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D 당뇨병 환자 '메트포르민' 투약 기준 명확해진다

원종혁
발행날짜: 2019-10-11 15:32:25
  • ICDM 2019 대한당뇨병학회-대한신장학회 전문가 합의
    사구체여과율 30 미만 금기 "조영제 동맥, 정맥 주입 중단 조건 일부 차이"

국내에서 신장장애를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메트포르민' 투약 조건이 보다 명확해질 전망이다.

조영제 유발 급성 신손상(AKI)에 고위험군이 아닌 경우, 조영술 과정에서 메트포르민의 투약을 무조건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데 신장내과와 내분비대사내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11일 그랜드힐튼 서울 호텔에서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주관 올해 당뇨병 및 대사질환 국제회의(ICDM 2019)에서는, 조영제 사용을 고려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메트포르민' 치료 중단에 대한 전문가 합의문을 논의했다.

이날 대한당뇨병학회와 대한신장학회 조인트 심포지엄으로 마련된 전문가 합의문 발표 자리에는 1차적으로 메트포르민은 사구체여과율(eGFR)이 30mL/min 미만인 환자에 투여 금기 대상으로, 여과율이 45mL/min 이상인 환자에서는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사구체여과율이 30~44 mL/min 구간에 속하는 환자의 경우 메트포르민 치료를 바로 시작하지 말고, 이미 사용 중인 환자라면 하루 투약 용량을 1000mg 이하로 조정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더불어 '요오드 조영제(iodinated contrast media)' 사용 전에 신장기능을 평가하고 신기능을 토대로 메트포르민의 중단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요오드 조영제의 동맥내 주입과 관련해서는 조영술 이후 48시간까지는 메트포르민의 투약을 중단해야 한다. 정맥내 주입은 사구체여과율이 60 미만인 환자에 경우, 조영술 이후 최대 48시간까지 투여를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메트포르민은 제2형 당뇨병 분야 혈당강하 목적으로 우선 사용하는 1차 약제로 권고된다. 그런데 문제는, 신기능 장애를 동반한 환자에서 조영술 진행시 지속 투약 여부를 놓고 이슈가 발생하는 것이다.

국내외 주요 당뇨병 가이드라인을 보면, 젖산증(lactic acidosis) 발생을 우려해 신기능 장애를 가진 인원에서는 메트포르민 투약을 금기사항으로 언급하고 있다. 특히 요오드 조영제 사용으로 인한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신독성의 경우엔, 합병증 발생 고위험군에서는 메트포르민의 투약 중단을 추천하는 분위기이다.

현재 가이드라인을 보면, 조영제로 CT 등의 영상 촬영을 시행하는 메트포르민을 복용 중인 '조영제 유발 급성신손상(Contrast induced acute kidney injury, 이하 CI-AKI)'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메트포르민의 투약에 금기 조건을 달았다.

일반적으로 사구체여과율이 '30 mL/min 미만'으로 떨어진 환자는 메트포르민 투여를 중단해야 하며, 환자의 신기능을 재평가해 투약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까지는 치료를 금기하는 입장인 것이다.

이와 달리, 고위험군에 속하지 않는 환자에서는 치료방향이 다르다. CI-AKI에 고위험군이 아닌 환자의 경우엔, 조영제 투약 이전이나 이후에 메트포르민의 치료 중단이 필요치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의대 이동원 교수는 "지금껏 조사 결과를 보면 메트포르민 관련 젖산산증의 발생은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난다"며 "1000인년당 0~0.084례 정도의 발생률로 나타나는데 요오드 조영제의 사용이 메트포르민을 투약 중인 모든 환자에 개별 위험인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기능 평가 근거로 투약 중단 여부 결정해야 "30 mL/min 미만 중단 합당"

이러한 입장 변화는, 미국FDA의 메트포르민 관련 라벨링 권고와도 관련이 있다.

기본적으로 FDA가 2016년 내놓은 개정 이전 US FDA 약물 가이드라인(metformin package inserts)을 보면, 사구체여과율이 30~60mL/min 사이에 속하는 환자에서도 메트포르민의 사용을 중단하라고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이전까지의 가이드라인은 남성의 경우 혈청 크레아티닌(Cr)이 1.5mg/dL을 초과했거나, 여성에서는 1.4를 초과할 시에만 투여 금시사항으로 잡았지만, 당해 4월부터는 환자의 신기능에 초점을 잡고 메트포르민 라벨 변경을 명령했다. 이때부터 메트포르민 투여를 고려하는 환자에서는 혈청 크레아티닌 대신에 사구체여과율을 기준으로 잡은 것이다.

이후 메트포르민과 관련한 안전성 임상은 꾸준히 쌓여왔다. 대표적으로 2010년 진행된 코크레인(Cochrane) 임상 분석 결과, 메트포르민이 다른 혈당강하제에 비해 젖산산증 발생 위험을 늘리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직 저산소증으로 인한 동반질환은 젖산산증의 주요 위험으로 지적되지만, 실제 당시 코크레인 임상 리뷰에서도 메트포르민 투여군에서의 젖산산증 유병률은 10만인년(patient-years)당 4.3례로 메트포르민 비치료군 5.4례에 비해 낮았던 것이다.

이러한 근거를 수용해 최근엔 고위험군이 아닌 환자의 경우, 사구체여과 30~45mL/min에서는 사용을 유지하지만 30 미만으로 떨어진 환자에서만 안전성을 고려해 투약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이유다.

최근 개정된 FDA 라벨링 권고에서도, 사구체여과율이 30~60인 환자에서 반드시 메트포르민의 투약을 중단할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경우 일시적 투약 중단'으로 권고사항을 바꿨다.

또한 미국방사선학회(ACR)에서도 2018년 개정 가이드라인을 통해, 요오드 조영술을 받는 메트포르민 사용 환자에서는 우려가 됐던 젖산산증이 발생한 사례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좌장으로 참석한 가톨릭의대 권혁상 교수는 "앞서 조영제로 인해 급성 신손상이 발생한다면 메트포르민의 누적이 발생하고 젖산산증의 발생 위험이 함께 증가한다는 임상 근거는, 고위험군에서만 해당되는 것으로 논의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2011년 11월 첫 회의 개최를 시작으로 올해 제13차를 맞는 ICDM 국제회의에는 당뇨병 관련 기초 연구부터 진단, 관리, 치료 임상에까지 20개 이상의 심포지엄이 마련됐다. 학회기간에는 총 35개국 1500여 명이상의 내분비대사내과 전문가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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