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은 왜 故 백남기 씨 의무기록을 방치했을까

발행날짜: 2017-03-31 05:01:59
  • A교수 "기술적으로 차단 가능했다" 병원 측의 늑장대응 지적

고 백남기씨 의무기록 무단 열람한 서울대병원 임직원 161명이 형사고발된 사건과 관련, 병원 측의 늑장대응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병원 A교수는 "호기심에 환자의 의무기록을 함부로 열람한 관계자도 문제지만 사전에 이를 차단하지 않은 병원이 더 문제이고 이에 대한 책임도 병원에 있다"고 지적했다.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고 백남기 씨<사진제공:서울의소리>
그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의 전산 프로그램은 환자에 따라 의무기록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즉, 사전에 100여명이 열람할 수 없도록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일부 교수들이 고 백남기씨에 대한 의무기록을 해당 주치의 등 극히 제한적으로 차단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병원 측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병원 측이 고 백남기씨의 의무기록을 방치하고 있는 사이 161명이 그의 검사 영상과 의무기록은 속수무책으로 퍼져나갔다.

A교수는 "서울대병원은 백씨에 대한 의무기록 열람을 차단하지 않음으로써 여론에 한번, 감사원에 또 한번 뭇매를 맞았다"고 씁쓸함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앞서 노조 측에서는 신찬수 전 진료부원장은 고 백남기씨의 의무기록을 18차례 열람했다는 사실을 확인, 병원 측에 압박을 가한 바 있다.

이어 최근 감사원 감사까지 받은 결정적인 원인 제공은 병원 측의 늑장대응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병원 측은 모든 책임을 개인의 문제로 떠넘기는 모양새"라면서 "하지만 개인이 의무기록 열람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도 방치한 병원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거듭 꼬집었다.

또한 모 대학병원 교수는 "요즘은 웬만한 대학병원도 VIP환자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환자에 대해서는 의무기록을 차단하는데 왜 방치했는지 이해가 안된다"라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 29일 서울대병원을 대상으로 전자의무기록 무단 열람 및 유출 실태에 대한 감사한 결과를 발표, 무단열람한 161명에 대해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할 것을 권고, 병원 측은 이를 수용할 예정이다.

감사원은 2015년 11월 14일부터 2016년 12월 30일까지 서울대병원 종합의료정보시스템과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접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모두 734명이 4만601회에 걸쳐 백 씨의 의료기록을 열람한 사실을 확인했다.

업무 관계자를 제외한 161명이 725차례 무단으로 의무기록을 열람, 이중 157명은 단순 호기심으로 접근했으며 나머지 3명은 교수의 지시로 1명은 담당의사에게 치료를 부탁할 목적으로 각각 열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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