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정책  
줘도 못쓰는 중증외상센터 예산...3년간 집행액 30% 남아
|의정 피셜|3년간 불용액 442억원 달해...지원 불구 인력부족에 악순환
이창진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20-09-2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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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료량 상대적 격차, 병원내 눈치보기도 심해...대대적 변화 필요성 제기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교통사고와 추락 등에 따른 다발성 골절과 출혈 등 중증외상환자 치료를 위해 설치된 권역외상센터가 2012년 첫 지정을 시작으로 올해 9년째를 맞고 있다.

    365일 24시간 의료진 항시 대기 상태를 유지하며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35%대에서 선진국 수준인 20% 미만으로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권역외상센터.

    메디칼타임즈는 권역외상센터 역할 핵심인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지속가능한 외상센터를 위한 대책방안을 살펴봤다.

    권역외상센터는 올해 6월 현재 17개소가 지정 운영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 부산대병원을 시작으로 2012년 길병원과 원주세브란기독병원, 단국대병원, 목포한국병원, 경부대병원, 2013년 아주대병원과 을지대병원, 전남대병원, 울산대병원, 2014년 의정부성모병원, 안동병원 등이 선정됐다.

    ■외상센터 예측가능 사망률 감소 목표, 부산대병원 등 15개소 가동

    이어 2015년 충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 2016년 제주한라병원, 2017년 경상대병원 등이 선정됐다.

    이중 경상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기 선정)은 2021년과 2023년 개소할 예정이다.

    복지부의 최근 3년간 권역외상센터 교부액 중 의료인력 부족으로 440억원 불용예산이 발생했다.
    복지부는 기관별 시설 장비비(80억원)와 연차별 연간 운영비(7.2억원~27.6억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권역외상센터는 의료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 정부가 의료인력 인건비를 지원하는 국정사업이다.

    그렇다면 권역외상센터가 정상 작동 중일까.

    현재 가동 중인 15개 권역외상센터(경상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제외)의 속살을 한꺼풀 벗겨보면, 외상치료 핵심인 의료인력 부문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복지부가 집행한 최근 3년(2017년~2019년) 외상센터 교부액 1483억원 중 실제 집행액은 989억원으로 사용되지 않은 불용액이 442억원(30%)에 달했다.

    ■최근 3년 교부액 1483억 중 442억 불용…의료인력 부족 주원인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외상외과 전문의와 간호사 부족 현상이 불용액 대부분을 차지했다. 복지부는 의료인력 확보 차원에서 의사와 간호사 인건비를 개선했다.

    우선 외상외과 전문의 경우, 기존 1억 2000만원에서 올해부터 1억 4400만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외상외과 전문의 최소 급여액인 셈이다.

    올해 외상외과 전문의 인건비 235명을 기준으로 337억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17개 외상센터 실제 외상외과 전문의 수는 올해 6월 현재 201명에 그쳤다.

    365일 24일 운영하는 외상센터 치료 방식 모식도.
    아주대병원과 부산대병원이 각 21명으로 가장 많고, 원주기독병원 17명, 길병원 16명, 원광대병원과 울산대병원 각 14명, 제주한라병원 13명, 단국대병원과 전남대병원 각 12명, 목포한국병원 11명, 충북대병원과 안동병원 각 10명, 의정부성모병원과 경북대병원 9명, 을지대병원 6명 그리고 국립중앙의료원 4명, 경상대병원 2명 등이다.

    복지부는 외상센터 채용 의사인력을 감안해 인건비를 편성했지만 실제 채용된 의사인력을 예산편성 대비 미달 사태로 불용액이 발생한 셈이다.

    간호사 인력도 마찬가지이다.

    ■의사 1.4억 전액 지원…간호사, 초과 인력 국한 연 4천만원 배정

    외상센터 중환자실 간호사 인건비는 1명당 연간 4000만원을 배정했다. 다만, 외상외과 전문의와 달리 간호사 인건비 지원 방식은 특이하다.

    외상센터 중환자실 병상별(20~40병상) 간호사 운영기준에 입각해 32명과 64명, 68명을 넘어선 간호사 인원을 대상으로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외상센터 수술실과 중환자실 모습.
    일례로 아주대병원의 경우, 올해 6월말 현재 외상센터 중환자실 간호사 수는 128명으로 국내 최다 수준이다.

    운영기준 64명을 넘어선 64명 간호사를 대상으로 연간 4000만원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다.

    울산대병원은 운영기준 32명에 외상센터 중환자실 간호사 수가 68명으로 기준을 초과한 36명의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안동병원과 제주한란병원은 외상센터 중환자실 간호사 수가 32명으로 운영기준 32명과 일치해 간호사 인건비 지원은 없는 상태이다. 목포한국병원은 운영기준 32명에 못 미치는 중환자실 간호사 수가 25명으로 인건비 지원을 편성하지 않은 상태다.

    복지부는 외상센터 의료인력 예산 불용액 최소화를 위해 2020년부터 현장 의견을 수렴해 인건비를 책정했음에도 현장 인력과 격차가 여전했다.

    ■복지부, 현장 반영 인건비 책정 불구 의사·간호사 공백 반복

    2021년 예산안 역시 현장 의견을 반영해 인건비 지원비를 편성했지만 불용액 악순환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내년도 외상외과 전문의 인건비는 235명 기준으로 1억 4400만원을 곱한 337억 6800만원이고, 중환자실 간호사 인건비는 268명 기준으로 4000만원을 곱한 107억 2000만원이다.

    이중 간호사 부족 사태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17개소 권역외상센터 지정 현황.
    올해 6월말 기준, 외상센터 중환자실 간호사 762명 중 운영기준을 초과한 인건비 지원 수는 221명이다.

    내년도 간호사 인건비 대상 268명은 외상센터 수요조사에 입각한 편성이나 실제 인력 충원이 가능할지 미지수이다.

    의료계는 권역외상센터가 지닌 정책적, 제도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시각이다.

    외상중증환자 발생에 대비한 24시간, 365일 전담 의료진 대기 상황과 외상센터 운영 병원 경영진의 현실적 어려움이 내재되어 있다는 의미다.

    외상환자가 몰릴 경우 외상센터 의사와 간호사는 골든타임에 입각해 처치와 수술에 분과 초를 다투지만, 외상환자가 없는 경우 상시 진료체계인 응급센터와 중환자실 전담 의료진과 상대적 진료 량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외상센터 의료진은 병원 내 '미운오리 새끼'로 취급받아 전액 인건비가 지급되는 의사와 일부 인건비 지원에 불과한 간호사 모두 병원 내 눈치 보기 신세를 면하지 못한 상황이다.

    ■외상환자 수요 불확실, 의료진 속앓이 “정책적·행정적 개선 시급”

    A 외상센터 교수는 "외상외과 전문의는 그나마 정부 인건비 지원이 상향되며 조금 나아졌지만 외상외과 교수직을 신설한 일부 병원을 제외하곤 많은 병원에서 여전히 미래 불안감이 상존해 인력 수급이 수월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외상센터 간호사 수급 원인은 채용이 아닌 의료시스템 문제가 더 크다"고 전하고 "항시 환자를 구비한 중환자실과 소아중환자실 등과 달리 환자 발생이 불규칙적인 외상센터에 어느 병원 경영진이 인건비 지원기준을 초과한 간호사 인력을 배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외상센터 의료진들은 인력 악순환 개선 차원에서 정책적, 행정적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B 외상센터 전담의사는 "외상센터 의사와 간호사 수급은 정책적, 행정적 개선 없이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이나 수가가산 등 병원이 외상센터 의료인력을 충분히 배치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과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17년과 2018년 복지부 결산보고서를 통해 "권역외상센터 인력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종사 인력의 처우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속적으로 주문한 바 있다.

    C 외상센터 관계자는 "외상센터 의료인력 문제는 의료계와 정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24시간 365일 대기 상태인 외상센터 역할 수행을 위한 전폭적 지원이 없다면 해당 의료진들의 속앓이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현 외상센터의 한계를 꼬집었다.

    그는 "기능과 역할이 일부분 중첩되는 권역응급센터와 권역외상센터 간 의료인력 공유 등 현실적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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