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3년제 여파 지속…가정의학과 전공의 22명 사직

이창진
발행날짜: 2021-09-25 05:45:59
  • 서울·경기·부산·충북 중도 포기 증가세 "타과 경쟁 비전 부재"
    급여 차이와 미래 불안감 상존…학회 "일차의료 주치의제 주력"

일차의료 중심의 주치의를 표방하는 가정의학과 전공의들의 내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가정의학과 수련을 중도 포기한 전공의 수는 정체 상태이나 수도권과 부산, 충북 등 지역별 증가세를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입수한 '최근 3년(2019년~2021년 8월말) 가정의학과 전공의 중도 포기율' 지역별 현황을 분석했다.

올해 8월말 현재 가정의학과 전공의 22명이 수련 도중 사직했다. 주요 지역별 중도 포기율 현황.
올해 8월말 현재, 가정의학과 전공의(레지던트) 306명 중 22명(7.2%)이 사직서 제출했다.

2020년 가정의학과 전공의 306명 중 중도 포기 22명(7.2%), 2019년 가정의학과 전공의 305명 중 중도 포기 30명(9.8%) 등과 비교하면 감소세 또는 정체 상태로 풀이된다.

주목할 사항은 서울과 경기 지역 가정의학과 중도 포기 전공의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8월말 현재 빅5 병원 가정의학과 6명, 서울지역 6명, 경기 지역 3명 등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앞서 2020년 빅5 병원 5명, 서울 지역 8명, 경기 지역 5명 그리고 2019년 빅5 병원 4명, 서울 지역 7명, 경기 지역 7명 등이 가정의학과 수련 도중 사직했다.

또 다른 특이점은 지역별 편차이다. 올해 대전 지역 1명, 부산 지역 3명, 전북 지역 1명, 충북 지역 2명 등이 수련을 포기했다.

이들 지역 수련병원의 가정의학과 전공의 정원이 수도권에 비해 적은 만큼 1~2명의 사직은 중도 포기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현실이다.

반면, 강원과 경남, 광주, 대구, 인천, 전남, 충남 등은 가정의학과 중도 포기 전공의가 발생하지 않았다.

경북과 울산, 제주 지역 수련병원은 2020년부터 가정의학과 전공의 정원을 책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도전문의들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부분을 원인으로 꼽았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혜진 교수는 "내과와 외과가 전공의 수련 3년제로 전환되면서 임상과 중 가정의학과만이 가진 수련 3년의 메리트가 희석됐다. 젊은 의사들에게 수련제도 변화는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 교수는 "학회는 주치의제도 등 가정의학과 역할을 제도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젊은 의사들에게 와 닿지 않고 있다"면서 "봉직의를 하더라도 타 진료과에 비해 적은 급여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가정의학회는 전공의 중도 포기 추세를 주시하며 주치의 제도화 등 비전 제시에 주력하고 있다. 학회 홈페이지 화면 캡쳐.
가정의학회(이사장 최환석)도 전공의 중도 포기 추세를 주목하고 있다.

학회는 일차의료 중심 진료과와 가정주치의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제도화를 추진 중인 상황이다.

강재헌 정책이사(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젊은 의사들의 수련 중도 포기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학회 차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일차의료 중심인 가정주치의 제도화 등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원급 만성질환관리 제도와 장애인 주치의 등 주치의 제도화를 위한 여건은 조성됐지만 정책적 구현까지 시일이 필요하다"면서 "가정의학과 역할과 중요성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세밀히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정의학회가 상급종합병원 외래환자 예외 경로 축소와 개원가의 주치의제 부정적 시선 등 의료계 내부의 장벽을 뛰어 넘어 전공의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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