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미운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을 실천으로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7-03-09 11:55:10
  •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13)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13)

어렸을 때 '미운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실천하기는 더 어려웠다. 그냥 옆에 있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 미운 아이에게 떡까지 더 준단 말인가?

50세가 넘으면서 미운아이 떡하나 더 준다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미운아이는 대체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밉상으로 통한다. 성격이 까칠하고, 행동이 까탈스럽고, 따지기를 좋아하며,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면서, 손해를 일도 안 보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어떻게 떡까지 줄 수 있겠는가.

미운아이 떡하나 더 줄 수 있을 정도가 돼야 명의가 될 수 있고, 상담실장으로서 한 획을 그을 수 있으며, 최고의 마케터가 될 수 있다. 남들이 다 할 수 있는 행동을 해서 어떻게 득도했다고 보겠는가? 왠만하면 참기 어려운 말이나 행동도 참고, 밉지 않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해서 떡까지 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절대 쉽지 않다.

나는 우리 병원에 근무하는 상담실장을 지켜보면서 반성 하고 또 롤모델로 삼고 있다.

상담실장은 요즘 미운아이 떡 하나 더 줄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오른 것 같다. 어떤 때는 환자랑 상담하다가 토할 것 같거나 머리가 너무 아파 참기 어렵고, 이 생활을 오래하면 제 명대로 못 살 것 같다고 한다.

같은 사람에게 10번 이상을 같은 내용으로 상담 하면서 화도 내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받아주며, 환자가 말을 여러 번 바꿔도 한결같은 태도로 친절하게 상담을 하는 것을 볼 때면 정말 나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무뚝뚝하고 같은 얘기를 반복해서 듣는 것을 싫어해서 절대로 상담이나 세일즈는 안 하려고 의사가 되었다. 하지만 의사생활을 하다 보니 환자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실력과 친절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실력이라면 더 친절한 의사에게 가는 것이 환자의 심리다.

그냥 말 몇 마디 친절하게 한다고 해서 친절이라는 명함을 내 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말을 여러 번 설명해 주고, 환자가 이해할 때까지 설명을 하고, 환자가 흡족할 때까지 설명 하는 것을 포함하는 게 친절이라는 것이다. 화가 나 미칠 것 같은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같은 톤으로 유지하는 것이 친절이다.

아무리 실력이 있는 의사라도 환자가 나를 안 찾으면 나의 실력은 묻히게 되고, 써 먹지도 못 하고 썩히게 된다. 결국 환자가 나를 찾아와야 의사로서 살아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가 의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실력과 친절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친절함도 의사의 실력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노력해서 획득해야 한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누구나 친절할 수 있지만 미운 환자에게 잘 하기는 너무나 어렵다. 개원 초창기 그런 환자가 오면 어떻게든 다른 병원으로 안내 했다. 내가 실력이 없어서 치료를 못 하겠다, 큰 병원에서 치료 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얘기를 했다. 검사를 많이 해서 우리 병원에 정이 떨어지게 만들기도 했다. 환자를 거부하는 것도 의료법 위반이기 때문이니 어떻게든 진료는 했다.

그런데 까칠한 환자를 모두 모두 다른 병원에 보내다 보면 내가 볼 환자가 너무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 먹기로 했다. 모든 환자에게 잘 하고, 특히 미운 아이는 떡을 하나 더 주는 정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생겼다. 마음만 바꿔먹었을 뿐인데 환자들이 밉지 않게 됐다. 심지어 미운 환자에게는 떡을 하나 더 주고 싶은 측은지심(惻隱之心)까지 생겼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50이 넘는 나이도 작용 했고, 심장 수술을 받고 나서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기도 했다. 경기도 어려워지고 자식을 교육시켜야 하니 헝그리(Hungry)정신도 작용 했다. 성학(Sexology)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 폭이 넓어진 것도 이유가 된다. 어쨌든 지금의 나는 나에게 찾아오는 모든 환자가 예쁘다.

까칠한 환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상처가 많다. 여러 가지로 다쳐서 마음이 미워진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그런 환자에게 내가 먼저 예쁜 말이나 따뜻한 말을 하면 환자의 마음은 어느새 봄 눈 녹듯이 녹는다. 그리고 그런 환자는 다른 병원에 못 간다.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해 주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환자도 나도 함께 늙어가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안아 줄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의사로서 아주 마음이 편안하다. 혹시 젊은 의사였던 시절, 오만방자했던 시절에 말로서 상처를 준 사람이 있다면 지금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

만약 지금까지도 의사로서 미운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거나 절대로 실천할 수 없다고 우기는 의사가 있다면 일단 이해가 안 되더라도 먼저 실천해 보기를 권한다. 그러면 자신의 마음이나 행동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면서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고, 환자가 만족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병원수입에도 도움이 되고, 자신의 삶에도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인간관계는 주고받는 것,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고,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먼저 친절을 베풀기 시작하면 친절로 화답이 온다. 의사의 친절한 마음과 태도로 벌써 환자의 마음은 치료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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