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환자 중심" 철학 깃든 명품 요양병원

이석준
발행날짜: 2011-08-31 06:50:46
  • 기획일본 후케병원 세심한 배려 감동적 "발상 전환"

"인생의 마지막 이야기를 맺는 우리집. 당신의 소중한 인생에 다가서고 싶습니다."

지난해 일본 최고의 만성기 의료기관으로 꼽힌 후케병원. 그 명성답게 병원 시설 곳곳에는 환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가득했다.

특히 개인 투석실 등 기막힌 발상의 전환은 수준 높은 환자 관리를 위한 끊임없는 고심의 산물로 느껴졌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환자 중심이었다.

후케병원은 작년 만성기의료협회가 실시한 만성기인정심사에서 최고득점인 104점을 획득했다. 평가한 병원 26곳의 평균은 85점.
후케병원의 가장 큰 특징은 환자 대부분이 만성 중증환자라는 점.

이 병원은 아무리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도 거부하지 않는다. 질환의 경중을 떠나 후케병원을 믿고 찾은 환자는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철칙 때문이다. 의료 수준과 시설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일본의 일반 요양병원은 비교적 중증도가 낮은 환자를 받아 회복시키는데 주력하지만 후케병원은 만성에 가까운 환자들을 입원 치료해 정상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기능을 정상화한다.

"철저한 업무 분담, 환자 위한 최소한의 배려"

후케병원 타카키 병원장은 고도의 선진 만성기 의료를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해 철저한 업무 분담은 필수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간호사가 중증환자를 보다보면 업무 부담이 커지죠. 그래서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와 다른 직종이 할 수 있는 업무를 철저히 분담 합니다."

실제 후케병원에서는 방을 정리하는 룸메이크, 환자 운송만하는 케리어, 병동사무 전담팀,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임상검사기사 등이 한 환자에 달라붙는다. 부수적 업무를 없애 환자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목욕탕. 손바닥만한 정원으로 불릴만큼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한다.(위) 4인실 병동. 환자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병상 사이에 칸막이를 설치했다.(아래)
직원 교육은 철저하다. 후케병원은 이를 위해 연간 교육연수비 1500만엔을 지출한다.

일본 만성기의료협회에 따르면, 100병상당 병원의 교육연수비는 평균 300만엔이다. 후케병원이 200병상인 점을 고려하면 평균보다 2.5배 많게 직원 교육에 투자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병원 부담의 개인손해보험도 가입하고 있다.

의료소송이 의사나 간호사 뿐만 아니라 개별 직원에게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 관리를 하는 직원들이 위축돼서는 안되죠. 때문에 개인손해보험을 다 들어주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방편이죠."

이 병원의 하이라이트는 개인 투석실.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이다.

통상적으로 투석환자는 많은 관리가 필요한 만큼 트인 공간에 병상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투석 환자에게 개인 공간을 마련, 사생활을 보호하고 안락함을 안겨줬다.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다.
하지만 후케병원 개인 투석실은 환자마다 개인 방이 부여된다.

그들도 개인 사생활이 보호받아야 하며, 안락한 공간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위한 직원들의 철저한 환자 관리는 당연지사다.

김덕진 대한노인의료복지복합체협회 회장은 "한국은 투석 환자를 한 눈에 두루 관찰하기 위해 병상을 개방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환자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다. 개인 투석실은 직원들이 다소 불편하겠지만 환자 입장에서 보면 사소한 부분까지도 배려를 받게 된다. 이런 게 발상의 전환"이라고 감탄했다.

"환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타카키 병원장은 환자를 진찰할 때 병력뿐만 아니라 그가 살아온 인생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입원시점부터 그 환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병원 계단에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는 '이야기의 계단' 역시 이를 실천하기 위한 후케병원의 노력이다.

김덕진 회장은 "일본 요양병원은 노인의료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다. 이로부터 환자에 대한 배려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한국 노인의료도 이런 철학 속에 정체성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환자 역시 질환 경중에 따라 가려받으면 안된다. 서비스의 질을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요양병원은 어떤 환자라도 받아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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