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평균 264편씩 쏟아진 코로나19 연구…해석은 제각각
최선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21-02-0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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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연구 1년새 10만건 육박…연구마다 결론 달라
  • |과학적 근거 정립 공방전 필연적…"자연스런 과정일 뿐"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세계적 유행이 1년을 넘어가면서 관련 연구만 10만건에 육박하고 있다.

ACE 억제제 사용이 코로나19를 악화시킨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여전히 코로나19와 관련된 악화 기전 및 효과적인 약물, 표준 치료법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올해 1월 나온 혈장 치료 효용성 연구만 해도 "효과가 없다"는 결과를 반박하는 연구가 불과 3일 뒤따라 나오기도 했다. 1년째 이어지고 있는 공방전이다.

수십, 수백건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대립하고 있는 주요 가설들과 연구마다 결론이 제 각각인 이유, 향후 코로나19 유행의 지속에 따른 연구의 방향성에 대해 짚었다.

▲관련 연구 10만건 육박…"전인미답"

전세계의 의학 논문을 정리한 사이트 펍메드(pubmed)의 2일자 기준 코로나19(covid) 키워드로 등록된 연구는 9만 6167건이다.

2020년 1월 28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글로벌 수준 위험 수위를 높음으로 상향했다.

이후 2월을 기점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 각종 신종 감염병 연구가 활발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동안 동일 주제 논문이 10만건에 육박한 것.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하루 평균 263.5건의 논문이 전세계 연구진들로부터 나온 셈이다.

(코로나19 관련 중복 연구 포함) 코로나 바이러스와 계통을 함께하는 SARS 연구는 총 4만 2670건. 메르스는 7만 2201건이 진행됐다. 상황이 이렇자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연구에 이어 코로나19가 변화시킨 출판 상황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코넬대 연구진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떻게 과학 연구 출판 패턴에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한데 이어 비슷한 연구들이 사회과학 학술지 SSRN 및 네이처 지에도 실렸다.

네이처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연구 생산량의 약 4%가 코로나19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코로나19의 봉쇄 및 재택 조치 역시 코로나19 연구 생산량 증가에 기여했다는 것이 네이처의 분석.

엘스비어(Elsevier) 출판사에 제출된 자료를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020년 2~5월 사이 등재 연구는 약 27만건(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과 의학 관련 논문은 무려 92% 증가했다.

작년 코로나19에 대해 약 10만건 이상의 논문(프리프린트 포함)이 발표됐는데 초기에는 감염병 확산 및 입원환자의 진단 및 임상결과에 관한 논문이 많았으나 5월 이후에는 정신건강 연구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동료평가(peer review)를 통한 코로나19 논문심사가 빨라진 부분은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0년 상반기 11개 의학저널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논문은 평소보다 출판일은 약 100일이 걸렸던 것이 60일 정도로 줄어든 반면 코로나19 외 다른 연구 논문은 그 속도가 평균보다 느려지거나 현상 유지에 그쳤다.

MedRxiv에 등록된 프리프린트 연구들은 동료평가 기간이 72일 정도로 코로나19 이외 주제 대비 약 2배 가량 시간이 단축됐다.

작년 코로나 바이러스 질병 사례 사망률 이해 및 해석 연구(doi.org/10.3346/jkms.2020.35.e137)에 참여한 최영준 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신종 플루, 메르스 발병 당시에도 수 만건의 연구 논문이 쏟아져 나왔는데 코로나19는 전례를 없을 정도로 전세계적인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여전히 진행중인 신종 감염병이라는 게 연구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연구 축적에도 불구하고 아직 명확히 밝혀진 부분은 적다"며 "수 많은 연구들이 A라는 가설을 B가 반박하고, B를 다시 C가 재반박하는 식으로 제 각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학계의 정설로 자리잡기까지는 대규모, 장기간의 잘 설계된 임상이 축적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반박과 재반박의 연구들이 계속 나오는게 혼란스러워 보일 순 있지만 코로나19의 유행 상황이 1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학술적인 관점에서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수순"이라고 덧붙였다.

▲1년째 공방전…혈장 치료 효과 "있다" VS "없다"

올해 1월에만 해도 혈장 치료를 두고 "효과가 없다"는 연구가 나온데 이어, 바로 3일 뒤에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뒤따랐다. 1년째 반복되는 공방전이다.

혈장 치료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완치된 사람이 형성한 항체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완치자는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대량 생성하는데, 이를 포함한 혈장을 다른 감염자에게 수혈하면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지 않겠냐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시작됐다.

혈장 치료 효용성 논란의 역사는 코로나19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딱히 적절한 치료제가 없었던 사스 및 메르스 발병 당시에도 혈장 치료를 대증요법의 일환으로 시도했지만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환자 증상의 심각성 및 윤리적 상황 등을 감안하면 위약군, 투약군으로 나눠 임상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혈장 치료를 받았던 다양한 환자들은 혈장 치료 외에도 다양한 약물 및 표준치료, 부가적인 치료를 병행했기 때문에 온전히 혈장 치료의 효과를 판별하기 어려웠다. 이같은 문제는 현재 반복되는 혈장 치료 연구 공방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1월 12일 공개된 REMAP-CAP 연구는 코로나19의 잠재적 치료법을 탐구하는 국제 임상 시험이다. 이미 유럽, 미국, 아시아, 아프리카 등 290여 개 임상 사이트에서 4100명의 환자를 모집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임상에서는 중환자실에 있는 9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혈장 치료를 시행했지만 임상적 개선을 확인하지 못했다. 사망률을 낮추거나 집중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치료 일수를 줄이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중증을 대상으로 했고, 초기 분석에서 중증도가 낮은 입원 환자에서 혈장 치료의 영향을 평가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초기 경증 환자에 대한 평가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순없다.

이론적으로는 효과가 있어야 하지만 실제 효과로 이어지지 못한 데 대해 연구진 역시 마땅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혈장이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폐 손상이 너무 심각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정도로 추측하는 선에서 평가를 마무리했다.

대한감염학회 역시 1월 초 코로나 치료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발표한 '코로나19 감염증 약물치료 지침'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회복기 혈장치료'에 대한 권고를 보류(근거수준: 낮음, 권고등급: I)한 바 있다.

반면 3일 후 국제학술지 NEJM에 공개된 연구는 혈장 치료가 입원 환자의 사망률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고 결론내렸다.

메이요 클리닉에 입원한 3000명 이상의 감염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항체가 풍부한 혈장을 투여받은 환자는 30일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25% 낮았다. 또 진단 후 3일 이내에 혈장을 받은 환자는 나중에 혈장 수혈을 받은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낮았다.

해당 연구는 고농도 항체를 선별했고 초기 환자의 효과도 분석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전문가들은 정교하게 설계된 대규모 연구가 진행되기 전까지 비슷한 공방이 계속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무엇보다 혈장 치료 외의 다른 치료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효과 판별을 어렵게 한다.

감염학회 관계자는 "NEJM 연구는 항체가 풍부한 혈장을 수혈했기 때문에 혈장 농도가 효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줬다"며 "따라서 확실한 효과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혈장 농도가 낮은 투약군, 높은 투약군, 위약군으로 나눠 임상을 또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코로나19 감염자를 대상으로 위약을 주는 것에 윤리적인 문제가 거론되기 때문에 이같은 방식으로 임상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기존에 진행된 임상을 사후 분석하는 경우 임상 설계 차이, 투여 약물 성분, 인종, 투약 용량, 혈장 농도 차이와 같은 수 많은 변수가 있어 무엇이 혈장에서 비롯된 효과인지 구분해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혈장 치료 효용성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이런 정-반의 교차 자체가 과학적 근거를 정립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를 한쪽은 제대로이고, 다른 한쪽은 엉터리 연구라고 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혈장의 효과를 판별하기 위한 보다 세밀한 접근법이 이뤄지고 있다. 기존 연구들이 축적되면서 효과 판별의 아이디어가 보다 정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녹십자가 개발중인 'GC5131'은 코로나 완치자의 혈액 중에서 유효 면역 항체를 추출해 고농도로 농축한 치료제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수혈된 피를 그대로 사용하는 혈장치료와 달리 정제된 항체 단백질만 사용한다는 점, 환자에게 투약하는 약물의 수를 통일했다는 점은 기존 연구에서 한발 더 나간 것으로 평가된다.

▲항체 치료제도 미지수…효과 "있다" VS "없다"

셀트리온, 일라이 릴리사, 리제네론사 등 국내사, 다국적제약사가 개발에 나선 항체치료제 역시 임상을 두고 엇갈린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항체 치료제는 중화항체를 채취해 외부에서 대량 생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기존에 치료제로 허가된 렘데시비르는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기전인 반면, 렉키로나주와 같은 항체 치료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인체 세포 결합 부위에 항체치료제가 대신 결합(중화)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투되는 것을 막는 원리다.

셀트리온 항체 치료제 CT-P59
리제네론사가 개발중인 REGN-COV2의 1/2 임상은 275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93명은 위약을, 92명은 저용량을, 90명은 고용량을 투약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799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대규모 임상은 아직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았다.

결과를 보면 위약과 대비해 투약 7일째 체내 바이러스의 양(viral load) 감소 시간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다만 추가 분석에서 고용량을 투약하고 향후 혈청 반응에서 음성을 기록한 환자들에서는 확실한 바이러스 양 감소에 따른 시간 단축이 관찰됐고, 치료 목적 의료기관 방문율을 약 3% 가량 줄었다.

일라이 릴리사의 LY-CoV555 임상은 미국 41개 센터에서 위약과의 비교로 2상까지 진행됐다. 18세 이상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각각 700mg(n=101), 2800mg(n=107), 7000mg(n=101), 위약(n=143)을 투약했다.

주요 평가 지표는 양성 판정 이후 11일째까지의 바이러스 양 감소 여부로, 참여자들의 평균 바이러스 양 감소 시기는 3.81일이었는데 위약과 비교해 2800mg 용량 투약군은 0.53일이 더 빨리 감소했다.

반면 700mg 투약군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7000mg 투약군은 위약 대비 효과는 있었지만 통계적인 유의성을 나타내진 못했다.

비슷한 결과가 셀트리온 렉키로나주에서도 관찰됐다. 바이러스 양의 감소 및 이로 인한 양성→음성으로의 전환 시간 변화에선 유의미한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지만 약 3일 정도 회복기간의 단축 효과는 나타냈다.

증상 완화 시간 감소와 같은 보조 지표에선 항체 치료제가 효과가 있어도 바이러스 양 감소 등 치료제 개념의 효과에선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내지 못한 것.

해석도 엇갈린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회복기간을 3일 이상 단축시켰다는 것을 획기적으로 평가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효과 확인을 위해선 치료제를 투약하지 않은 그룹과 투약군의 직접적인 비교가 필요하고, 충분한 환자 참여가 이뤄졌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식약처 검증 자문단은 일부 효과의 확인에 의의를 뒀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을 투여받은 환자가 코로나19 증상에서 빨리 회복됐다"며 "적절한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 정도 효과만으로도 치료제로서의 가치는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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