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과목 의존하기엔 불안한 젊은 의사들 "경영 배우자"
그 젊은 의사가 '금융 자격증'을 공부하는 이유는?
고대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국립공주병원에서 공중보건의사로 근무 중인 김재원(32)씨.
그는 의대 졸업 후 정신건강의학과를 선택했을 때만 해도 미래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간혹 '요즘 개원시장이 어렵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막연히 엄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술자리에서 만난 개원선배가 "개원시장은 전쟁"이라며 의료 현실에 대해 풀어놓은 얘기가 그의 귀에 박혔다. 레지던트 3년차로 미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터라 더욱 그랬다.
개원시장에 뛰어든 또래 선배들이 "시간이 나면 경영에 대해 공부해라. 개원하려면 경영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면서 던진 한마디 한마디를 웃고 지나칠 수 없었다.
게다가 얼마 전 중소병원 봉직의로 첫 출근한 동료의 초임 연봉을 듣고는 "만만치 않구나"라는 생각이 듣고 더욱 불안해졌다.
지난 해 레지던트를 마치고 공주 국립병원에 공중보건의사로 가게 되면서 근무 이후의 시간에 본격적으로 경영에 대해 공부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의과대학 공부만 하던 그는 경영에 대해 무엇부터 공부할 지 막막했다. 그래서 가장 어렵다는 CFA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운 좋게 지난 1월 1차 시험에 합격했다. 공보의 기간동안 남은 2, 3차에 도전할 생각이다.
하지만 자격증까지는 욕심없다. 사실 이 자격증은 3차까지 시험에 합격해도 해당 직종에서 일정기간 동안 근무해야한다는 조건때문에 어차피 자격조건 미달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경제 흐름을 읽을 수 있고 경영적인 눈을 가질 수 있으면 목표는 이미 충족한 셈이다.
주변 친구들 중에는 '의사 면허증이 있는데 밥 못먹고 살겠느냐'라며 그에게 "극성스럽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료 인상은 현실적으로 힘들고 정부의 재정은 한정된 상황에서 저수가 구조가 바뀔 수도 없는 상황에서 미래의 의료현실을 생각하면 넋놓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김 씨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길을 바꿀 생각은 없다. 다만 과거에는 정신과 의사의 길만 생각했지만 이제 그에게 전공과목은 중요하지 않아졌다.
어느 순간부터 임상의사로서 명성을 드높이는 것도 좋지만 병원경영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의료정책 따라 급변하는 '인기과·비인기과' 의미 없다"
최근 의료환경이 급변하면서 김 공보의와 같은 젊은 의사들의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공과목에만 매달려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그들을 변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의료정책에 따라 인기과, 비인기과의 운명이 달라지는 것을 지켜본 젊은 의사들은 더욱 전공과목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당장은 인기과목일지라도 5년후 혹은 10년후 기피과로 추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상대가치개편 등 보건복지부가 대대적인 수가개편 작업을 진행하면서 수술·처치 등에 관한 점수를 인상하고 검체·영상분야 점수는 인하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불과 얼마 전까지 인기과였던 영상의학과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또한 지난해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은 올해 초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내과 미달 사태로 이어졌다.
원격의료가 현실화될 경우 내과 의사의 역할을 축소돼 결국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국가필수예방접종 확대 및 바우처 프로그램 활성화 등 고정적인 수입구조가 마련되면서 최근 레지던트 모집에서 젊은 의사들의 지원이 두드러졌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산부인과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의사 수 감소에 따른 연봉 인상으로 레지던트 지원율이 상당 부분 회복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정부정책 무풍지대 였던 피부과, 성형외과 등 비급여 진료과도 이미 과열경쟁으로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모 대학병원 정형외과 전공의는 "요즘 젊은 의사들 사이에선 소위 인기과를 칭했던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이나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이라는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며 "과거에는 특정 과를 주목할만 했지만 앞으로는 어떤 과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인기과를 쫒기 보다는 병원 경영에 대한 감각을 길러두는 편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요즘 젊은 의사들의 생각이라는 게 그의 설명.
고대의료원 한 교수는 "의대생 전공 상담을 할 때마다 어차피 인기과는 돌고 도는 것이니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의사들 스스로 지금의 인기과가 졸업해서 개원 혹은 봉직의로 나갈 때 쯤이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시작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젊은 의사들 "병원경영 제대로 배우고 싶다"
전공과목 공부만으로는 불안간을 느낀 의사 중에는 좀더 적극적인 방법을 찾기도 한다.
경희대 의료경영학과를 졸업한 서인석 원장(로체스터병원·의사협회 보험이사)은 "건강보험 시장이 척박해지고 병원간 경쟁도 과열되고 있어 의사가 진료만 잘해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면서 "젊은 의사들이 좀더 체계적으로 병원 경영에 대해 공부할 것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외래환자가 밀렸을 때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등 병원경영을 배운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며 "의료 환경이 변한 만큼 의사들도 변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희대 경영대학원 박상찬 주임교수는 "의과대학만 졸업하면 무조건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라며 "서울의대 등 유명 의과대학생도 병원 경영을 배우기 위해 지원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현직 원장 대부분이 병원 경영을 '실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술을 잘 펼치는 것과 병원의 흥망 여부는 또 다른 얘기로 무력감을 느끼는 의사들이 경영대학원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대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국립공주병원에서 공중보건의사로 근무 중인 김재원(32)씨.
그는 의대 졸업 후 정신건강의학과를 선택했을 때만 해도 미래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간혹 '요즘 개원시장이 어렵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막연히 엄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술자리에서 만난 개원선배가 "개원시장은 전쟁"이라며 의료 현실에 대해 풀어놓은 얘기가 그의 귀에 박혔다. 레지던트 3년차로 미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터라 더욱 그랬다.
개원시장에 뛰어든 또래 선배들이 "시간이 나면 경영에 대해 공부해라. 개원하려면 경영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면서 던진 한마디 한마디를 웃고 지나칠 수 없었다.
게다가 얼마 전 중소병원 봉직의로 첫 출근한 동료의 초임 연봉을 듣고는 "만만치 않구나"라는 생각이 듣고 더욱 불안해졌다.
지난 해 레지던트를 마치고 공주 국립병원에 공중보건의사로 가게 되면서 근무 이후의 시간에 본격적으로 경영에 대해 공부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의과대학 공부만 하던 그는 경영에 대해 무엇부터 공부할 지 막막했다. 그래서 가장 어렵다는 CFA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운 좋게 지난 1월 1차 시험에 합격했다. 공보의 기간동안 남은 2, 3차에 도전할 생각이다.
하지만 자격증까지는 욕심없다. 사실 이 자격증은 3차까지 시험에 합격해도 해당 직종에서 일정기간 동안 근무해야한다는 조건때문에 어차피 자격조건 미달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경제 흐름을 읽을 수 있고 경영적인 눈을 가질 수 있으면 목표는 이미 충족한 셈이다.
주변 친구들 중에는 '의사 면허증이 있는데 밥 못먹고 살겠느냐'라며 그에게 "극성스럽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료 인상은 현실적으로 힘들고 정부의 재정은 한정된 상황에서 저수가 구조가 바뀔 수도 없는 상황에서 미래의 의료현실을 생각하면 넋놓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김 씨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길을 바꿀 생각은 없다. 다만 과거에는 정신과 의사의 길만 생각했지만 이제 그에게 전공과목은 중요하지 않아졌다.
어느 순간부터 임상의사로서 명성을 드높이는 것도 좋지만 병원경영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의료정책 따라 급변하는 '인기과·비인기과' 의미 없다"
최근 의료환경이 급변하면서 김 공보의와 같은 젊은 의사들의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공과목에만 매달려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그들을 변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의료정책에 따라 인기과, 비인기과의 운명이 달라지는 것을 지켜본 젊은 의사들은 더욱 전공과목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당장은 인기과목일지라도 5년후 혹은 10년후 기피과로 추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상대가치개편 등 보건복지부가 대대적인 수가개편 작업을 진행하면서 수술·처치 등에 관한 점수를 인상하고 검체·영상분야 점수는 인하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불과 얼마 전까지 인기과였던 영상의학과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또한 지난해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은 올해 초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내과 미달 사태로 이어졌다.
원격의료가 현실화될 경우 내과 의사의 역할을 축소돼 결국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국가필수예방접종 확대 및 바우처 프로그램 활성화 등 고정적인 수입구조가 마련되면서 최근 레지던트 모집에서 젊은 의사들의 지원이 두드러졌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산부인과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의사 수 감소에 따른 연봉 인상으로 레지던트 지원율이 상당 부분 회복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정부정책 무풍지대 였던 피부과, 성형외과 등 비급여 진료과도 이미 과열경쟁으로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모 대학병원 정형외과 전공의는 "요즘 젊은 의사들 사이에선 소위 인기과를 칭했던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이나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이라는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며 "과거에는 특정 과를 주목할만 했지만 앞으로는 어떤 과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인기과를 쫒기 보다는 병원 경영에 대한 감각을 길러두는 편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요즘 젊은 의사들의 생각이라는 게 그의 설명.
고대의료원 한 교수는 "의대생 전공 상담을 할 때마다 어차피 인기과는 돌고 도는 것이니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의사들 스스로 지금의 인기과가 졸업해서 개원 혹은 봉직의로 나갈 때 쯤이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시작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젊은 의사들 "병원경영 제대로 배우고 싶다"
전공과목 공부만으로는 불안간을 느낀 의사 중에는 좀더 적극적인 방법을 찾기도 한다.
경희대 의료경영학과를 졸업한 서인석 원장(로체스터병원·의사협회 보험이사)은 "건강보험 시장이 척박해지고 병원간 경쟁도 과열되고 있어 의사가 진료만 잘해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면서 "젊은 의사들이 좀더 체계적으로 병원 경영에 대해 공부할 것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외래환자가 밀렸을 때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등 병원경영을 배운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며 "의료 환경이 변한 만큼 의사들도 변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희대 경영대학원 박상찬 주임교수는 "의과대학만 졸업하면 무조건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라며 "서울의대 등 유명 의과대학생도 병원 경영을 배우기 위해 지원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현직 원장 대부분이 병원 경영을 '실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술을 잘 펼치는 것과 병원의 흥망 여부는 또 다른 얘기로 무력감을 느끼는 의사들이 경영대학원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