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기술도 아닌 혈맥약침술 시행 법원의 판단은?

오승준 변호사
발행날짜: 2021-09-16 05:45:56
  • 오승준 변호사(로펌 BHSN)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는 2006. 10. 27. 법률 제8067호로 의료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도입되어 2007. 4. 28.부터 시행되었다.

의료법 및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제2조 제2호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의료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에 대하여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안전성·유효성 등에 관한 평가를 해야 한다.

위와 같은 법령에 따라, 2007. 4. 28. 이후에 새롭게 시도된 의료기술은 기술의 목적, 대상, 방법 등에서 기존 의료기술과 다른 경우에는 신의료기술평가의 대상이 된다. 기존 의료기술을 아주 경미하게 변경한 정도라면 새로운 평가를 거칠 필요가 없겠으나, 유의미한 변경이 이루어졌다면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

물론, 의사에게는 치료 방법의 선택에 관한 폭넓은 재량권이 있기 때문에 평가를 받지 않은 신기술을 사용하는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니다. 평가를 받지 않은 시술을 하고 돈을 받는 것이 위법한 임의비급여에 해당하여 부당이득 반환, 손해배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 2016두34585 판결 (혈맥약침술)

이번에 소개할 혈맥약침술에 대한 위 대법원 판례(2016두34585 판결)는 양방과 한방의 이원적 의료체계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 의료법 하에서 신의료기술평가가 어떤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 의미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한의사 면허를 가지고 요양병원을 운영하던 A는 혈맥약침술이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에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된 ’약침술‘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아 요양급여를 청구·수령하였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혈맥약침술에서 이용되는 혈맥이 한의학적으로 경혈과 같이 치료의 대상이기는 하나, 전통적인 치료방법을 고려할 때 혈맥약침술의 치료 원리와 방법은 혈관(혈맥)에 약물을 주입하여 치료하는 방법으로 기존의 약침술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으며, 신의료기술 신청이 선행되어야 한다.”라는 이유로 항암혈맥약침술 비용 9,200,000원을 ‘과다본인부담금’으로 확인하고 환급을 명하는 처분을 하였다.

A는 이에 반발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대법원은, i) 약침술은 한의학 고유의 침구이론인 경락학설을 근거로 하여 침과 한약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방 의료행위로 치료 경혈 및 체표 반응점에 약 0.1~수 ml 전후로 시술하며, 교과서에서 약침술은 혈관 등을 피해서 주입한다고 설명되어 있는 반면, 혈맥약침술은 산삼 등에서 정제·추출한 약물을 혈맥에 일정량을 주입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설명되며 ‘산삼약침’이라고도 소개되고 있다는 점,

ii) 한의학에서 혈맥(혈맥)은 해부학에서의 동맥이나 정맥 그리고 모세혈관을 총칭하는 용어로 혼용되어 사용되어 왔으나, 산삼약침에서의 혈맥은 정맥에 국한된다는 점, iii) 혈맥약침술은 고무줄로 상박을 압박하여 혈맥을 찾은 뒤 산양삼 증류·추출액을 주입하고, 20ml~60ml를 시술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혈맥약침술은 침술에 의한 효과가 없거나 매우 미미하고 오로지 약물에 의한 효과가 극대화된 시술이라며, 혈맥약침술은 기존에 허용된 의료기술인 약침술과 비교할 때 시술의 목적, 부위, 방법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그 변경의 정도가 경미하지 않으므로 서로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가 수진자들로부터 비급여 항목으로 혈맥약침술 비용을 지급받으려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즉, 혈맥약침술은 ‘기존의 약침술과 동일한 기술 또는 경미한 변경을 한 의료기술’에 불과하기 때문에 신의료기술 신청이 필요 없다는 A의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시사점

신의료기술평가는 강제력이 있는 표준진료지침이 존재하지 않은 국내 의료 시장에서, 새로운 의료기기가 등장하거나 새로운 활용법, 새로운 의료 기술이 사용되기 시작하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분쟁의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의학 경락이론에 기반을 둔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Emotional Freedom Technique using Acupuncture Points Tapping)‘이 한의의료기술로는 처음으로 신의료기술로 등재되기 전까지 수많은 논란이 있었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맘모톰 임의비급여 분쟁에 있어서도 신의료기술평가는 사건의 국면을 전환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되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특허 등록까지 한 카바수술이 신의료기술평가에서는 조건부 승인을 받고 결국 한시적 비급여고시가 폐지된 사건이 있었다.

물론 신의료기술을 신청하여 등재까지 받는다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지 못한 신기술을 사용하는 의료인이라면, (그리고 비급여진료에 해당하는 영역이라면) 그 시술이 임의비급여에 해당할 수 있음을 명확히 인지하고, 환자에게 그에 관한 필요성 설명, 동의를 받는 절차에 만전을 기해야 추후 관련 분쟁이 제기되었을 때 적절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관련 자료]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시행 2019. 7. 4.] [보건복지부령 제651호, 2019. 7. 4., 일부개정] 전체조문보기

제2조(신의료기술평가의 대상 등) ①「의료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53조에 따른 신의료기술평가의 대상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안전성ㆍ유효성이 평가되지 않은 의료기술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평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의료기술

2. 제1호에 해당하는 의료기술 중 보건복지부장관이 잠재성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의료기술

3.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은 의료기술의 사용목적, 사용대상 및 시술방법 등을 변경한 경우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평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의료기술

② 보건복지부장관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기법 시행규칙」 제9조제2항제6호에 따른 임상시험에 관한 자료를 첨부하여 제조허가 또는 수입허가를 받은 의료기기(이하 "특정 의료기기"라 한다)를 사용하는 의료기술로서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의료기술(이하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이라 한다)의 경우에는 그 의료기술을 환자에게 최초로 실시한 날부터 1년이 되는 날까지 신의료기술평가를 유예할 수 있다. 다만, 그 특정 의료기기가 기존의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에 사용되는 특정 의료기기와 구조ㆍ원리ㆍ성능ㆍ사용목적 및 사용방법 등이 본질적으로 동등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또는 특정 의료기기를 사용한 의료기술에 대하여 이미 신의료기술평가가 실시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제3조제5항제1호에 해당하는 의료기술과 특정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기술을 비교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문헌이 있을 것. 다만, 비교할만한 대체 기술이 없는 의료기술이거나 희귀질환 대상인 의료기술 등 비교연구가 불가능한 경우는 제외한다.

2. 해당 의료기기의 사용목적(대상질환 또는 적응증을 포함한다)이 특정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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