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Xi, ‘비용경제성’ 의문에 의문을 던지다

정희석
발행날짜: 2015-04-13 00:17:02
  • 출시 6개월 도입병원 5곳…복잡하고 어려운 암 수술도 정밀하게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손승완 부사장 “복강경과 단순비교는 곤란”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손승완 부사장
종말론과 밀레니엄 버그 등 세기말 혼란에 휩싸였던 1999년.

전 세계 의학계는 사람의 팔을 대신해 로봇이 수술하는 새로운 시대에 직면한다.

MIS(Minimally Invasive Surgery·최소침습수술) 신기원을 연 ‘다빈치’(da Vinci) 수술로봇이 등장한 것이다.

다빈치는 당초 전쟁터에서 사용하는 원격수술시스템으로 개발이 시도됐지만 다양하고 복잡한 수술을 보다 정밀하게 시행할 수 있는 최초침습수술을 위한 수술로봇으로 상용화됐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은 1세대 다빈치에 이어 2006년 ‘다빈치 S’와 2009년 ‘다빈치 Si’를 거쳐 2014년 ‘다빈치 Xi’를 출시하며 4세대 로봇수술의 서막을 알렸다.

2015년 3월 기준 국내 39개 병원에서 다빈치 수술로봇 50대를 도입한 상태.

일각에서는 대학병원 대부분이 다빈치를 도입해 더 이상 신규 수요가 없는 ‘다빈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국내시장에 출시된 ‘다빈치 Xi’는 이를 무색케 하고 있다.

시장출시 6개월 만에 신규·추가 도입병원이 5곳에 달하고, 도입을 검토하는 병원 또한 적지 않다.

지금의 흐름이면 다빈치 Xi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로봇수술 ‘비용경제성’ 의문에 정답까진 아니어도 최소한 대답은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 달에 한 대 꼴’로 설치되고 있는 4세대 다빈치 Xi의 업그레이드된 기능과 실제 도입병원들의 평가를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손승완 부사장에게 들어보았다.

‘순조로운 출발’…출시 6개월 도입병원 5곳

3월과 4월 다빈치 Xi를 이용한 암 환자 수술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울산대병원은 다빈치 Xi를 이용해 직장암 환자를 수술한데 이어 국내 최초로 신장암·자궁근종 복합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은 방광암 환자 체내 방광대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는 지난해 10월 14일 식약처 수입품목허가를 받고 11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했음에도 불과 5~6개월 만에 다빈치 Xi를 도입한 병원들이 적지 않았다는 말이다.

손승완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식약처 허가 전 이미 도입을 결정했던 병원들도 있었다”며 “허가 이전부터 해외 학회에서 제품을 봤거나 외신 등을 통해 꾸준히 정보를 접해왔던 병원과 의사들의 문의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출시 6개월이 지난 현재 다빈치 Xi 도입병원은 모두 5곳.

울산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12월, 한림대성심·강남성심병원, 양산부산대병원이 지난 3월 다빈치 Xi를 도입했다.

순조로운 출발에 가속도 또한 붙을 전망이다.

손 부사장은 “다빈치 Xi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병원이 4~5곳 정도 된다. 이밖에 관심을 갖고 자료를 요청하는 곳도 10여 곳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암 수술, 더 정밀하고 정교하게

이 같은 도입 속도는 기존 모델 ‘다빈치 Si’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다빈치 Xi 기능과 그 효용성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다빈치 Xi는 다빈치 Si를 기초로 설계했으나 한층 진화한 기능을 탑재했다.

우선 로봇수술기구를 환자 수술 부위에 설치하는 수술 준비 과정인 ‘도킹’(docking)을 간소화했다.

즉, 복강을 상·하·좌·우 4개 분면으로 나눴을 때 도킹 한 번으로 4개 분면 어디든 접근이 가능해 훨씬 더 복잡하고 난해한 수술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환자 카트 디자인을 로봇 팔이 천정에서 내려오는 ‘Boom System’으로 변경해 로봇 팔 움직임을 한층 자유롭게 했고, 기존 149도로 제한된 움직임 범위를 28도 더 넓혔으며 기구 길이 또한 약 5cm 더 늘림으로써 가능해진 것.

영상 화질은 더욱 선명해졌다.

‘집도의 눈’에 해당하는 카메라는 무거웠던 카메라 헤드를 제거하고 광학센서를 복강경(endoscope) 끝부분에 위치시켜 긴 복강경 속 렌즈들을 통과하며 발생했던 영상 왜곡을 최소화했다.

더불어 기존 60도였던 시야각을 80도로 늘리고, 렌즈 초점거리를 표적으로부터 2cm에서 11cm 사이 전 영역에 고정시켜 수술부위 전반에 걸친 넓고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지정된 로봇 팔에 카메라를 장착하는 것이 아닌 원하는 로봇 팔 어디에든 카메라 장착이 가능해 집도의가 로봇 위치를 조정하지 않고도 다양한 각도에서 수술이 가능하다.

손승완 부사장은 “다빈치 Xi는 한 번의 도킹으로 복강 4개 분면 어디든 접근이 가능해 훨씬 더 복잡한 수술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며 “대학병원들은 복잡한 수술을 더욱 정밀하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다빈치 Xi의 기능성과 가치를 보고 다빈치 Xi를 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다빈치 Xi는 지난해 11월 27일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외과학회 심포지움에서 공식 런칭 행사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지난달 울산대병원이 시행한 직장암 수술사례는 다빈치 Xi의 장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부 직장암, 특히 남성의 경우 좁은 골반 안에서 수술해야 하기 때문에 개복수술로 해도 시야 확보가 어렵다.

설령 시야가 확보되더라도 좁은 공간에 기구를 넣고 수술해야 하는데 집도의 손조차 넣기가 쉽지 않아 이 또한 만만치 않다.

반면 다빈치 Xi는 좁은 공간에서도 효율적인 박리 및 절개와 봉합이 가능해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도 더욱 정밀한 최소침습수술이 가능하다.

그는 “하부 직장암은 골반 안에서만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왼쪽 장 위쪽에서부터 절개 후 문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범위가 거의 비장에서부터 골반까지 범위가 크다”며 “다빈치 Xi는 넓은 작동 범위를 통해 상부 위장관에서부터 하부까지 한 번의 도킹으로 정밀한 최소침습수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직장암 수술을 시행했던 울산대병원 외과 의료진은 “남성의 골반은 좁고 직장 주위에 배뇨 및 성기능에 관련된 신경이 많이 분포돼 있어 기존 복강경 수술에 어려움이 따랐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복강경 수술기구로는 정교한 암세포 제거가 어려웠고, 카메라를 포함한 모든 수술기구를 사람이 들고 있어야 해 안정적인 수술 환경 확보가 어려웠다”고 부연했다.

반면 “다빈치 Xi 로봇수술은 직장암처럼 몸속 깊고 좁은 공간에 위치해 기존 수술방법으로 수술하기 어려운 위치의 암을 더욱 정교하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환자 배변 기능과 성기능 회복이 빠르고 수술 중 출혈량이 적으며 수술 후 가스 배출 시간과 음식 섭취 시간이 단축된다”고 덧붙였다.

다빈치 Xi가 정교한 암세포 제거와 안정적인 수술 환경 확보에 어려움이 따랐던 복강경 수술 한계를 극복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통증 및 출혈·합병증 발생 위험 감소, 입원 기간 단축·빠른 일상 복귀 등 환자 입장에서도 다빈치 Xi가 복강경 수술보다 이점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빈치 vs 복강경 ‘비용경제성’ 등 단순비교 한계

다빈치 로봇수술은 언제나 ‘비용경제성’에 대한 의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복강경과 같은 최소침습수술이지만 상대적으로 고가의 장비가격과 수술비를 감안할 때 과연 치료효과 대비 경제성이 있느냐는 물음이다.

손승완 부사장에게 직접적으로 물었다.

“다빈치 Xi가 비용경제성과 환자 편의성 측면에서 복강경 수술을 대체할 만큼의 충분한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가치 평가는 결국 환자에기 미치는 치료결과와 빠른 회복 등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느냐와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일부 수술은 다빈치 로봇수술과 기존 복강경 수술 전체비용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정확한 건 심평원 등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직장암이나 위암 수술은 기존 복강경 수가가 입원료를 다 포함해서 이미 1000만원이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에 비해 불과 200~300만원 비용이 더 비싼 로봇수술은 여러 장점들을 고려할 때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를 들어 산부인과의 경우 일부 수술은 포괄수가제(DRG)에 묶여 복강경 수술을 하더라도 대체로 300만원 이내로 돼 있지만 이는 실제 들어가는 비용 이하일 것으로 짐작된다”고 추정했다.

특히 “현재 수가체계는 진료 과 별로 실제 투입비용 대비 보험수가가 균일하기 때문에 모든 과에서 로봇수술의 비용경제성을 평균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부연했다.

손 부사장은 올림푸스가 진행하고 있는 3D 복강경과 로봇수술 비교연구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 비교연구 시작점은 3D 복강경과 로봇수술 간 비용경제성에 기인한 것으로 예측된다.

로봇수술은 3D 영상의 거리감과 입체감을 통해 정확하고 효율적인 수술이 가능하지만 장비가격이 고가라는 한계성을 갖는다.

반면 3D 복강경은 로봇수술 10분의 1 가격수준에 불과하지만 3D 이미징을 구현함으로써 로봇수술 장점을 가지면서도 비용경제성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분석에 기초한 것.

손승완 부사장은 “영광이다. 세계적인 내시경 회사의 연구들이 좋은 계기가 돼 (다빈치 로봇수술과 3D 복강경을 통한) 최소침습수술이 동반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다빈치 수술로봇이 단순히 3D 영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복강경보다 좋은 것이 아니라 집도의가 카메라를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고, 카메라 또한 흔들리지 않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복강경과의 차이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복강경 카메라의 한계는 의료진이 카메라를 들고 2~3시간 서 있으면 팔도 떨리고 수술 중 시술자가 기구를 잡아당기면 카메라도 함께 흔들리고 하기 때문에 수술부위에 가깝게 클로즈업을 못 한다”며 “거의 화면을 원거리에서 잡는 만큼 수술 정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빈치와 2D·3D 복강경의 차이점을 단순히 비교하기보다는 카메라의 컨트롤 autonomy 및 안정성 등을 따져보는 것이 더욱 핵심적인 요소”라고 단언했다.

이어 “단순히 3D로 확대된 화면을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혈류 흐름이나 혈관을 보기 위한 (다빈치의) ‘FireFly’(실시간 혈류 흐름 확인이 가능한 이미징 기술)와 같은 신기술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느냐가 수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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