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턴 폐지 폭탄 돌리다 진퇴양난 자충수

발행날짜: 2013-07-16 06:35:45
  • 어떤 선택하더라도 반발 불가피…"시간 끌수록 더 큰 문제 발생"

인턴 폐지 시기를 의대생들이 결정하도록 한 복지부 카드는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

2018년도를 선택한 학생이 근소한 차이로 많기는 하지만 2015년과 2018년으로 의견이 팽팽하게 양분되면서 시기를 결정하기가 더욱 어렵게 된 것이다.

2015년 vs 2018년 의견 팽팽…폐지 시기 결정 부담 백배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국 41개 의대 본과 1학년부터 4학년생 1만 514명을 대상으로 인턴 폐지 시기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2018년도를 선택한 학생들이 4723명(45.2%)으로 가장 많았고 2015년이 4321명(41.3%)으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2018년도를 선택한 학생들과 2015년을 택한 학생들의 차이가 불과 400여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둘다 과반수를 넘지 못한 것도 문제다.

복지부는 의대생 전수조사에 들어가기 앞서 학생들의 선택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공언했다.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무조건 입법예고를 내겠다는 의지였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만약 의견이 팽팽하게 나뉠 경우 2순위, 3순위 선택을 합산해 무조건 과반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러한 방식을 적용하면 2018년도는 51.6%로 과반을 넘기게 된다. 복지부 공언대로라면 2018년도를 폐지 시점으로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선뜻 이 결과에 대한 정책 방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밖으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선택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모양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견이 양분돼 섣불리 해석하기 힘들다"며 "의학회와 학장협의회 등 유관단체들과 협의한 뒤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수조사를 무조건 수용해 폐지 시기를 입법예고하겠다고 공언했던 것과는 다소 대비되는 모습이다.

폭탄 돌리다 폭탄 안은 복지부…돌아갈 길이 없다

사실 이같은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문제였다. 의대생들 입장에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득실을 따지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복지부는 결국 의대생들에게 폭탄을 던지려다 스스로 이를 껴안는 상황에 빠졌다. 쉽게 말해 자충수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당초 의학회가 제출한 2015년 폐지안을 확정하고 입법예고를 준비했다.

하지만 의대생들이 당사자인 자신들을 빼놓고 인턴 폐지를 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자 이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한발 물러났다.

이후 의대생들은 진로탐색 기능 상실과 수련기회 박탈 등을 이유로 복지부를 압박했고 결국 복지부는 의대생들에게 공을 돌린다.

지난 5월 의대협이 회원 7748명을 대상으로 폐지 시점을 조사한 결과
의대생들이 폐지 시기를 결정하면 이에 맞춰 입법예고를 하겠다고 완전히 뒤로 물러선 것이다.

당시 복지부 입장에서는 이 카드는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2015년 인턴 폐지를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의대생들이 직접 인턴 폐지 시기를 결정한다면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는 판단은 무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지부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 이러한 방침이 정해지기 전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협의회가 77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6%대 54%로 2015년 시행에 대한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본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2018년도를 선택한 학생들이 45.2%, 2015년이 41.3%, 결국 의견이 양분됐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면 이를 반대했던 의대생들의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A의대 본과 3년생은 "그냥 2015년에 시행했으면 되는 것을 굳이 전수조사를 실시해 의대생들의 분열만 조장했다"면서 "이제 어느 것을 선택해도 받아들이는 의대생보다 반발하는 의대생이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B의대 예과 2년생도 "만약 2018년 시행을 강행한다면 전국 의대 예과생들의 단체 행동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유관단체들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복지부가 이제는 반발을 각오하고라도 선택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2015년이든 2018년이든 복지부가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한다"면서 "더이상 시간을 끌면 준비가 소홀해져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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