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쥐꼬리인데 규제만…대학병원조차 조직은행 포기

발행날짜: 2021-02-05 05:45:58
  • 서울 A대학병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자진 폐업 요청
    사실상 공공적 역할 불구 지원책 없어…"유지 힘들다"

인체 조직에 대한 국내 자급률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학병원조차 운영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비임상시험의 핵심인데다 조직은행 운영이 일정 부분 공공적 역할인데도 지원책이 턱없이 부족해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 또한 최근 강화된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체조직 부족 현상에도 불구하고 조직은행에 대한 지원이 없어 대학병원조차 이를 포기하고 있다.
4일 병원계에 따르면 서울의 A대학병원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인체조직은행 자진 폐업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A대병원 관계자는 "그동안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조직은행을 유지해왔지만 관리의 어려움과 부담으로 더 이상 운영이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올해로 조직은행을 폐업할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인체조직은행이란 뇌사자나 사망자로부터 말 그대로 인체조직 즉 뼈, 근막, 피부, 심장판막, 안구 등을 기증받아 이를 채취, 저장, 분배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현재 식약처 조직은행 설립현황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국내에는 총 124곳이 이러한 업무를 맡아 운영중인 상황.

이중에는 비영리법인인 대한인체조직은행 등 공공적 성격을 가진 기관도 있지만 한스바이로메드 등 수익성을 기대하는 가공처리업자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는 전국 조직은행 비중 중에서 극히 일부로 대부분은 각 지역별 채취 및 보관, 분배를 위해 거점 대학병원들이 이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사실상 대학병원들이 공공적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한 면에서 A대병원과 같은 사례는 상당히 특수하다는 것이 병원계의 공통된 전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대학병원에서 조직은행을 자진 폐업한 사례는 단 한번도 없었다.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A대병원은 왜 스스로 조직은행의 문을 닫은 것일까. 병원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지만 인력과 시설 등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직은행 운영을 위해 인력과 시설 등을 투자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책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나마 수요가 있는 뼈나 연골 등은 운영이 가능해도 혈관 등은 채취와 가공, 보관 비용이 상당해 민간에서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

A대병원 보직자는 "인체 조직의 채취와 포장, 보관, 분배를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인력과 시설이 들어간다"며 "하지만 그에 반해 수익성은 커녕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다량의 인체 조직이 돌면 몰라도 건수도 거의 없는 상태라는 점에서 운영의 이유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대학병원조차 조직은행을 포기하는 현재 상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에서는 인체 조직 자급률이 낮다는 점에서 인식 개선과 더불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2019년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인체조직에 대한 자급률은 13%에 불과한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인체조직법 개정안이 나오면서 이에 대한 관리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다.

이 보직자는 "민간에서 공익적 역할을 할때는 이에 대한 지원책이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한다"며 "안해도 그만인 일을 간섭과 규제까지 받으면서 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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