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 기준대로 하려면 최소 10분은 필요…현재 시스템으론 무리"
|기획|독감예방접종 시즌 '10월의 악몽'"작년에 예방 주사 맞으셨어요? 작년에 맞았을 때는 괜찮으셨어요?"
매년 10월이면 돌아오는 독감예방접종 시즌. 하루동안 최대 수천명까지도 상대해야 하는 공보의들에게는 악몽과 같다. 메디칼타임즈가 현장을 확인하고 문제점을 짚어본다.
<상> 하루 1천명 상대하는 공보의를 직접 만나다
<하> 현실과 다른 이론 '예진과 관찰'…해결책 없나
독감예방접종 시즌을 맞아 하루 1천명씩 상대해야 하는 보건소 공보의가 예진할 때 던지는 최소한의 질문이다.
과거 접종경력이 없거나, 부작용을 경험했을 경우 예방접종 후 어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빠르게 설명한다.
설명까지 걸리는 시간은 10~15초에 불과했다.
공보의들은 매년 이맘 때면 독감 예방접종 과정에서 예진 및 관찰과 관련해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점을 깨닫게 되고 이 때문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방의 한 보건소 공보의는 "예방접종에서 예진과 관찰이 중요하다는 것은 의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환자가 작성한 사전예진표에 병력을 자세히 적으라고 안내하고 있다. 예진기록지에 근거해서 특이사항이 없으면 환자의 경험 여부에 따라서 말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에 예방접종 예진 항목이 있다. 10분의 시간을 준다. FM대로 하려면 10분은 필요하다는 것 아닌가"라며 "실전은 달랐다. 10분은 커녕 1분 내에 설명하기조차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정석으로 환자에게 불편한 곳을 직접 물어보고 가슴 청진도 하고 예진표 내용도 한번 더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적어도 1~2분은 잡아야 하는데 현재 시스템으로는 무리"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보의 역시 "급성 알레르기 반응에 대비해 20~30분 관찰실에서 대기하기를 권하고 있지만 제대로 관리하기는 힘들다. 예방접종 직후 집으로 갔다가 가벼운 부작용을 호소하며 다시 보건소로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감백신 부작용 확률이 아무리 낮다고 해도 사람들이 몰리면 이상반응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데 관찰과 예진이 잘 이뤄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안전사고 책임은 누가? 공보의가!"
대공협은 안전성과 효용성 등 2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제기했다.
대공협 김영인 회장은 "한꺼번에 많은 인원에게 예방접종을 하면 약품 관리가 소홀해 질 수 있다. 빠른 시간 안에 많은 환자에게 주사를 놔야 하기 때문에 상온에서 주사를 보관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약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예방접종의 효과가 저하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방접종 후 부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문제도 걸려있다.
김 회장은 "정부는 '공공의료 사업이다. 어쩔 수 없으니 하자'는 식으로 지시만 내리고 안전에 대한 책임은 공보의가 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안전에 대한 책임은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최악의 상황에 공보의들은 면허를 걸고 예방주사를 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보의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독감 예방접종 시즌만이라도 의사를 늘리거나 환자를 분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공보의는 "제대로 예방접종을 진행하려면 독감 예방접종 시즌만이라도 의사를 고용해 여러명이 예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의사는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예산문제에 막혀버린다. 현재로서는 개선방법이 없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김영인 회장은 "접종자가 분산돼야 한다"며 "민간 의료기관에서 예방주사를 맞을 수 있음에도 보건소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가격 때문이다. 근처 의원급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가격으로 바우처 제도를 실시하면 환자 분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