이 교수는 ▲소아 호흡기 분야에서 가장 최신 지견을 정리 ▲외국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지역별 차이를 고려해 국내 역학을 중심으로 정리 ▲실제 진료 현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근 진료지침을 많이 포함 등 총 3가지 사안에 중점을 두고 책을 집필했다.

이 때문에 최초 예상했던 1~2년의 집필기간을 넘어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려 책이 완성됐지만 이 교수의 지난 30년간의 소아호흡기감염 경험과 연구 지식을 담은 만큼 해당 책이 국내의 소아호흡기감염과 관련된 내용이 집대성이라고 표현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 교수는 "최신지견을 리뷰하고 자료의 깊이와 용어 사용을 조절하고 통일하는 것이 쉽진 않았다"며 "현 시점에서 최근 지식을 모두 포함하고 국내 연구 자료를 많이 담고 있어 임상현장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소아감염분야에서 호흡기분과와 관련된 책이 나온 만큼 이후 다른 소아 분과와 같이 소아감염의 또 다른 분야에서도 전문서적이 나오기를 희망했다.

이 교수는 "소아과 전체를 다루는 책이 나온 지 2~30년 정도가 됐고 소아 심장 등 다른 분과의 경우 책이 많이 나왔지만 감염분과는 출간된 바가 없었다"며 "소아호흡기 감염분과에 대한 책을 집필하면서 다른 분과에 대한 전문서적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환종 명예교수

"백신 개발 기초 연구가 중요…30년 경험 전달하고파"

이 교수의 또 다른 이력을 찾아보자면 보건복지부 예방접종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있다.

지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약 8년간 수행했던 위원장을 수행한 이 교수는 현재도 세계보건기구(WHO) 백신 사전심사(vaccine prequalification) 자문 위원을 맡고 있을 만큼 소아호흡기감염과 떼어놓을 수 없는 백신분야에도 높은 관심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인 지금 시점에서는 예방접종심의위원회가 코로나 백신 접종의 타당성과 부작용에 대해 검증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상태다.

실제 국내의 상황을 봤을 때도 소아를 대상으로 한 다수의 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돼 있어 감염병 예방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소아 호흡기 감염의 병원체는 크게 바이러스와 세균으로 나뉘는데 과거 상태가 좋지 않을 때와 현재의 폐렴의 주원인이 다르게 언급된다"며 "홍역과 인플루엔자 백신이 나오면서 홍역은 거의 없어졌고 인플루엔자도 소아접종으로 감염률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백신의 유무는 질환 발생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홍역처럼 폐렴구균 예방백신도 접종이 시작되면서 감염률에 큰 변동을 보였다"며 "폐렴백신 또한 현재 국가접종에 포함돼 있어 폐렴감염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교수는 국가예방접종 분야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이 늘어나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서 예방접종을 통한 복지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10년가량으로 15년 전 까지만 해도 시스템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열악했다"며 "A형 간염, 폐렴구균 백신 등이 지난 10년간 추가됐지만 여전히 로타바이러스 백신이 포함되지 못했고, 신종인플루엔자도 미국과 달리 제한적으로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호흡기 감염병 전문가인 이 교수가 꼽은 백신과 관련한 미충족수요 영역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두 백신 모두 지난 1994년 감염병 전문가가 가장 시급한 백신으로 선정했지만 여전히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못해 좀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호흡기 감염병 분야는 기초 연구분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의견.

이 교수는 "mRNA 백신도 90년대부터 연구한 내용을 기반으로 개발했듯이 백신 플랫폼 등 기초 분야가 탄탄해야 하는데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코로나뿐만 아니라 다양한 병원체에 대한 백신 개발 관련 적극적인 투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 자생하는 예방접종이 얼마 안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사업단이 출범했다"며 "사업단에 대한 유효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하며 전담으로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를 활용한 방향성 유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지난 예방접종위원장을 통해 얻은 경험을 정리해 후배들에게 전달하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그는 "과거 국내백신 도입과 관련해 바람직한 사례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들도 있어 백신 정책의 실수들을 기록하고 싶다"며 "실무진으로서 일하며 겪었고, 알고 있는 일에 대한 기록을 남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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