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냐 정체성이냐…학술지 명칭 두고 학회 골머리

발행날짜: 2020-10-30 05:45:50
  • 공식 학술지 영문 이름에 'Korean' 포함 놓고 고민 가중
    일부 학회는 아예 명칭 삭제 추진중…"신중한 고민거리"

의학회 산하 학회들이 수년째 국제화 작업을 추진하면서 공식 학술지의 명칭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상당수 학회들이 이미 학술지를 영문화하며 SCI 진입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Korean'이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과 그래도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며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

학술지 국제화를 타고 영문 저널 명칭을 두고 학회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A학회 이사장은 "학술지 국제화를 추진하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투고율"이라며 "아무래도 영문화를 추진하면서 일정 부분 투고율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또 하나 가장 큰 문제가 인용률데 아무리 홍보를 해도 이 부분이 풀기 어려운 난제"라며 "SCI 진입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인데 가장 넘기 힘든 산"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 학회는 내년 상반기 정기 총회에서 학회지 명칭에서 'Korean'을 빼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Korean'이라는 단어 자체가 국내 학술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해외 투고율 및 인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이를 빼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 대부분 학회들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대부분에 'Korean'이라는 이름을 넣고 있다. 대한00학회지를 그대로 영문으로 풀어낸 셈이다.

예를 들어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는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다. 대다수 학회들의 학술지도 'Journal of korean~' 등으로 으로 명명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학회지 명칭에서 'Korean'을 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학자들은 국제화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학술지를 SCI급으로 발전시키고 세계적으로 뻗어가기 위해서는 굳이 'Korean'이라는 명칭으로 한계를 둘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정체성을 강조한다. 아무리 국제화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적어도 한국의 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라는 정체성은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세계 유수 학술지들도 그 정체성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

일부 학회는 이미 학술지 명칭에서
이 학회 전임 회장은 "세계 3대 저널로 불리는 JAMA만 해도 'American'이 들어가고 NEJM도 'England'가 명시된다"며 "국제화를 위해 'Korean'을 떼자는 것은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일부 학회는 이미 학술지에서 'Korean'을 빼기로 결정한 곳도 있다. B학회가 대표적인 경우. 이번 추계학술대회를 통해 논의되는 만큼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방향성은 정해졌다는 분위기다.

B학회 역시 이 방안을 두고 팽팽하게 의견이 맞섰지만 투고율과 인용률을 높이고 나아가 SCI 학술지로서 국제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는 이름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B학회 학술이사는 "향후 학술지 발전을 위해 단순히 학회명을 학술지로 전환한 이름을 버리고 새롭게 명칭을 정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며 "이번 총회에서 몇 가지 안을 두고 의견을 나눠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일단은 'Korean'은 빼고 다른 학술지들과 겹치지 않는 이름으로 몇 가지 안을 추천 받은 상황"이라며 "총회 결과를 봐아하겠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학술지 명칭이 변경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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