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협, 국회 간담회 열어 의대-한의대 교육과정 통합 주창 의사협회 "기존 면허자에 의사면허 부여 전 세계 웃음거리"
의사수 부족으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가시화되자 한의계가 복수 면허 등을 대안으로 내세우며 통합 의대 카드를 또 다시 꺼내고 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기존에 의료인 면허가 있는 사람에게 다시 의사 면허를 부여하는 것은 세계적 웃음거리라며 이같은 주장을 일축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대한한의사협회와 '포스트 코로나19 한의사 한의대를 활용한 의사인력 확충 방안'을 주제로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보건복지부 이창준 한의약정책관을 비롯해 한의계 인사만 참석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
최혁용 회장은 직접 발표자로 나서 통합의대 도입, 개편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최 회장은 이미 유튜브 채널을 통해 1시간 30분에 걸쳐 의사 수 확대 과정에서 한의대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며 일찌감치 여론몰이에 나섰던 바 있다.
한의협이 말하는 통합의대는 말 그대로 한의대와 의대의 교육 과정을 통합하는 것이다.
한의협은 이미 한의사 역할을 일차의료 영역에서 통합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인, 만성병 관리 특화를 담당하는 것으로 정의한 상황.
이에 따라 한의대는 현재 기초종합평가 도입을 추진, 한의사 국가시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인으로서의 역량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교과과정 개편 작업인 셈이다.
최혁용 회장은 "한의사에게 추가 교육을 조금만 더 하면 얼마든지 의료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라며 "큰 틀에서는 의료통합, 의료일원화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통합, 면허통합, 기관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같은 내용을 배우는 교육통합을 하면 면허통합은 자연스럽게 따라갈 것"이라며 "기관통합은 의료질서에 혼란을 줄 여지가 있기 떄문에 시행시기 등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교육통합 유형으로 ▲복수전공 허용 ▲통합의학과정 ▲상호 포괄면허 ▲완전통합 등 4가지 방안을 내놨다.
이 중 한의협이 추진하는 사항은 통합의학 과정이다. 한의대에서 의학과 한의학을 모두 가르치는 것이다.
반대로 의대에서도 의학과 한의학을 다 가르칠 수 있다. 각각의 졸업장으로 한의사 국시 및 의사 국시를 동시에 응시 가능하다. 대학에서는 통합교육을 할 수 있지만 졸업자는 의사, 한의사 면허 시험을 쳐야 각각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한의대와 의대 분리를 유지하면서 한의대 안에서 의학교육이 가능하고 학점교류도 가능하다. 통합의학과정 설치나 통합의대 명칭도 가능하다.
복수전공 허용 유형은 각 대학별로 학칙을 바꾸면 되는 사안이다. 의사와 한의사 면허는 구분하지만 동일인에게 복수면허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한의대 교육, 한의대 졸업장, 한의사 국시 응시 자격은 기존과 같지만 의대의 복수전공을 허용해 졸업 후 의사국시에도 응시가 가능한 방법이다.
즉, 한의협이 말하는 통합의대는 교차교육이 가능하고 교차면허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한의대 졸업자 중 추가 의학교육을 받으면 의사 국시를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추가 의학 교육은 대학 내 강좌개설, 대학원 과정개설, 온오프 보수교육 등을 활용토록 한다.
문제는 기존 면허자들의 역할. 한의협은 면허범위 조정을 주장했다.
기존 면허자에게도 추가 교육 및 의사 국시 응시 자격을 부여해 복수전공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복수 면허를 따지 않은 사람도 공유된 지식에 기반한 면허행위는 공통의 영역에 두고 면허범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했다. 진단기기, 양한방복합제, 천연물의약품, 예방접종 등에서 공동 면허범위를 설정하고 기존 면허자의 공동 사용 영역을 법제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혁용 회장은 "의료일원화 종착지가 어디일지 미리 정할 필요가 없다. 일원화 길을 먼저 나서보자는 것"이라며 "그 첫발은 복수면허다. 그 기회를 조금 더 쉽게 주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의사가 1차의료를 담당하는 데 손색이 없다는 주장도 했다.
최 회장은 "기존 한의사를 활용하면 즉각적으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역의사, 공공의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며 "만성병 관리를 위해서는 1차의료 강화가 필수적인데 한의사 출신 통합의사가 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의사는 예방의학, 노인의학, 1차의료에 강하다. 개인을 보는게 아니라 가족을 본다"라며 "만성병 중심으로 변한 우리사회에서 한의사를 일차의료 전문가로 키워낼 수 있는냐가 보건의료 시스템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의협은 의대정원 증원 바람에 맞춰 '통합의대' 제안을 선언적으로 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의협 최문석 부회장은 "의대정원 증원 국면에서 통합의대는 급하게 제안을 하는 수준"이라며 "다양한 구성원 속에서 방향성 잡기 위해 협회가 제안하는 것이다. 방향을 잡고 함께 만들어가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의료계, 기존 면허까지 통합 반대…정부는 "합의부터 해야"
한의계는 '복수면허'라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내놓으며 의사 수 증원 바람에 편승하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대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 전공의는 간담회에서 다면적, 다각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공의는 한의사 면허도 갖고 있는 복수면허자다.
그는 "한의학과 의학 교육을 모두 받은 입장에서 양과 질에서 꽤 차이가 난다"라며 "한의사가 단기간 교육을 통해 전문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한의대에서 파편적으로 배운다고 해서 의학을 다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의사에게 의사 면허를 준다고 해서 지역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며 "한의사도 똑같이 대도시에 남아서 공급자 유인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대한의사협회는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최혁용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인 면허제도와 관련 법령을 철저히 무시하는 불법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한의계 복수면허 주장은 의료윤리에 어긋나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크게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학과 한의학은 단순히 교차교육으로 상대 학문을 융합하거나 접목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없다"라며 "의료일원화는 단순히 의사와 한의사 구분을 없애는게 아니라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통해 인체에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행위만을 의료로 인정하고 검증된 의료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의료일원화의' 진정한 의미를 퇴색 시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의료일원화 논의 과정에서 기존 면허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대방 면허범위를 침해하는 어떤 거래도 용납돼서는 안된다"라며 "한의학의 한계와 문제점을 냉철하게 인식해 앞으로는 검증되고 안전한 의료서비스만이 국민에게 제공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정부 역시 이해 당사자의 '합의'가 우선이라면 방관하고 있는 상황.
복지부 이창준 한의약정책관은 "의한통합 문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2012년 이해당사자인 의료인 참여를 배제하고 직능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의료일원화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한 적 있는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두해 논의된 사안이 아니고 오랜시간 논의돼 왔는데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 "한의계, 의료계 내부에서도 단일화 된 목소리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의학, 한의학 모두 독자적인 치료기술만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미래는 융합하고 협진하는 치료기술을 통해서 국민건강에 더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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