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ASCO 초록 눈길...면역항암제 담도암 효과 찾아

원종혁
발행날짜: 2020-06-11 12:00:57
  •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소세포폐암 및 담도암 등 병용전략 진전
    독성 적은 신약개발, 바이오마커 발굴 항암치료 유지요법 관건

치료환경이 열악한 암종에서도 최신 면역항암제의 사용 방안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특히 국내 항암전문가들은 위암이나 폐암, 유방암 등 주요암종에 비해 환자 수가 많지 않아 임상시험을 수행하기도 쉽지 않은 진행성 담도암 분야 등에 고무적인 결과를 얻은 것은 올해 주목해봐야 할 결과물로 평가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회장 강진형)가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이하 ASCO)에서 발표된 주요 임상 결과를 분석해 암 치료의 최신 경향을 발표했다.

연구회는 이번 학회 발표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치료 환경이 열악한 암종에서도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확인했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특히 소세포폐암 치료와 진행성 담도암 분야에는 의미있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며 주목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지난 20여년간 소세포폐암의 표준치료였던 세포독성 항암제에 면역항암제를 추가 투약한 결과, 표준치료보다 사망의 위험율을 20~30% 감소시키며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던 소세포폐암의 치료에서 큰 진전을 보였다.

또한 진행성 담도암에서 오도연 교수(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ASCO 포스터 발표를 통해 기존의 표준 치료인 세포독성 항암제에 면역항암제를 추가 투여했을 때 높은 치료 반응률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를 통해 이후 진행성 담도암 3상 임상시험에서도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 항암제의 병용요법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맹치훈 홍보위원회 간사(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는 "담도암은 위암이나 폐암, 유방암 등 주요암에 비해 환자 수가 많지 않아 임상 시험을 수행하기도 쉽지 않은 편"이라며 "다국적 거대 제약회사에서 경쟁적으로 개발하는 분야가 아닌 암종에서 국내 연구자에 의해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면역관문억제제 유지요법 효용성, 장기간 지속효과 주목

'JAVELIN Bladder 100 연구'는 진행성 요로상피세포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하며 이번 ASCO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해당 환자의 1차 유지요법으로 면역항암제인 '아벨루맙(avelumab)'의 효과를 확인했다.

절제 불가능하거나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환자 중 '젬시타빈(gemcitabine)'과 백금(시스플라틴 또는 카보플라틴) 병용 항암치료를 받고 질병이 진행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아벨루맙을 투약했을 때 최적의 지지요법(Best Supportive Care)과 비교하여 유의한 생존기간의 연장을 보여줬다(21.4개월 대 14.3개월).

또한 난소암 유지요법 연구인 'SOLO-2 연구'에서도 전체생존 분석 최종 결과가 발표됐다. SOLO-2 연구는 브라카(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백금민감성 재발 난소암 환자에서 백금기반 항암치료 후 질병이 진행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올라파립(olaparib)'과 위약을 비교했을 때, 약 13개월의 생존 연장을 보여주면서(51.7개월 대 38.8개월) 올라파립의 치료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을 확인했다.

김미소 교수(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과거에도 이러한 유지요법에 대한 여러 연구들이 진행됐지만 뚜렷한 생존 이득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며 "그러나 독성이 적은 신약의 개발로 장기간 항암제 투여가 가능해지고, 효과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의 발굴 등으로 특정 항암치료 후 유지요법을 도입하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임상연구 동향 발맞춰 국내 70여건 임상연구 진행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강진형 회장(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은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국내 유일의 항암요법 연구기관으로 매해 ASCO에서 발표된 연구들을 분석, 세계적인 항암 치료의 최신 지견을 발표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번 ASCO 연구 분석을 통해 다양한 암종에서 새롭게 나타난 면역항암제 효과와 항암치료 유지요법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국내에 암 환자들 치료에 하루 빨리 적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연구회는 글로벌 임상연구 동향에 발맞춰 약 70건의 임상연구를 수행 중이다. 호르몬수용체 양성(HR+) 전이성 유방암에서 면역항암제(펨브롤리주맙) 치료의 효과를 분석하는 임상시험도 그 중 하나.

전체 엑솜 염기서열 분석(Whole Exome Sequencing, WES)을 통해 확인된 과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아직까지 해당 질환에서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그 결과에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또는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naplastic Lymphoma Kinase, ALK) 유전자 변이가 있는 폐암 환자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위암에서는 유전체 불안정성 환자의 2차요법으로 면역항암제 '더발루맙(Durvalumab)'과 '트레멜리무맙(Tremelimumab)'을 동시 투여하면서 '파클리탁셀(Paclitaxel')과 병용하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에 있으며, 연부조직육종에서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 항암제를 병용하는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한, 수술이 불가능한 혈관육종의 1차 치료로 아벨루맙과 파클리탁셀(paclitaxel)을 병용하는 2상 임상연구(KCSG UN18-15)와 진행성 평활근육종 환자의 2차 치료요법으로 아벨루맙과 젬시타빈(gemcitabine)을 병용하는 2상 임상연구(KCSG UN18-06)가 국내 다기관 임상시험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이상철 홍보위원장(순천향대천안병원 혈액종양내과)은 "이번 ASCO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암종을 중심으로 한 면역항암제에 대한 새로운 적응증에 대한 연구가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연구가 대한항암요법연구회를 통해 국내에서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재발성 혹은 전이성 요로상피암 중 25-67%를 차지하는 HER2+ 요로상피암에 대해서도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세포독성 항암제인 파클리탁셀에 HER2 표적 치료제인 바이오시밀러 '트라스투주맙(trastuzumab)'을 병용한 임상연구(KCSG GU18-18)로 HER2 과발현이 있는 환자에게 항암 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효과는 높이는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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