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기술 민원 들끓어도 "환자 중심에서 생각해야"

발행날짜: 2019-04-22 20:00:00
  • 허대석 교수 22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개원 10주년서 조언
    네카 연구, 정책 반영 되도록 전략적으로 과제 선정해야

신의료기술은 '규제 덩어리'라며 의료기기 업체 등의 민원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정부의 호소에 허대석 교수는 "환자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네카)은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원 10주년을 맞아 'NECA 10년의 성과와 의료기술평가 발전 전략'을 주제로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는 자리에서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손호준 과장은 네카의 주요 업무인 신의료기술평가 관련 민원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현실을 토로했다. 의료자원정책과는 네카를 관리하는 주무 부서이기도 하다.

허대석 교수(왼쪽)와 손호준 과장
손 과장은 "최근 밖으로부터의 요구가 너무 심하다"라며 "지난해 신의료기술평가를 중심으로 한 의료기기 규제 혁신 대책을 발표했는데 선진입, 후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고 그 첫 번째가 체외진단기기"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기존 것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유예하거나 재평가해야 하는 방식인데 후평가에도 불만이 굉장히 많다. 제도 자체가 어렵다"라며 "제도를 개선하고 안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의료기술 평가 관련 주무 부서 담당자로서 신의료기술 평가가 '규제 덩어리'라는 공격을 받고 있는 현실을 토로했다.

손 과장은 "보장성 강화 일환으로 들어온 예비급여 평가 역할도 네카가 해줘야 하는데 시작 단계라 걱정된다"며 "신의료기술평가가 규제, 불만이라는 공격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국민 안전 보호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평가 기간을 단축해달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업무 중복, 평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민원을 주로 받고 있다"며 "앞으로는 변화하는 건강보험 체계에 맞는 시장에 진입하려는 업체의 요구까지 고민해서 제도를 만들고 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도를 운용하는 정부가 '민원'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네카 초대 원장을 지냈던 허대석 교수(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환자 중심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어떤 사안이든 이해 당사자가 많지만 쟁점이 있을 때는 국민, 환자 입장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식약처 인보사 사건만 봐도 서둘러서 품목 허가를 쉽게 해주고 사후 평가도 안 하는 게 옳았는지에 대해 국민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며 "신의료기술 평가를 빨리 통과하거나 선진입, 후평가 하면 업체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선진입, 후평가 제도 자체가 문화적으로도 다시 검토해볼 문제라고 했다.

허 교수는 "과거 대학입시 제도에서 졸업정원제를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실패했다"며 "후평가라는 개념을 우리나라는 잘 못 받아들인다. 우리나라의 문화적, 역사적 경험을 따졌을 때 신의료기술 선진입, 후평가가 안전한 정책인지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 정책으로 반영되려면 "시의성 고려해 선택·집중해야"

한편, 근거와 가치를 창출하는 기간이지만 정책에서 소외받는 현실을 지적하며 네카 연구가 정책적으로도 적극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서울의대 가정의학교실 윤영호 교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네카를 향해 뼈아픈 조언을 했다.

윤 교수는 "건정심에서 4년 동안 일하면서 네카 연구 결과가 정책 결정에 반영된 사례를 본 적이 없다"라며 "국민이나 정책결정제가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연구주제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세먼지, 출산 절벽, 웰다잉, 인구 초고령화, 만성질환 급등 등을 제시했다.

더불어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왔던 위험분담제, 선별 급여, 허가초과 항암요법의 사후평가,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된 시범사업 등에 대한 평가와 함께 예비 급여에 대한 재평가를 위한 역할도 찾아야 한다"라며 "건정심에서 근거를 창출하기 위한 거버넌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평원 변의형 급여등재실장은 ▲시의성 있는 의료기술평가(HTA) 자료가 산출돼야 하고 ▲보다 연계성 있는 HTA 자료가 나와야 하며 ▲상호 피드백이 가능한 HTA 자료가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변 실장은 "건강보험에서 의사 결정은 정부 정책에 따라 주어진 타임라인이 있기 때문에 시의성 있는 정책 수요를 파악하고 평가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HTA 보고서도 보건의료체계 의사결정과 연계 가능한 내용들로 확장성을 갖고 발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근거 불확실성으로 의사결정에 난항을 겪는 일이 많다"며 "근거 축적이 필요한 부분도 있는데 의사결정 현장과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단이 상호 피드백 할 수 있는 기전이 강화돼야 한다"고 첨언했다.

근거중심에 대한 개념 전환도 필요하다고 했다.

연세의대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는 "근거만 고집할 게 아니라 근거가 낮아도 필요한 의약품이나 기술은 전문가 합의가 있으면 가이드라인에 반영하고 근거는 추후에 만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비리어드 삭감 사례를 예로 제시했다.

한 교수는 "임상의사는 충분히 단독 투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심평원이 다제내성 B형간염 환자에게 비리어드를 단독 투여했을 때 근거가 없다고 급여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간학회 이사장이 됐을 때 근거를 모아서 기준을 수정했고, 이후 질병관리본부 지원을 받아 복합이나 단독이나 차이가 없다는 결과를 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랫동안 불필요하게 국가에서 재정을 낭비하면서 적정진료를 막는 아쉬움이 있었다"라며 "의료비용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급여 여부를 보류해야 하지만 비용을 오히려 절약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도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공익적 임상 연구가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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