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권역외상센터로 지정받은 병원의 자격조건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석주 교수
기사입력 : 2020-01-2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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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환자가 큰 병원에 가면, 대형 응급실의 과밀화로 의료자원을 낭비하게 할 것이고, 중증환자가 작은 병원에 가면, 생존률이 낮아질 것이다. 응급의료체계가 환자의 흐름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응급의료체계의 학문적 목적은 '적절한 환자를,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병원에'로 표현된다.

한국은 권역외상센터를 정부가 지정하고 있다. 그런데 응급실을 가진 다른 많은 병원들도 외상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손가락을 베인 환자도 외상환자이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외상센터 개념은 엉터리이다. 손가락을 베인 환자들은 어디에서 진료받아야 하는가? 그들이 진료받을 병원도 지정받아야 한다.

외상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모든 병원이 각 급수의 외상센터라는 개념 하에서, 경증환자는 작은 병원, 중증환자는 큰 병원으로 가는 체계의 구성이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주(州)에 따라 다르지만, 외상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병원들을 1-3급 또는 1-5급으로 분류해 지정 혹은 인증하고 있다. 외상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모든 병원이 외상센터인 것이다. 급수가 다를 뿐이다. 손가락을 베인 환자는 5급 외상센터에서 진료받으라는 것이다.

병원이 일단 외상센터로의 지정을 신청했다면, 해당 병원은 어떤 의학적 수준의 환자를 진료하기를 원한다고 세상에 선포하는 것이다. 외상센터로 지정되었다면, 당국, 구급대 및, 국민과 병원 간에 계약이 성립됐다는 의미다.

외상센터는 병원과 어떤 관계인가? 미국에도 독립된 건물을 가진 외상센터는 드물다. 1급 외상센터라 하더라도 그렇다. 외상센터로 지정받은 것은 병원 전체이며, 특정 공간이나 인원이 아니다. 중증외상센터로의 지정은 해당 병원 전체의 진료능력과 관계된다는 의미이다. 중증외상센터로의 지정에 따른 의무는, 특정 건물에 속한 특정 인원이 아닌, 해당 병원 전체에게 부여되는 것이다.

즉, 이번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 병원 집행부 간의 분쟁에 있어, 병실부족과 운영 상의 제반문제에 대한 책임은 병원 집행부에 있다. 문제해결의 의지가 없었다면, 외상센터로의 지정을 신청하지 말았어야 한다.

또한 최근 아주대병원과 이국종 교수의 갈등과 관련해 언론보도와 정부당국의 대처가 국민들로 하여금, 바이패스(bypass, 우회)가 악(惡)이라고 오해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바이패스라는 용어는 이러한 목적의 달성을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구급대로 하여금, 중증외상 환자를 진료능력이 없는 작은 병원에 이송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즉 선(善)한 목적으로 도입된 가치중립적 용어이며, 바이패스가 악(惡)으로 매도되어서는 안된다.

한국의 구급대는 미국의 60년대와 비슷한 방식으로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결정하고 있다. 거리가 가깝다고 중증환자를 작은 병원, 경증환자를 큰 병원에 이송하고 있다. 그러면, 생존률이 낮아진다.

중증외상 환자를 바이패스 시키면 권역 외상센터에게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당국이 수립하고 있다고 한다. 당국은 구급대에게도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중증외상 환자에서 작은 병원을 바이패스하고 중증외상 센터로 이송하는 것이 구급대의 의무가 되어야 한다. 물론 중증외상 센터는 사고현장과 거리가 멀 것이다. 당국은 닥터헬기 운용방안을 먼저 확립해야 할 것이다.

이번 분쟁의 근본원인은 개인 간의 감정 싸움이 아니다.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 병원 집행부간 분쟁은, 상기 개념을 인식한 상태에서 실행하지 못한 보건당국, 소방 구급대, 아주대학교 이사회에 기인한 것이다. 또한 근본적으로는 상기의 개념을 확립하고 사회에 확산시키지 못한, 응급의학 전문의 및 외상외과 의사 포함하는, 전문가 집단의 몰이해와 무책임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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