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기술평가 고개 젓는 기기사들 "산업 육성 발목"

발행날짜: 2021-10-29 05:45:59
  • 급변하는 의료 기술 환경 적절한 시장 진입 저해 지적
    의료산업 발전안과 충돌…"제도 원천적 개선 필요하다"

4차 산업 혁명을 타고 의료 인공지능 등 말 그대로 새로운 의료기술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신의료기술평가가 이에 대한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혁신 의료기술에 대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신의료기술평가로 인해 상용화에 제동이 걸리면서 국내 기업들이 뒤쳐지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제도의 대대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한 혁신 의료기기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혁신 의료기기 기업들을 중심으로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의료기술이란 말 그대로 과거와 결이 다른 새로운 의료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2007년 새롭게 만들어진 제도다.

과거의 기준으로는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을 통해 말 그대로 신기술을 평가하도록한 것.

하지만 이렇듯 새로운 의료기술의 진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상용화의 발목을 잡으면서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 의료기기 업계의 지적이다.

혁신 의료기기를 보유한 A기업 임원은 "이미 규제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고 여기에 더해 혁신성까지 확인을 받았는데도 신의료기술평가에 발목이 잡혀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말 그대로 속도가 생명인 신의료기술이 구의료기술이 될 판"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현재 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에 도전한 의료기기 기업들은 상당수가 번번히 고배를 마시며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의료연구원 자료를 봐도 지난해 신의료기술평가의 허들을 넘은 기기는 많지 않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혁신 의료기기 중 많이 않은 수만이 시장에 나올 수 있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혁신 의료기기들이 왜 이러한 상황에 놓인 것일까. 이는 신의료기술평가의 기준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의료기기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는 식약처 허가와 별개로 신의료기술평가는 말 그대로 '행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의사의 행위가 들어가서 유효성이 입증돼야 그 근거를 인정받는다는 의미.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하는 의료 인공지능 등 혁신 의료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다.

혁신 의료기기 기업들은 지금의 제도가 유지되는 한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공지능 보조 진단 회사인 B기업 임원은 "현재 정부는 의료 인공지능을 통한 AI 진단 보조 시스템을 말 그대로 '보조'로만 생각하고 있다"며 "결국 의사의 '행위'가 들어가는 부분이 적다는 점에서 신의료기술평가 진입 장벽을 넘기 힘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임상 논문 등 데이터를 이야기 하는데 진단 보조는 말 그대로 의사가 미쳐 찾아내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시스템으로 환자를 낫게 하는 구조가 아니다"며 "이러한 특수성을 인정하지 못한 채 말 그대로 임상적 유효성을 보여달라 하면 이건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정부도 일정 부분은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혁신 의료기술에 대한 별도 트랙과 유예 제도가 대표적. 이를 통해 체외진단의료기기 등이 유예대상으로 포함되며 숨통이 트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소프트웨어 중심의 혁신 의료기기들은 신의료기술평가의 높은 장벽에 막혀 고전을 지속하고 있다.

의료산업계를 중심으로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한 원천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의 제도를 부분 수정하는 것으로는 혁신적 의료기기를 담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신의료기술평가 체제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의료 인공지능과 진단 보조 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서 사용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지금과 같이 행위를 더해야만 평가 대상이 되는 구조로는 절대 그 장벽을 넘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대다수 혁신 의료기기 기업들이 신의료기술평가 자체에 의문을 던지는 이유"라며 "제도 자체를 근본적인 부분부터 재검토하는 대대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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