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학회  
"봉침 환자 구하다 피소당한 의사 구제 가능성 충분하다"
이인복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20-01-28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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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법 석학 성균관대 김천수 교수, 호의성 부분 강조
    • |선한 사마리안법 사실상 첫 판례…법안 취지 고려해야"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봉침 사건은 우리나라 의료계는 물론 법조계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사실상 선한 사마리안법(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의 첫 사례이자 첫 판례이기 때문입니다. 법리학적으로 봤을때 구제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호의성이 관건이 될 겁니다."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다 아낙필락시스 쇼크에 빠진 환자를 구하기 위해 뛰어갔던 의사가 민형사상 피소를 당하며 의료계가 큰 충격에 빠져 있는 가운데 국내 의료법 석학이 구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시해 주목된다.

    선한 사마리안 법 적용 관건은 '업무 수행중'이라는 문구

    대한의료법학회 회장을 역임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천수 교수는 의료전문지 법원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봉침 의사를 둘러싼 법적 공방의 핵심과 전망을 이같이 요약했다.

    의료법 석학인 김천수 교수는 봉침 의사의 구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김천수 교수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과연 이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선한 사마리안법, 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 2항을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에 앞서 매우 조심스럽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 2항은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을 담고 있는 조문으로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행한 응급처치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으며 사망했을 경우라도 형사 책임을 감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이 가정의학과 의사가 이 법에 적용을 받는다면 환자 사망에 대한 형사 책임이 크게 감면되며 민사적 책임은 완전히 소실된다. 선의의 응급의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법안이 적용되기 위한 관건은 뭘까. 우선 사건의 중요 포인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5월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던 환자가 아낙필라시스 쇼크(과민성 면역반응)를 일으키자 같은 건물에 있던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가정의학과 의사는 급히 에피네프린을 가지고 한의원에 뛰어가 환자에게 주사했지만 환자는 결국 사망했고 현재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소송과 유가족들이 제기한 9억원대 민사 소송에 휘말려 있다.

    관건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 2항에 명시하고 있는 단서 조항에 있다. 이 법률에는 응급의료종사자 또는 선원법 86조에 따른 응급처치 담당자가 아닌 사람의 응급처치를 단서로 잡고 있다.

    또한 응급의료종사자가 업무 수행중이 아닐때 본인이 받은 면허 범위에서 한 응급의료를 또 하나의 단서로 잡고 있다. 결국 이 항목에 이 가정의학과 의사가 들어가는가가 핵심이 되는 것.

    김천수 교수는 "가정의학과 의사는 응급의료종사자에 해당하는 만큼 첫번째 단서 조항에는 포함되지 않고 결국 두번째 조항 '업무수행중이 아닐때'의 항목이 관건이 된다"며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업무 시간과 업무 장소 두가지 항목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연 자신이 운영하는 가정의학과 의원을 나가서 한의원으로 이동한 것을 자신의 업무 공간을 벗어났기 때문에 업무수행중이 아닌 것으로 보는가가 관건이 된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이 부분이 매우 첨예한 사안으로 자신의 병원을 나가면 업무 수행중이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라며 "광의로 생각하면 의사의 본분이 환자를 살리는 일인데 병원 밖에서 환자를 살린 것이 업무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느냐로도 바라볼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되면 휴가가던 비행기에서 응급환자를 살피다 사망하면 선한 사마리안법을 적용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도 이어진다"며 "또한 길에서 응급 환자를 만나 구급차 안에서 심폐소생을 했다면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등으로 연결되는 만큼 이번 판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키 포인드 '호의성과 무상성'…"법안 취지 생각해야"

    두번째 키 포인트는 바로 호의성과 무상성이다. 선한 사마리안법이 도입된 수많은 나라에서 판례로 강조되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선한 사마리안법의 도입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법학자의 의견을 개진했다.
    자신의 가정의학과 의원을 나가서 한의원을 간 것을 '업무 수행중'이라는 단서의 예외 조항으로 삼게 되면 곧바로 감경 사유가 되지만 그렇지 않아도 호의성 부분에서 참작할 만한 사안이 된다는 것이다.

    김천수 교수는 "결국 당시 가정의학과 의사를 업무중으로 판단할지가 가장 큰 쟁점 사안이지만 호의성과 무상성도 중요한 문제"라며 "세계 각국의 판례를 봐도 선한 사마리안법의 적용이 이 부분에서 갈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선한 사마리안법의 도입 취지 자체가 어려움에 빠진 환자를 외면하지 말자는 취지고 이는 곧 호의성과 무상성을 내포한다는 의견.

    실제로 현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5조에는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의료를 위해 필요를 요청하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가정의학과 의사가 이러한 규정을 강조할 수 있다는 의미. 이 법안에 의해 응급의료를 협조하기 위해 달려갔고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선한 사마리안법에 의거해 경과실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법학자로서의 견해를 전제로 사건과 관계없이 지켜져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가정의학과 의사가 보상을 바라고 달려갔다는 증거가 없다면 법규가 가지는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천수 교수는 "법학자로서 이번 사건의 경우 한의사의 도움 요청에 환자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병원을 놔두고 뛰어간 호의성은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 행위로 인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병원에서 한 의료행위가 아닌 만큼 요양급여를 받을 근거도 없고 또한 환자와 계약 관계 등도 없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재능 기부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법학자로서 물론 시간과 장소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법적인 근거가 있기는 하지만 판결에서 자발성과 호의성, 무상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본다"며 "전 세계에서 선한 사마리안법을 제정하고 있는 취지이며 그게 부정되면 법안 자체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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