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초음파 인증제 논란 일파만파…의학회·내과학회도 주목

발행날짜: 2018-10-18 06:00:59
  • 의학회장 "절대 반대…법적·윤리적 논의 추진" 내과학회도 각 분과학회 의견 수렴 나서

|초점| 일파만파 커지는 심초음파검사 인증제 논란

대한심장학회가 내년 3월부터 도입하겠다는 보조인력 대상 심초음파검사 인증제를 두고 의료계 내 논란이 뜨겁다.

심장학회가 추진 중인 심초음파 보조인력 인증제도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의료계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거듭되는 것일까.

'인증 소노그래퍼' 어떻게 질 관리 실시하나

심장학회는 한국심초음파학회 홈페이지에 인증 제도를 공개했다. 당초 '심초음파 인증소노그래퍼 자격 시험 안내'라는 제목으로 공지했던 것을 논란이 커지자 '심초음파검사 보조인력 인증절차 안내'로 제목을 바꿔 게재했다.

심초음파학회는 학회가 인증한 인력을 '심초음파 인증 소노그래퍼'라고 정하고 자격을 '의료인 혹은 의료기사 자격을 취득한 후 심초음파 검사 보조업무를 담당할 전문인력으로 학회가 인정하는 소정의 자격을 충족하는 자' '심초음파 검사 시행시 보조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학회가 인증하는 자'로 제한했다.

또 미국 심장 소노그래퍼 자격증(ARDMS)을 소지하거나 심초음파 검사 보조 경력 10년 이상인 자에 대해서는 1차 필기시험을 면제하고 실기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미국의 경우 소노그래퍼 자격증(American Registered Diagnostic Medical Sonographer, ARDMS)을 갖춘 인력이 심초음파 검사를 전담하듯 심초음파학회는 인증을 통해 '심초음파 인증 소노그래퍼'를 배출하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은 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라 방사선사 등 의료기사가 검사를 실시하거나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미국 소노그래퍼 자격을 취득한 간호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선 의료현장에선 검사 주체를 두고 위법 논란이 거듭 터지자 급기야 심장학회가 나서 심초음파학회를 통해 보조인력의 질 관리를 위해 인증제도를 추진한 것이다.

인증 시험은 필기시험 합격자에 한해 실기시험을 응시할 수 있으며 모의환자를 대상으로 실제 심초음파 기기를 사용해 검사하는 능력을 평가해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을 합격하는 것으로 했다.

실기시험은 심초음파 환자 준비와 셋업(20%), 심초음파 기기 사용법:적절한 영상 획득을 위한 기기 조절 능력 평가(20%), 기본 M-mode와 2-D 심초음파 영상 획득 및 측정(30%), 기본 도플러 심초음파 영상 획득과 측정(30%)으로 4개 항목으로 구분해 검사 능력을 평가한다.

의학회·내과학회도 예의주시…내부 의견수렴 중

이처럼 심장학회는 검사의 질 관리를 위해 인증제도를 준비했지만 의료계 내부에선 엄면히 의사의 업무를 타 직역으로 확대하는 게 아니냐는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학회 장성구 회장은 "심장학회가 추진하는 보조인력 인증제는 절대 반대"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의학회 자체의 학술적, 윤리적, 법적인 문제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의사협회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조만간 이와 관련해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을 전했다.

대한내과학회도 각 분과학회에 '심장학회의 심초음파 보조인력 인증제'에 대한 의견제출을 요청하며 각 학회 의견을 수렴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이는 자격기본법 즉, 국민의 생명, 건강, 안전 및 국방에 직결된 분야는 민간자격을 신설해 관리, 운영할 수 없다는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불가한 만큼 즉각 전면 철회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의료행위는 의사가 해야한다는 기본원칙을 지켜야한다는 게 최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소노그래퍼 제도가 있는 미국과 한국은 의료 환경이 다르다"며 "미국은 의료비가 워낙 높아보니 PA, 소노그래퍼 등 인력을 양성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인 반면 한국은 수가도 낮은데다가 의사 인력이 충분해 미국의 제도를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 이외 어떤 국가도 소노그래퍼 등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 의사의 일부 역할을 위임하지 않는다"며 "의사의 업무 로딩이 높은게 문제라면 의사를 추가로 채용해 검사를 직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다음주 중에 구축 예정인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 특별위원회를 통해 심초음파 검사에 대해서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젊은 의사들 "심초음파 검사, 소노그래퍼에게 배워야 하는 게 현실"

심지어 전공의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에 이르렀다. 익명을 요구한 A대학병원 한 전공의는 "심초음파 검사는 끊임없이 실시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교육은 없다"며 "커리큘럼에 '초음파'가 있지만 병동업무에 치여 교육시간이 확보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매일 5개의 검사실이 돌아가지만 대부분 소노그래퍼라고 부르는 간호사에 의해 검사가 이뤄지고 교수는 판독을 하는 현실이다보니 심초음파 검사 스킬을 교수가 아닌 소노그래퍼에게 부탁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심장학회 관계자는 "학회는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을 통해 충분한 심초음파 검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개인적인 의지와 관심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의지가 있으면 얼마든지 수련을 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보조인력 인증제 추진 계획 발표 이후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된 이후 학회 관계자는 "보조인력에 대한 자격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며 한발 빼는 모습이다.

당초 심장학회는 기자회견에서 간호사를 포함해 직역과 무관하게 심초음파 검사 보조업무 질을 높이기 위한 인증제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심장학회 관계자는 "보조인력 질 관리를 통해 검사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일 뿐"이라며 "불필요한 오해는 말아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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