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료기기 지원법, 사회적 소통·합의가 우선"

정희석
발행날짜: 2019-06-24 05:30:59
  • 업계, 하위법령 허가 규정 차별화된 '시간·속도' 주문
    황선빈 이사 "의료기기 안전성 불안 해소 노력해야"

황선빈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혁신의료기기 TF팀장이 지난 21일 양산부산대병원 의료기기중개임상시험센터가 주최한 융합심포지엄에서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제정 의미를 설명하고 의료계와의 소통에 나섰다.
지난 4월 30일 공포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하위법령을 놓고 정부와 의료기기업계 간 세부 조율이 진행 중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지난 14일 복지부·식약처가 주최한 의료기기산업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간담회에서 ▲혁신형 의료기기기업 인증·지원제도 ▲혁신의료기기군·혁신의료기기 지정 및 인허가 특례에 대한 회원사 의견을 전달했다.

정부 또한 업계 의견과 의료기기산업 특성에 맞는 지원정책 반영을 고려해 하위법령을 입법예고하는 한편 오는 9~10월 공청회를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하위법령에 담고자 하는 핵심 내용은 ‘허가·보험급여’ 지원방안.

혁신의료기기 보험급여와 시장진입을 위한 첫 단추에 해당하는 허가 소요시간을 업계가 실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단축하고, 허가 요건 역시 기존 임상시험에서 리얼 월드 에비던스(Real World Evidence·RWE) 등 근거자료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보험 역시 급여목록 등재부터 최종 급여 확정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줄여 안정적인 시장진입과 판매 활성화를 담보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업계가 혁신의료기기 허가·보험 관련 차별화된 ‘시간과 속도’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문이 하위법령에 오롯이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체외진단기기법 등 소위 ‘의료기기산업 육성 3법’은 법안 발의부터 통과까지 시민단체들의 큰 반대에 봉착했다.

의료기기산업 육성 3법을 허가 절차를 파괴한 ‘의료영리화 3법’으로 규정하고 정부가 ‘규제 혁신’을 허울로 내세워 의료기기업체들의 이익만을 고려한 채 국민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다.

특히 이 중심에는 의료기기 안전성·유효성 검증에 충분한 시간 없이 너무 빠르게 허가를 내주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때문에 의료기기업계가 요구하는 차별화된 시간과 속도가 국민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현실에서 의료계·정부·시민단체와의 소통과 합의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황선빈 존슨앤드존슨글로벌 이사는 지난 21일 양산부산대병원 의료기기중개임상시험센터가 주최한 융합심포지엄에서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제정 의미를 설명하고, 의료계와의 소통에 나섰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혁신의료기기 TF팀장을 맡고 있는 황 이사는 이 자리에서 “의료기기는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국민 안전과 직결된 만큼 이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 일부에서조차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통과 후 ‘선진입-후평가’ 제도가 확대돼 허가 과정이 쉬워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진입하더라도 의료기기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임상시험 인증·평가절차를 걸쳐 허가를 획득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기존 임상시험에서 벗어나 RWE·모델링 앤 시뮬레이션(Modeling and Simulations) 등 새로운 임상 대체 방식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방법이기 때문에 적용여부는 지켜봐야한다”고 덧붙였다.

황 이사는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이 사회적·산업적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4차 산업혁명 융·복합 기술 발달로 기존 규제로는 담보할 수 없는 혁신의료기기에 대한 연구개발부터 시장진입까지 새로운 육성방안과 규제 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당 법이 마련되기 전에는 개발자들이 현실 규제에 가로막혀 혁신의료기기 연구개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설령 첨단 융·복합 의료기기를 개발하더라도 품목분류조차 되지 않아 시간을 허비하고 결국 시장진입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은 국가가 기술 발전과 제도의 격차를 이해함으로써 체계적인 지원체계를 만들어 아이디어가 있는 개발자 누구라도 혁신의료기기 개발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황 이사는 산업적 의미에 대해 “혁신의료기기 출시가 가장 어려운 점은 국가보험체계 하에서 시장진입을 위한 장벽이 매우 높아 비전문가의 접근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 문제”라고 전제했다.

이어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은 허가과정에서 기존 제품과 혁신의료기기와의 차별화와 함께 신의료기술 및 급여를 아우르는 부처를 초월한 융합제도 운영의 법적근거를 마련해 종합적인 지원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은 체외진단기기에 대한 선진입-후평가 제도 도입을 통해 의사의 진료권 확대와 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의료기기업계는 속도를 원하지만 시민사회는 우려할 수 있다”며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업계가 다양한 사회적 소통과 합의를 통해 불안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이 선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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