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할 때마다 PA 대체" 편법·땜질 언제까지

발행날짜: 2017-05-19 05:01:55
  • 내과 전공의 수급난에도 PA 급증…의료진도 "근본적 해결책 찾자"

|기획| 부를 수 없는 이름 PA, 언제까지 방치할건가

수년째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PA간호사 찬반논란.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 첨예한 갈등을 이어가는 가운데 매년 증가추세다. 현실에선 존재하지만 법에는 없는 존재. 언제까지 방치할 수 있을까. <메디칼타임즈>가 진단해봤다.

<상> 의료계 금기어 PA, 대책없이 시간만 흐른다
<하> PA논란,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1. 지방의 A대학병원 PA간호사는 외과교수의 처방 오더는 물론 환자의 검사 결과를 챙기는 전공의 업무를 전담한다. 해당과에 전공의가 전무하다보니 땜질식으로 시작한 것이 어느새 별도의 업무영역처럼 굳어졌다. 당장 PA간호사가 없으면 환자 수술일정이 뒤엉킬 판이다.

#2. B대학병원 내과계 PA간호사는 재작년 내과 레지던트 지원율이 급감하면서 내과 병동에서 전공의 업무 중 일부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랩(Lab) 결과를 챙기고 환자 상태를 교수에게 보고하는 등 병동 내에서 일반 간호사와 교수의 중간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정부의 암묵적 동의로 상당수의 병원에서 PA간호사가 근무 중이다.

PA간호사의 역사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0년대초 소위 빅5병원인 A대학병원 신경외과에서 전공의 인력이 부족해 수술 등 환자진료에 차질이 예상되자 별도의 교육과정을 실시, 해당 업무를 전담할 간호사로 양성한 것이 단초가 됐다.

당시 A대학병원은 신경외과 중환자실을 중심으로 수술장 등에서 의사의 보조인력으로 역할을 시작했다.

이어 90년대 초 개원한 수원 B대학병원도 개원 초 부족한 의료인력을 PA로 대체, 빠르게 진료를 정착시켜나갔다.

당시만 해도 소수 인력에 불과해 큰 반발은 없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해당 인력이 급증하면서 의료계 내부에 위기감과 함께 반발기류가 빠르게 확산됐다.

주목할 점은 PA발생 시점과 채용 원인. 전공의 즉 의료인력이 부족해 진료공백이 발생할 때마다 필요성이 대두됐고 또 급증했다는 점이다.

자료 출처: 병원간호사회 (명)
이는 전공과목별 PA배치현황을 살펴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최근 병원간호사회가 공개한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도 내과 PA인력은 162명(병원수 45곳)에 그쳤지만 지난 2015년도말 기준 상급종합병원 내과 PA인력은 총 340명(병원수 73곳)으로 2년새 약 2배 급증했다.

내과계 전체로 보더라도 유사한 경향을 띈다. 2013년도말 기준 내과, 신경과, 암센터 등 내과계 PA인력은 329명에서 2015년말 609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PA간호사는 주로 수술장을 전담하지만 내과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내과에서도 땜질식으로 PA간호사로 대체됐다.

병원간호사회 박영우 회장(을지대병원)은 "최근 2년새 내과 레지던트 지원율이 급감했을 때 병동 내 대체인력으로 PA채용이 급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병원에서 전공의 등 의사인력 부족으로 대체인력이 필요할 때 PA간호사가 의료공백을 채우는 역할을 해왔다"고 전했다.

결국 PA가 증가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의사인력 부족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 의사인력 부족 현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PA간호사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모 대학병원 간호부장은 "과거 신경외과 전공의 부족으로 해당 과에 PA간호사를 육성하려고 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전공의 수급이 원활해지면서 PA는 자연스럽게 감소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대학병원 의료진도 PA논란 이전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는 "환자 대비 의사가 부족하다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면서 "부족한 의사 인력을 편법적으로 값싼 대체인력으로 채우려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봤다.

병원 경영진은 저수가 체계에서 고비용의 의사 인력은 적게 쓰면서 최대 효과를 내려다 보니 의사에게 무리한 노동을 강요하고, 부족한 인력은 값싼 대체인력을 찾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은 의사들의 과잉노동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서 "적정인력 수준으로 적정진료를 하면 현재 병원에서 고용하고 있는 의사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근본적인 문제점은 방치한 채 대안을 찾다보니 이해당사자들 모두 자기모순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 또한 "의사가 부족하다면 더 채용해서 부족한 진료공백을 채워야하고 저수가로 재정이 어렵다면 정부에 강력하게 수가 인상을 요구해야지 편법만 찾아서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손영래 의료자원과장은 "현재 PA제도화를 논의할 계획은 없다"면서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제도화를 위한 근거자료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의료 분야에서 모든 행위를 의사가 전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의료행위 중에는 반드시 의사가 해야하는 부분도 있지만 (의학적 지식이 필요없는)단순업무는 굳이 의사가 할 필요가 없고, 의료진도 귀찮아 하기 때문에 이를 굳이 의사로 규정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라면서 "새 정부 체제에서 이 부분에 대해선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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